내가 왜 난차오시엔 런민이냐!!!

2010. 12. 8. 00:03중국 여행기/광동,광서,귀주성 배낭여행

이제 오늘의 일정인 통링 협곡 구경을 마치고 더티엔(德天:덕천)폭포가 있는 지역으로 옮겨

숙박한다고 하며 4시 15분에 통링 대협곡을 출발해 5시 45분에 또 한 곳의 쇼핑센터를 들리고

7시가 다 되어 더티엔 폭포 입구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고 저녁 식사를 합니다.

워낙 교통편이 쉽지 않아 하루에 한 곳 이상은 무리입니다.

 

이제 서산으로 해가 넘어갑니다.

아까 오던 길을 다시 올라갑니다.

바로 모퉁이 하나 돌아드니 도로 옆의 산에 폭포가 있습니다.

아까는 오른쪽에 앉아 보지 못했으나 차가 반대로 진행하니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달리는 버스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일....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곳은 카르스트 지형으로 유명한 구이린(계림:桂林)과 산의 모양이 비슷합니다.

이 지형이 이곳을 지나 베트남 하롱베이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너무 무리했나 봅니다.

아주 누워버렸습니다.

사람이 다치지 말아야 했을 텐데....

 

이제 이런 멋진 곳을 보았으니 우리 부부가 갈 앞으로의 나머지 폭포와 협곡은 어떨까요?

사람의 마음은 갈대입니다.

이곳을 보았을 때 이곳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되고 다른 곳을 보면 또 그곳이....

佳人의 마음은 佳人도 알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는 자기 마음을 사실은 가장 모르는 게 인간인가 봅니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곳도 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우리 부부가 다녀왔던 폭포와 협곡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통링은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계획하고 찾아간 더티엔 폭포보다 모르고 따라간 통링 폭포가 더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이 지역이 베트남과의 변경지방이었고 중월전쟁으로 많은 지뢰가 묻혀 있어

개방된 지 겨우 10여 년...

그러다 보니 꾸이린처럼 아름답지만, 관광객이 뜸하고,

쿤밍처럼 온화한 날씨지만, 방문객이 적고,

 

가는 길에 저녁을 먹고 쇼핑센터 한 곳을 들립니다.

그러나 물건 사는 것에 누구 하나 강요하거나 신경 쓰지 않습니다.

더티엔폭포 가까이 오니 7시가 가까워져 벌써 어두워졌습니다.

가이드 말이 폭포에서 흘러 온 강 건너편이 베트남 땅이라고 합니다.

건너편 산의 모습이 베트남 사람 얼굴을 닮았고 이쪽은 중국인 얼굴을

닮았다고 하는데... 아니면, 책임 지지도 않을 것을...

 

드디어 폭포 입구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이 숙소의 1박 요금이 98원입니다.

앞에 보이는 골짜기 안에 있는 숙소는 조금 저렴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곳에서 방을 배정합니다.

번잡한 게 싫어 제일 나중에 갔더니 제일 꼭대기 층인 5층에 방이 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층간 높이는 우리나라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끙끙대며 오르내린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와이궈런이라고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너무하오 너무하오

같은버스 타고왔고

같은요금 내고왔소

악다구니 쓰지않고

뒷전에서 점잖하게

앉았다가 나타나니

꼭대기층 왠말이오

나이먹은 한국인은

꼭대기층 배정하고

씽씽나는 알라들은

아랫층이 왠말이오

이다음에 한국오면

옥탑방만 배정할껴

 

짐을 올려다 놓고 내려오니 아직도 숙박 등기를 하는데 우리 여권을 들고

종업원이 끙끙거리기에 이유를 물어보니 대한민국이 없다는 겁니다.

세상에~ 대한민국이 중국 숙박업소 등기하는 프로그램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면 우리 부부는 국적도 없는 외계인이 된 것입니까?

내용인즉슨, 컴퓨터에 입력하는 프로그램에 한국은 없었습니다.

 

일단 여권을 스캐닝하고 종업원과 함께 컴퓨터에 앉아 국가명을 찾아봅니다.

찾아야지요, 나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을 찾아내야죠.

