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시앙 동굴(九鄕) 두번 째 이야기.

2009. 12. 11. 00:05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09

어제에 이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웅사대청의 졸고 있는 사자 바위를 지나 위로 만들어 놓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지우시앙 동굴에서 가장

멋있는 종유석들을 볼 수 있는 신녀궁(神女宮)으로 이어집니다.

 

동굴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기기묘묘한 종유석 돌기둥을 볼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신녀궁입니다.

신녀궁은 종유석이 크고 늘씬하고 영롱한 조명을 받아 눈이 부시기에 신녀궁이라 이름 지은 모양입니다.

흡사 목욕을 막 끝낸 아름다운 신녀처럼 보인다고 하는데 글쎄요.

세상에 누가 목욕하는 神女를 보았다고 이런 말을 지어낸 것입니까?

 

170 만년 전부터 신석기시대에 이르기까지 따리의 얼하이 호수와 곤명의 띠앤츠 호수 주위에 살았다는

위엔모(元謀)인의 유적이 이곳 동굴에서 발굴된 모양입니다.

 

또 그곳 계단을 다시 내려오면 물길이 흐릅니다.

큰 폭포는 아니나 동굴 속으로 물이 흘러 들어갑니다.

 

길을 따라 계속 밑으로 난 계단을 걸으면 넓은 열린 공간을 지나 다시 동굴 속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神田도 아닌 것이 다락논도 아닌 것이 자기도 봐 달라고 조르는군요.

마치 물을 마시러 온 거북이 머리처럼 생긴 녀석이 "니 하오~"하고 인사하고 있는 듯합니다.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고 내려갑시다.

2억 7천만 년 동안이나 이러고 앉아 있었으니까요.

은근히 밑으로 계속 내려갑니다.

오랜 시간 석회성분의 물이 흘러 자기도 "나도 神田이 될 거야~"하며 세월을 기다리는가요?

그래 넌 2억 6천 년만 지둘려~~

 

밑으로 내려와 올려다보니 그것도 볼만하군요.

小神田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정말 계단식 논이라는 다락논의 모습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너도 神田이 되겠구나....

얼라리요? 그러면 이곳은 신이 되기를 갈망하는 비정규직 인턴 신이 농사짓는 곳인가?

 

이건 또 뭔가요?

다락논이 되려다 이무기가 되었나요?

 

이곳을 돌아 내려오면 갑자기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들립니다.

와룡동의 자웅폭(雌雄瀑)이라는 이름을 가진 폭포는 돌에 의해 물길이 잠시 둘로 갈리지만 금세 손을 맞잡고

30여 m 아래로 수직으로 곤두박질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진으로는 그리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반드시 30m를 꼭 생각하며 사진을 보아야 합니다.

지금은 건기지만 우기에는 이 또한 멋진 모습이 아니겠어요?

 

동굴 속의 자웅폭포라.... 그러면 신선과 신녀들이 홀딱 벗고 이곳에서 멱을 감았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뭐~ 신이라고 어디 완벽할까요?

어느 쪽이 男이고 어느 쪽이 女란 말인가요?

 

힌두교의 신 중에 보스라는 쉬바는 자기 마누라인 파르바티의 불륜을 의심하여

아들 목을 베어버린 엽기의 신입니다.

집을 오래 비운 자기 잘못은 모르고 장성한 아들이 마누라와 한방에 있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들 목을

한 방에 베어버리고 잘못을 알고 얼른 옆에 있던 코끼리 목을 베어다 아들의 목에다 붙여버렸습니다.

 

그러니 한방에 있다 보면 한 방에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에 가면 코끼리 머리를 한 쉬바의 아들 가네샤라는 재물의 신이 있어 숭배를 받습니다.

가네샤도 알고 보면 불쌍한 놈입니다.

 

그럼 그 옆에 얼쩡거리다가 졸지에 목이 날아간 코끼리는 우찌 됐을까요?

에라이~ 더러운 세상.... 제 아들 살린다고 코끼리만 불쌍하지 뭐~~

 

파르바티는 또 어떤가요?

