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테라스와 왕의 광장

2008. 12. 31. 19:33동남아시아 여행기/시엠립 배낭여행

바푸온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넓은 광장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왕의 광장이다.

여기부터 이어지는 300m가 넘는 테라스가 코끼리 테라스라고 부르는 멋진 곳이다.

예전 왕궁으로부터 왕의 문을 통하여 이어지는 T자형 모습이다.

 

이곳의 테라스 아래는 코끼리가 조각되어 있기에 그리 부른단다.

예전 이곳에서 국가 공식행사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외국의 사신들을 이곳에서 접견을 할 때 기 팍~ 죽으라고....

 

코끼리를 한번 보자.

이런 실물보다도 더 큰 코끼리가 여기에는 무수히 많다.

장말 대단하다.

그들은 벌써 오래전 부터 국가의 주요 행사를 하기 위해 우리의 여의도 광장만큼 큰 광장을 만들었다.

이런 곳에 이 정도 규모의 대형 광장을 만들었다는 것은 국력을 이웃 나라에 널리 알리고

폼도 제대로 잡았던 나라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코끼리가 금방 튀어 나올듯한 자세다.

테라스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 양쪽에도 코끼리...

코끼리가 코로 연꽃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다.

상아는 비싼값에 이미 밀렵꾼들에게 절단이라도 당했단 말인가?

 

이런 코끼리 군단의 행렬이 테라스 아래에 연속으로 가득 조각되어 있다.

잠시 이곳에 서서 예전의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자.

여러분들도 佳人과 함께 구경합시다.

안 보인다고요? 마음의 창을 열면 보실 수 있습니다.

 

아마 예전에 전투에 출정식을 하거나 승리 후에 이곳에서 환영식을 할 때 광장을 가득 메운 군사들과

말이나 코끼리를 탄 장수들 그리고 환영 인파.

그리고 뽀얀 먼지 속에 창 칼이 부딪히는 소리, 말 발굽소리와 코끼리의 울부짖는 소리.

이곳에서는 상상만 해도 흥분이 되지 않겠는가?

광장의 크기로 보아 당시에 이곳 주위에 100만명이 살았다는 게 허세만은 아닌 듯싶다.

 

앙코르 제국 만만세~ 자야바르만 7세 천천세~~ 하며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들이 소리 지른다. 

이때 자야바르만 7세는 로열박스 위에서 비단옷에 황금으로 수를 놓은 곤룡포를 입고 아주 만족스러워

하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그러면 소란스럽던 광장은 일시에 침묵이 흐른다.

역시 폼 난다.

 

"앙코르는 짐의, 짐에 의한, 짐을 위한 제국으로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야바르만 7세는 건방지게 천천히 손뼉을 친다.

아주 천천히.... 짝... 짝... 짝....

그러면 다시 이 광장은 일시에 환호와 우렁찬 구호 소리가 들린다.

 

"자야바르만 7세여~~ 숲 속에 들어가면 숲을 볼 수도 없고 숲을 그릴 수도 없다네.

열반경에 이르기를 집착하는 까닭에 탐욕이 생기고 탐욕이 생기는 까닭에 얽매이게 되며  얽매이는

까닭에  생로병사와 근심, 슬픔, 괴로움과 같은 갖가지 번뇌가 뒤따르는 것이다"라고 했다네.

 

그대 말년에 많이 아팠다며?

아프지 마시게나...

나이 들어 아프다는 것은 무척 슬픈 일이라네.

아무리 오래 살면 뭐하겠는가?

수명도 건강수명이 중요하다네.

건강하지 못하며 오래 산다는 일은 후손들에게는 큰 짐을 지우는 일이며 자신도 무척 괴로운 일이라네.

그대 아시겠는가?

 

이어서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이곳 앙코르 왕국에는 비틀스 보다도 더 유명한 락 그룹이 있었다.

이들이 공연을 할 때는 이곳 광장에 백만 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락 그룹 이름이 바로 난공불Rock이라는 이름의 락 그룹이라고 했던가?

자야바르만 7세가 이곳 앙코르 톰이 영원히 외세의 침범당하지 않고 온전하게 지켜지기를 바란 것과도

일치함으로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조금 더 가까이....

지금은 퇴색이 되고 풍화작용에 마모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감히 눈을 뜨고 바라보기 어려웠겠다.