나의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찾지 못하면 佳人은 패륜아입니다.

 

아~ 이런 난차오시엔(南朝鮮)이라는 나라는 있는데 大韓民國은 없습니다.

이곳만 아니라 나중에 징시라는 도시에서도 숙박업소 프로그램에

같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여러부운~ 환장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우리 부부가 난차오시엔(南朝鮮) 런민(人民)이 되었습니다.

 

주숙 등기를 마치고 잠시 걷다가 금방 들어와 쉬기로 합니다.

오는 도중 버스의 에어컨이 너무 강하여 몸이 좋지 않습니다.

아무리 에어컨을 막아도 다른 곳이 뚫렸는지 찬 바람이 무지하게 나옵니다.

이때부터 시름시름 감기를 앓기 시작해 열흘 이상 기침으로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생했으며 비상약을 챙겨갔지만, 기침약은 없었고 중국 약국에 들렸지만,

약사는 없고 모두 한약성분의 약만 팔았습니다.

몇 군데를 들렸지만 결국 약 사는 것에 실패하고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행 내내 감기는 佳人 부부를 괴롭혔습니다.

번갈아 감기를 앓았습니다.

나중에 펑황고성에서 시내를 뒤지며 전기장판을 사서 밤에 깔고 자며 다녔습니다.

여러부운~ 배낭여행 다니며 전기장판 사서 들고 다니며 깔고 자보셨수?

우리 부부 해 봤수~~

안 해보셨으면 말을 하지 마슈~~

 

이제 해는 서산을 넘어갔습니다.

오늘은 아래층을 먼저 차지한 중국인 틈에 끼어 제일 꼭대기 층에서

그들을 아래에 깔고 하룻밤을 보냅니다.

열도 나고 컨디션이 엉망입니다.

 

더티엔에 가까이 다가오자 가이드는 폭포 외에 이 지역의 유명한 곳을 설명합니다.

그중 한 곳이 밍쉬티엔위엔(명사전원:明仕田园)이라는 곳입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은 100원의 추가 요금을 내고 옵션으로 내일 오전 중에

더티엔 폭포를 보고 오후에 이동하여 가는 곳이었습니다.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하였는지 일행의 2/3가 밍쉬티엔위엔 투어에 참여를 하였더군요.

우리 부부는 중국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아예 투어 권유도 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돈도 내지 않고 그곳을 함께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대나무로 만든 죽 배를 타지 못했지만, 그것은 우리 취향이 아닙니다.

이곳은 나중에 가기에 그때 사진으로 보겠습니다.

 

이 인근에는 중국 정부에서 지정한 1. 2. 3급 풍경구가 40여 개나 된다고 합니다.

얼라리요? 40여 개나 된답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 비하여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아마도 베트남과의 변경지방이고 중월전쟁의 여파로 개방이 늦어진 게 원인이 아닐까요?

 

그중 몇 곳을 알아봅니다. 

우선 꾸이춘찌에허(귀춘계하:归春界河)라고 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베트남과 중국 사이로 흐르는 강입니다.

바로 징시라는 곳에서 흘러온 강은 더티엔 폭포에서 두 나라 영토로 나누어 떨어지며

다시 국경을 이루며 흘러가다 베트남 땅으로 흘러갑니다.

그 후 그 물이 다시 중국 땅으로 흘러들어오기에 이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바로 강 건너 보이는 저 집에 걸린 국기...

중국의 오성홍기가 아니라 베트남의 별 하나짜리 금성 홍기입니다. 

 

귀춘계하는 베트남과 중국 사이를 흐르는 강입니다.

반대편 베트남과 중국의 풍경을 동시에 구경할 수 있습니다.

변경지방에 사는 베트남 사람이 사는 집과 중국 쫭족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속세에 때 묻지 않은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항상 봄날 같은 좋은 날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낮에 따신에서 통링을 가기 위해 지나친 훼이수이허(흑수하:黑水河)라는 곳이 있습니다.

카르스트 지형의 산들로 둘러싸인 강에는 산 그림자 때문에 강물이 짙은 녹색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강물의 색이 검게 보인다고 흑수하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유리창을 통하여 찍은 사진이라 품질이 많이 떨어집니다. 

