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닦아주세요.

2010. 5. 17. 07:43동남아시아 여행기/하노이 방콕 배낭여행

11월 20일 / 여행 24일째

 

오늘은 한국사람이 많이 간다는 칸차나부리 1일 투어를 갑니다.  600밧/1인.

이곳은 1.957년 개봉된 콰이강의 다리라는 고전에 속하는 영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요.

휘파람으로 부는 주제곡이 영화의 멋을 한층 빛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타이 나라 여행사 앞에서 기다리다가 7시에 버스를 탑니다.

역시 한국사람이 많습니다. 모두 15명이 타는 버스에 한국인이 8명이고 서양인이 7명입니다.

아마도 한국인은 아유타야 보다는 이곳을 더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이드마저도 간단한 한국말을 조금 하는 친구가 왔군요.

2시간 조금 더 버스를 타고 9시 30분경에 제일 먼저 연합군 묘지에 도착했습니다.

오는 내내 산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도착할 때쯤에야 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칸차나부리에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이곳에 끌려와 사망한 연합군 전사자들의 무덤이 있는 곳입니다.

바로 죽음의 철도라는 방콕과 양곤을 잇는 버마-타이 선의 철도 건설에 동원되어 일하다가 희생된 사람과

2차 대전에 희생자들이 묻힌 묘지라고 합니다.

 

죽음의 철도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곳의 지형이 워낙 철도건설에 난공사 부분이 많아 공사 중 많은 사람이

사망한 관계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태국을 점령한 일본은 버마와 군수품을 쉽게 수송하고 약탈한 물자를 본국으로 대량으로 옮기기 위함이고

진군하기 쉽게 하기 위하여 태국과 버마를 잇는 철도 건설에 열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어느 정도 사실에는 근거를 두었으나 가상의 이야기로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철도건설을 위하여 많은 포로가 동원되었고 공사 중 많은 포로가 생명을 잃었습니다.

잠깐... 여기서 한 가지만 집고 넘어갑시다.

우리 조선의 젊은이들이 일본군에 징용을 당하여 본의 아니게 일본군이 되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지요.

  

이곳의 이야기를 영화로 다룬 콰이강의 다리....

마침 이곳 부근의 포로수용소에 영국군 공병대가 들어오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일본군 포로수용소 소장인 사이토 대령과 영국군 포로인 니컬슨 대령의 심리적인 갈등을 묘사한 영화였지요.

결국, 다리는 완성되었으나 연합군의 처지에서는 이 다리가 전쟁물자를 실어 나르는 보급로의 역할을 하기에

폭파를 결정했지요.

 

연합군 묘지라 여러 나라의 군인이 이곳에 묻혀있습니다.

어디 묘비명을 몇 개 읽어볼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 드는 묘비명입니다.

세월이 흐른다고 사랑했던 사람을 어찌 잊어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더욱 아픈 가시가 되어 영원히 가슴에 남아 있지요.

 

아.... 23살의 젊은이는 그의 피앙세에게도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렇게 짧은 글로 함축적으로 슬픔을 보여줍니다.

누가 이 맑고 어린 영혼을 전쟁이라는 비극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까?

세상에 가장 소중한 것은 그것을 잃어버린 후에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평소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늘 사랑하며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한국인은 이곳 어디에 있나요? 우리는 물어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의 말씀은 일본인과 한국인은 이곳에 없다고 합니다.

따로 모아 다른 곳에 묘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떠도는 혼령들이여~

이제 님들은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전쟁도 공포도 모두 강물에 흘려보내시고 영원한 안식을 취하세요.

 

오늘도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이는 일본인과 함께 죄인이 되어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그곳은 전범자로 분리되어 따로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이곳에서 우리는 피해자가 아니고 가해자였습니다.

물론 한국인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징용된 사람은 모두 일본인과 같이 전범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왜 우리가 2차 대전의 전범이 되어야 합니까? 왜?

 

젠장.....

이곳에서도 일본은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시치미를 떼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인이기에 이래서 일본은 원초적으로 좋아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나 억울한 일이 어디 징용을 당해 이곳에 온 남자뿐이겠습니까?

꽃다운 나이에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끌려온 할머니도 계시지요.

노수복 할머니를 기억하시나요?

말레이시아에서 태국으로 탈출해 살다가 우리에게 알려져 고향땅을 밟았지만,

우리말도 잊어버리고 오히려 가족에 피해만 준다고 다시 태국으로 가버리셨지요?

누가 이들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요?

 

30분 정도 둘러보고 바로 옆에 있는 전쟁 박물관이라고 하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니 이 동네는 남의 아픈 슬픔을 배경으로 먹고사는 동네처럼 보입니다.

세상은 살아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입니다.

더군다나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되어 아까운 생명을 잃어버린 우리의 슬픈 과거를 말입니다.

 

가이드는 이 박물관의 전시물이 부실하여 별로 내용이 없다고 별도의 돈을 내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박물관 입구에 있던 증기기관차 사진이나 몇 장 찍었습니다.

 

박물관 입구에 진열된 당시에 운행되었다는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젠장.... 아직도 일장기가 걸려 있습니다.

불 질러 버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젊은이는 영문도 모른 체 강제로 끌려와 포로수용소에 감시원으로 일했다는 이유로

전쟁 후 전범이 되어 사형되지 않았던가요?

그 젊은이는 죽어서도 원귀가 되어 아직도 고향을 그리며 이곳 콰이강 가를 서성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가 그들의 원한을 춘삼월 봄 눈 녹듯 녹여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 한국인은 이곳에 오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답답한 느낌을 받을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다면 한국인이 아니겠지요.

그러면 일본 관광객은 어떤 마음이 들까요?

 

그들은 과연 억울한 한국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이죠?

이런 것 때문에 아직 일본이 우리의 진실로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웃으로는 영원한 결격사유가 있는 이웃입니다.

 

천둥 번개를 관장하는 인드라 신이시여~

머리 셋 달린 아이라바타를 타고 오셔서 죄 많고 반성할 줄 모르는 저들을 혼내주세요.

"인간의 본질은 마음이니라. 그러나 마음에 나쁜 생각을 하는 자들은 이미 마음이 없는 자들이니라.

그들은 인간이기를 부정하는 자들이라 혼 낼 일도 없느니라."

 

그곳에 머물다가 바로 옆에 있는 영화 속의 다리인 콰이강의 다리로 갑니다.

영화 장면에 나오던 목제 다리와는 많이 다르군요.

 

어디 한 번 비교해 볼까요?

영화 속에서는 나무로 만든 다리였는데 실제로는 철교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전쟁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모두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어 보아요.

비록 우리를 몽상가라고 할지라도...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콰이강의 다리"라는 영화가 없었다면 이곳은 아무도 찾지 않는

그냥 작은 시골마을이었을 겁니다.

영화 하나가 이렇게 세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한국인 외에 그 누구도 우리의 아픔을 알지 못합니다.

가해자인 일본조차도 감추고 숨기고 변명만 늘어놓습니다.

누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