돌을 쌓아 만든 석벽에 코끼리와 전쟁터로 나가는 장군들의 모습이 연속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외국에서 온 사신들도 접견했으리라.

그들이 이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천여 년 전에 이들은 벌써 이런 국가 행사를 하는 대형 광장을 만들었다.

 

이 지역을 외국인으로 처음 방문했던 프랑스 뷰오 신부의 이야기를 듣고 앙리 무어가 처음 이곳을 왔을 때

이 지역에 사는 크메르 사람은 앙코르 톰을 "숲 속에는 안개 코끼리를 탄 왕자와 울고 있는 여왕의 유령이

있고 수십만이나 되는 남녀 유령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곳에는 수백 년 동안 신의 저주가 내려져 있어요.

제발 가지 마세요. 우리 할아버지도 그곳을 다녀온 다음 날 돌아가셨습니다."라며 두려워했단다.

 

그러니 이미 그들은 왕의 광장에 있는 코끼리 조각상을 보았고 압사라를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오랜 세월 사람이 발길이 끊어진 체로 있다 보니 폐허로 변해있고 말라리아나 다른 이유로 죽어도 저주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게 아니었을까?   

 

그곳을 지나 북쪽으로 조금 더 나아가는데 어디서 "난~ 공 불  樂~~ 짝~ 짝짜~ 짝짝~~"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위를 실 펴보니 저기 로열 박스 아래는 비쉬누 신의 자가용이라는 가루다가 단체로 소리치고 있다.

佳人 : "오잉~ 이거 표절이 아닌가?"

 

바로 2002년 월드컵 때 우리가 열광했던 바로 그 구호가 아닌가?

얼핏 멀리서 바라보니 꼭 잘못을 저지르고 벌 서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모두 손을 높이 들고 난~ 공 불 樂~~~ 을 합창하는 가루다들이 단체로 모여있다.

 

벌 서고 있는 가루다 위에는 역시 나가상이 고개를 바짝 쳐들고 날씬한 허리를 자랑한다.

남쪽에서 중앙 계단으로 이어지는 코끼리 테라스 사이에 작은 계단이 하나 있는데 그곳까지 코끼리가

벽면을 장식하고 그 이후부터는 가루다가 장식되어 있다.

 

이곳이 로열 박스로 올라가는 중앙계단이다.

이 계단은 원래 아무나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개도 올라 다닌다.

가루다가 손으로 테라스 기단을 떠 받들고 그 위에는 사자상이 양쪽으로 있다.

그 뒤로는 나가상이 로열박스로 이어지는 곳에 또 있고.

 

佳人도 위로 올라가 한번 내려다보자...

내려다보니 역시 목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데 전혀 낯설지가 않다......

예전에 佳人이 이곳에 서서 내려다보며 호령했던 기억이 문득 떠 오른다.

아~~ 이런... 佳人도 어느새 데자뷔 현상에 물이 들었나 보다.

 

앞으로는 동쪽이며 승리의 문이라는 곳으로 바로 연결되며 예전에 숙적인 참파 왕국이 있었던 배트맨들의

고향인 베트남 사이공으로 연결된다.

사이공은 한자로 서공(西貢)의 베트남식 발음이다.

글자의 뜻은 서쪽에다 바친다는 뜻이다.

 

무슨 말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무엇을 왜 서쪽에 바친다는 말인가?

당시의 서쪽이란 서양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 것이다.

사이공에서 서쪽이란 바로 이곳이다.

지금은 호찌민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아직도 그들은 사이공이라는 지명을 사용한다.

 

당시에 사이공은 조그만 어촌에 불과했다.

사이공은 불과 300여 년 전에 프랑스에 의하여 만들어진 신흥 도시나 지금은 베트남 최대의 도시다.

하긴 중국의 상하이라는 대도시도 불과 100여 년 전에는 작은 시골 어촌에 불과했다. 

 

아마도 이곳에는 예전에 황금지붕으로 만든 멋진 누각이 있었을 게다.

지금은 세월의 흐름에 나무로 만든 누각은 사라지고 돌로 만든 테라스만 남아 있지만.....

앙코르의 왕들은 이곳에서 동남아시아를 호령했을 것이다.

수많은 양산과 시종들의 호위를 받으며....

광장 앞에는 뿌라삿 쑤오르 쁘랏이라는 12개의 탑이 보인다.