잠시 세워서 사진이라도 찍게 해 주면 감동했을 텐데 말입니다.

 

흑수하는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강으로 따신현에서 가장 큰 강이랍니다.

마치 구이린의 리지앙과 닮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산의 모습이 같은 카르스트 지형이라 그리 생각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유심히 보면 다르답니다.

숲이 더 울창하고 푸른빛이 짙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산의 높이가 구이린보다 나지막합니다. 

 

무엇보다 구이린처럼 미어터지는 관광객도 없고 삐끼도 없고 도시의 혼잡함도 없습니다.

중간마다 보이는 작은 마을과 전원 풍경이 구이린이나 양수오보다 편안하다고 생각됩니다.

전체 길이가 45km 정도이니 구이린의 리지앙보다는 짧습니다.

구이린보다 이곳 흑수하가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배낭여행자에게는 이곳이 더 좋아 보입니다.

 

공로화랑(公路画廊)이라고 있습니다.

따신현에서 버스를 타고 더티엔폭포까지 가는 길을 공로화랑이라고 부릅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바깥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수묵화가 그려진 화랑을 달리는 느낌입니다.

어찌 한국인은 구이린이나 양수오만 편애하십니까?

이곳 풍경이 그곳과 비교하여 부족한 점은 무엇입니까? 

 

양수오에만 골다공증에 걸려 뚫어진 산이 있습니까?

여기는 이런 산이 지천입니다.

 

양수오의 월량산은 반쪽만 뚫어져 있지만 이곳은 거의 동그랗게 뚫어진 산입니다.

이곳에 있는 산이 월량산을 보면 반쪽만 있는 월량산 보고

"별꼴이 반쪽이야~"라고 하지 않겠어요?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정말 많습니다.

설마 중월전쟁 때 베트남군의 포격으로 이렇게 상처입지는 않았겠죠?

 

그러기에 이곳의 풍경 때문에 더티엔  풍경 지구를 풍경 화랑이라 한답니다.

저도 오는 길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결국, 나중에 제가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 멋진 가로수길에서 이미 佳人은 반쯤 정신을 잃었습니다.

 

이런 멋진 길을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리는데 구이린은 이미 佳人마음에 멀어졌습니다.

그러니 너무 구이린과 양수오만 편애하지 마세요.

 

교묘평호(乔苗平湖)

대신현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수라고 합니다.

호수 주변의 큰 봉우리들이 호수와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제가 그 옆이라도 버스 타고 지났더라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찍은 저품질 사진이라도

올려 드렸을 텐데...

더티엔 폭포만 보고 돌아가기 쉬운데 따신현에 있는 교묘평호라는 호수를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며 호수 주변은 넓은 평지로 푸른 풀들이 호수와 잘 어울린답니다.

 

이곳은 중국과 베트남의 접경지역이라 교통이 아직 불편합니다.

관광지로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은 접근이 불편합니다.

 

이번에는 녹도행운(绿岛行云)입니다.

귀춘계하의 하류에 속하며 수심이 낮고 강폭이 넓은 곳으로 사방에 푸른 풀들이 자랍니다.

강의 중간마다 섬처럼 보이는 곳에 푸른빛의 이끼가 보이기에 녹도라고 하며,

강의 바닥이 기복이 있어 크고 작은 물결이 꼭 흘러가는 구름 같다고 하여 행운이라 합니다. 

 

그래서 이름이 녹도행운인가 봅니다.

소들이 강가에서 풀을 뜯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더운 날에는 개구쟁이 아이들이 국경을 가리지 않고 물장구치며 노는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하루를 묵고 내일 아침 바로 옆에 있는 더티엔폭포를 본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에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많은 차가 사고가 나거나 고장으로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보았으며 그리고 그런 차 앞 뒤로 고장표시로 나뭇가지를 꺾어 길바닥에 놓아 표시했더군요.

운전미숙으로 그럴까요? 아니면, 정비불량일까요?

아니면 도로 사정이나 차량의 내구성 문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