명상에 잠긴 쉬바에 필이 꽂혀 사랑의 신 까마에게 뇌물을 주고 사랑의 화살을 피융~~

하고 쏘게 만들고 사랑에 눈먼 쉬바와 결혼을 하지 않았던가요?

바로 옛날에 신들이 했던 사랑놀이의 현장이 씨엠립의 반티아이 스레이라는 곳에 가면 증거로 남아있습니다.

한 성질 하는 쉬바와 왼편에 새침데기 파르바티... 그리고 파르바티의 청탁을 받고 화살 쏘고는 쉬바에게 화형을

당한 멍청한 사랑의 신 까마가 자기 죽을지 모르고 폼 잡고 있는 쉬바에게 사랑의 화살을 오른쪽에서 쏘고 있습니다.

이래도 신들이 완벽하다고요? 나 원 참!!!!  

 

폭포의 소리를 뒤로하고 돌아섰더니만.....

옴마나~~ 이게 무슨 광경이래?

신의 밭이라는 신전(神田)은 다랑논처럼 생겨 맑은 물을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예술이야...

이건 예술 작품이야...

 

이곳이 바로 지우시앙 동굴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와~ 하고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습니다.

지금 사바세계에서 신의 세계로 들어왔단 말인가요?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사람을 비교하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게 동굴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자연이 내린 선물....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내린 선물이겠지만....

佳人이 제일 중국을 부러워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자연의 선물입니다.

젠장!  이런 게 왜 중국에만 있단 말인가요?

 

그 크기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나도 모르게 "와~"하는 감탄사가 나옵니다.

 

神들도 옛날에는 먹고살려고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나요?

에효~ 사는 게 뭔지...

사실 동굴의 종유석이나 석순들은 순전히 조명으로 장난을 했고 또 어느 곳이나 크기만 다르지 비슷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신전의 모습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우시앙 동굴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신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국에 사는 신들은 정말 불쌍합니다.

이 컴컴한 동굴 속에서 농사짓고 사니까...

오늘 신들은 모두 어디로 가셨나?

농한기라 고스톱이라도 한 판 때리러 외출하셨나?

그럼 광만 팔고 있는 신도 있겠네~~

 

아니지요?

아까 신녀궁에 여신들이 목욕하러 간 걸 구경하러 갔을 거야~~

그러면 중국의 신들은 나무꾼 정도의 감성을 갖고 있다는 말인가요?

그건 관음증이야 관음증.... 영국에 사는 Tom이라는 친구가 봤다는 Peeping Tomism...

 

이곳은 중국의 유명한 3대 동굴의 하나로 장지아제의 황룡동굴, 구이린의 관암 동굴에 못지않는 곳입니다.

윈난 18괴 중의 하나로 제16괴에 나오는 "산동굴에서의 신선놀음"에 해당되는 곳입니다.

그러니 신선놀음이란 농사짓고 농한기에는 신녀가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일인가 봅니다.

 

신전을 지나 더 가면 또 넓은 광장이 나오고 그곳에는 천정과 바닥이 맞닿은

대규모 종유석 군을 볼 수 있습니다.

제일 아래는 흘러내린 물이 고여있게 작은 가림막을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넓은 동굴광장이 또 하나 있습니다.

광장에는 공연장이 있어 수시로 이족의 가무가 공연되어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고 합니다.

 

이제 선인동이라는 곳을 통하여 인간세상으로 다시 나갑니다.

마지막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일이 좀 힘이 듭니다.

그래서 이곳에도 중국 어디나 올라가는 길에 영업을 하는 가마꾼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높은 고도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동굴을 빠져 올라오면 이렇게 말들이 보입니다.

이걸 타고 올라갈껴? 아니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거야? 하며 말이 우두커니 쳐다보며 묻습니다.

가격은 말이나 리프트나 똑 같이 짜고 담합한 30위안이라는군요.

그러나 말의 속내는 "쨔샤~ 리프트 타고 올라가~ 나 엄청 힘들어~~"라고 말할 겁니다.

 

2시간여의 시간 동안 신들과 함께 했습니다.

