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티아이 쌈레 동문

2008. 12. 28. 21:29동남아시아 여행기/시엠립 배낭여행

이제 반티아이 쌈레의 동쪽 고푸라 문을 통해 테라스가 있는 밖으로 나온다.

뒤로 돌아서 한 컷...

아주머니들~~~ 많이 덥쥬~~

지금 바라다 보이는 이 문이 원래 출입문이고 가운데 큰 문은 수리야바르만 2세만 드나들려고 만들었으나

이 사원이 완공되기도 전에 그는 그렇게 좋아하던 비쉬누 신 곁으로 영원히 가고 말았다.

아마도 거대한 앙코르 왓을 건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니 미니어처로 리틀 앙코르 왓으로 생각하고

만든 모양인데 그것마저도 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그렇게 크메르 역사상 최초로 강력한 통일국가를 이루었던 그도 자식을 두지 못했단다.

그러다 보니 앙코르 왕국은 다시 여러 나라로 나뉘어 혼란을 겪게 되고 내분에 휩싸이게 되었단다.

게다가 참파 왕국의 침공을 받아 국가의 존망은 풍전등화에 빠지고......

 

이런... 

그늘 밑에서 서양 단체 관광객들이 잡담을 나누고 있다.

여기까지 와서 구경은 하지 않고 왜?

하긴 날이 덥기는 덥다. 

 

반티아이 쌈레에 가면 이곳 동문 쪽 테라스는 빠뜨리지 말고 꼭 보자.

동문에서 사원으로 들어오는 이곳 테라스는 정말 멋진 곳이다.

비록 폐허에 가깝게 버려진듯한 유적이지만 이곳도 신경 써서 만든 듯....

 

처음 만들었을 때의 해자 위에 떠 있을 십자형의 난간의 멋진 모습이 상상된다.

물이 더 채워졌더라면 반티아이 쌈레가 정말 수상 신전이라고 널리 알려졌을 텐데...

많이 부서졌지만, 미루어 짐작하건대 정말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을까?

 

해자 위로 테라스가 있고 양 방향과 예전에 주 출입구였던 동문에는 멋지게 생긴 사자 두 마리씩 있다.

곧게 뻗은 이 길에는..... 지금 고요한 정적을 깨는 화재경보기보다 더 시끄러운 매미소리만.... 

그런데 뒤를 돌아보면?

 

한참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었지만 아직 그들은 그늘 밑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다.

저러다가 누군가 "이제 갑시다"하면 시원한 에어컨 버스를 향하여 갈 것이다.

그리고는 고향에 돌아가 반티아이 쌈레는 별로 볼 게 없다고 이야기하겠지....

사실 날이 더운 이곳에서 해자 위에 살짝 떠있는 다리와 저런 큰 나무가 주는 그늘이 얼마나 시원한지....

 

꽁지 빠진 사자상...

누구냐? 꼬리곰탕을 해 먹은 사람이?.

탄력 있는 엉덩이..

발목에 선명한 아킬레스건..

늘씬한 허리..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의 헤어 스타일....

앙코르제국 번성기에 만든 사자상은 초기와는 다르게 정말 멋있다.

 

이곳 앙코르 유적의 사자상은 꼬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아유타야 왕국의 침략을 당했을 때 샴족이 크메르족의 숨통을 끊으려고 꼬리를 대부분 훼손을

했으며 심지어는 수놈 사자의 거시기를 거세해 버리기까지 했단다.

 

일본의 강점기 시절 그들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산에다 쇠말뚝을 박은 일과 같은 짓거리다.

그런 이유일까?

크메르족의 앙코르제국은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지 않은가?

 

그래서 佳人이 사자에게 물어보았다. 

佳人 : "임마~ 너 클레오 파트라를 짝사랑하지?"

사자 : "그냥 냅도유~~ 거세당한 내 맘을 알기나 하세요? 힘도 못쓰는 나에게 클레오 파트라가 무슨......"