 

다시 내려와 중앙계단 북쪽 오른편으로 가서 보면 이런 모양이다.

이곳은 가루다가 테라스 아래를 장식했다.

왜 건너편은 코끼리가 있다고 코끼리 테라스인데 이쪽은 가루다가 있는데 가루다 테라스라고 하지

않는다고 가루다들이 집단으로 투덜거린다.

 

이 테라스가 끝나는 부분에는 이런 전쟁 장면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

전쟁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스포츠 경기하듯 즐긴 앙코리안들이다.

난공불樂.

그러나 그들의 꿈도 그냥 물거품으로 끝나고 말았다.

윗단에는 주로 말을 탄 기병의 모습이고 아랫단에는 보병의 모습이다. 

 

가루다를 압박하는 또 코끼리다. 

이래도 가루다가 투정을 부릴 건가?

그래서 옆에서 계속 손들고 있으라고 했다.

 

테라스가 끝나는 곳에 이렇게 샛길이 있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자전거를 타고 삐메아나까스가 있는 곳으로 그냥 달려갈 수 있다.

 

우리는 건너편 나무 밑에다 자전거를 묶어 놓고 북 끌레앙과 문둥이 테라스로 올라간다.

문둥이 테라스 아래는 볼게 참 많다.

 

우선 북 끌레앙이다.

창고로 추정되는 건물이라 한다.

이웃나라나 지방 정권에서 받은 조공 물품을 검사하고 임시로 보관했다고 추정되는 창고가 보인다.

혹시 당시에 흘린 조공 물품이라도 있는가 찾아보자.

 

이곳에는 혹시 참파 왕국에서 보낸 조공품인 베트남의 특산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야바르만 7세 때 참파 왕국은 이곳을 먹기 위해 "못 먹어도 고"를 외치며 침공했다가 톤레삽 수전에서

오히려 피박에 광박에 쓰리 고까지 당하며 대패를 하고 베트남 남부지역은 앙코르 제국의 지배를 받고

살아왔으며  지금도  영토분쟁이 되는 곳이다.

 

당시 참파 왕국은 이곳을 침공했다가 자야바르만 7세와의 톤레삽 수전에서 참패를 하고 오히려 역공까지

당하여 자신들의 수도인 빈딘 지역까지 함락이 되고 참파의 왕까지 볼모로 잡히는 수모를 당했단다.

이 결과 국력이 급속도로 약화되어 근근이 유지하다 북으로부터 세력을 키운 비엣족에 의하여 지구 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비운을 맞이한다. 

못 먹어도 고는 함부로 하지 말자.

 

이제 다시 나와 테라스 북단 끝으로 간다.

이곳에는 석벽에 부처님의 부조로 가득 메웠다.

역시 자야바르만 7세의 냄새가 난다.

자야바르만 7세가 만든 부처상은 우리가 만든 8만 대장경과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 옆 석벽에는 그들의 생활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앙코르제국의 전국 체육대회의 모습이다.

가운데 엎드린 자세는 바로 지금도 하는 탑 쌓기와 같은 자세다.

 

그 오른편에는 단체 마스게임에서 국민 체조인 팔다리 운동의 자세를 하고 있다.

엎드린 사람 뒤로는 배구 경기의 강 스파이크 장면이고 핸드볼인가? 그 왼편에는 우리의 씨름과 유사하게

샅바를 잡고 서로 겨루기를 하는 장면으로 오금 걸기의 기술이다.

 

앙코르 왓보다 앙코르 톰이 더 우리에게 친근감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적이고 실제로 그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공간기능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신전의 모습은 딱딱한 인상을 주나 이렇게 실생활에 이용된 공간은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곳의 문제점은 그늘이 전혀 없다는 점뿐이다.

미리 모자나 선글라스 등을 준비하여 돌아보아야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돌아본 길이다.

테라스를 중심으로 앞쪽만 살펴보았다.

 

내일은 코끼리 테라스 위로 올라가서 문둥이 왕 테라스까지 살펴본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안데스 산맥에 사는 콘도르는 날갯짓을 않는다. 

그냥 바람을 탈뿐이다.

콘도르는 24시간을 하늘에 머무르며 잠을 자면서도 비행한다.

어이~ 가루다~ 너도 그렇게 할 수 있어?

못하지? 그럼 계속 벌 서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