우리 같은 일반 관광객은 이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이제 리프트를 타고 사바세계로 올라갑니다. 

우리는 입장 문표에 이미 리프트 탑승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에 타고 가는 젊은 커플이 영어가 가능해 우리에게 영어와 중국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함께 사진도 찍고 이 메일도 교환하여 사진을 보내주기로 했지만,

역시 중국은 이메일이 먹통이라는 사실에 놀랄 뿐입니다.

언니가 후난성에서 한국어 선생이라고 우리를 보자마자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부터 건넨 커플입니다.

무척 친근함을 보여주어 고맙게 함께 다녔습니다.

 

리프트를 타고 가다 보니 아까 신녀궁에서 자웅폭으로 들어가던 곳이 까마득히 아래로 내려다 보입니다.

지우시앙동굴 구경은 산전, 수전, 지하전에 이번에는 공중전까지 끝냅니다.

 

리프트 도착 장소에 가면 중국에서는 당연히 빛을 뻔쩍거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표정을 예쁘게 하란 말이겠지요.

이런 것 초상권 침해가 아닌가요?

 

4시 40분에 지우시앙 동굴을 출발했으니 2시에 도착하여 약 2시간 남짓 구경한 셈입니다.

그래도 싸게 둘러보았으니 만족합니다. 더 구경하라고 해도 숨이 차고 힘들어 피곤합니다.

6시 20분 마지막으로 황가 의원이라는 곳에 도착하여 발마사지를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무료로 받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약을 파는 곳입니다.

가운을 입은 사람이 들어와 뭐라고 하지만 차라리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게 이럴 땐 편리하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발아래에는 플라스틱 대야에 비닐을 깔고 뜨거운 물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는 누런 가루를 물 안에 뿌리고 잠시 후 젊은 선남선녀들이 들어와 발마사지를 해줍니다.

하루 종일 동굴 속을 돌아다녔으니 아주 션~ 합니다. 

 

잠시 후 가운을 입은 정체불명의 여자가 다가와 진맥을 빙자하여 佳人의 손목을 슬며시 잡습니다.

무료 발마사지 받은 비용으로 손목 한 번 잡혀주지요. 뭘~ 

그리고는 혓바닥도 내 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난 우아하고 섹시하게 입을 벌리고 "메롱~"했습니다.

옆에 같이 한 중국인이 가운녀에게 "한궈런이야~~" 하니 뻘쭘해서 그냥 가 버립니다.

메롱~ 한 번 하고 뜨거운 물에 발마사지만 했습니다.

 

7시 30분 춘성로 도착. 이곳은 어제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갈 때 지났던 길이라 쉽게 숙소로 갈 수 있었습니다.

중국 1일 관광객에게 끼어 하루를 보람차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투어비를 지불할 때 문제가 약간 생겼다.

숙소에서 얻은 정보로는 70위안/1인이라고 들었는데 100위안을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80원에 합의를 보았습니다.

한국 초보 배낭여행자가 중국에서도 여행비를 깎다니.... 나 원 참!!!

 

나중에 보니 입장료만 90원에 동굴에서 입구로 올라오는 리프트 비용이 별도로 30원이었습니다.

외국인은 쇼핑을 거의 하지 않기에 여행사가 손해가 납니다.

다음부터 외국인 배낭여행자는 받지 않겠다고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밤에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는 데 10여분이 지나자 갑자기 온수가 끊기고 찬 물만 나옵니다.

중국의 온수 사정은 별로 시원치 않은 모양이군요.

이미 몸에는 비누로 범벅인데 어쩌란 말입니까? 

 

찬물로 대충 헹구고 얼른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감기가 걸려 여행 내내 콧물과 고열로 고생을 하였습니다.

여행 초반에 걸린 감기는 샹그릴라까지 따라다니더군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인들 틈에 끼어 여행을 처음 해 보았습니다.

그들 눈에는 말도 통하지 않은 이방인이 여행 다니는 모습이 무척 신기한 모양입니다.

서로 알려주고 가르쳐주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젊은 사람은 한류의 영향인가요?

한국어 인사는 기본으로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