佳人 : "그래 위용을 자랑하다 졸지에 내시 사자가 되어 버린 네 맘을 내가 왜 모르겠니?"

천년 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자기에게 위로의 말을 걸어준 첫 번째 사람이란다.

 

그래서 佳人도 사자와 같은 자세로 밀림을 바라보았다.

"클레오 파트라는 어디 있는겨~~"

그런데 그냥 서서 바라보나 같은 자세로 바라보나 숲 속은 똑 같에 똑 같에~~

그런데 우리 마눌님 카메라에 딱 걸렸다.

아무도 없는 유적에서  佳人은 이러고 돌아다녔다.

 

그래야 조금 덜 적적하고 또 당시에 그들의 생각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니까....

그런데 옆에 사자가 구시렁거린다.

"거세당해보지도 않은 인간들이 우리 마음을 알기나 할까? 클레오 파트라는 화중지병인데......."

 

佳人 : "어쭈구리~~ 이놈 봐라~ 문자 쓰고 있네? 너 화중지병이 뭔지나 알고 하는 소리여?"

사자 : "내가 왜 몰러? 거세당해 이렇게 <화가 중해지면 지가 병이 안 나고 우짤껴~?라는 말이 아녀?"

佳人 : "오잉?????? 그거 말 되네~ 너 참 잘났다"

 

비록 꼬리도 사라지고 머리도 파손이 되었지만 볼륨감 넘치는 엉덩이와 다리는 아직 건재하다.

천년을 묵묵히 버텨온 사자의 다리는 앞으로도 만년은 더 버티지 않을까?

그러다가 옆을 쳐다보니 해먹에 누워 오수를 즐기는 원주민...

 

참 시원하게 잘도 잔다.

이들의 낮잠 사랑은 앞으로도 우리를 자주 놀래킨다.

그대... 그곳에서 잠을 자다가 석상이라도 되면 어쩌시려는가?

 

여기서 佳人은 곧게 뻗은 동문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날이 더워 이렇게라도 해야 시원하니까...

동문을 바라보고 늠름한 자세로 천년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자도 역시 꼬리가 없다.

그래도 앙코르 전성기에 만든 사자상은 초기에 만든 사자상 보다 훨씬 균형미도 있고 멋지다.

시대별로 사자의 변화되는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뒤로 보이는 동문에서 들어오는 길 양쪽으로 수로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예전에 왕과 그 신하들이 이 길을 통해 들어올 때 길 양옆으로 개울물이 흐른다고 상상해보자.

얼마나 멋진 광경이랴.....

금방이라도 "바르만 마마 납시오~~"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이제 외벽을 따라 남쪽으로 돌아본다.

부서진 붉은 라테라이트 외벽 사이로 앙코르 왓 성소 탑의 짝퉁이라는 중앙 성소 탑이 힐끗 보인다.

 

남문 고푸라 문 쪽으로 간다.

예전에 이곳도 물에 잠겨 있었을 듯.....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에는 오히려 사원보다 지면이 다 높게 되어 있다.

 

남문 고푸라 문.

그 옆에 창문의 연자 창살도 홀수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물소~~  너는 유적 출입증이 있는겨? 난 3일권을 오는 끊어 들어왔는데...." 

툭툭 기사를 포함하여 모든 캄보디아 국민들은 출입증이 필요 없단다.

입장료는 외국인에게만 받는다.

 

남문에서 서문 쪽 모퉁이에 물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더운 나라에서 검은 가죽 털코트 옷을 입은 녀석은 물소뿐이다.

그래서 시원한 물속에서 사나 보다.

불쌍한 녀석....

더운 나라에서 검은 털 코트까지 입고...

 

위 사진을 찍고 있는 佳人도 찍혔다.

물소의 자세를 보면 아마도 동시에 찍었을 것이다.

 

여기서 하교하는 초등생들을 만났다.

佳人 : "얘들아~~ 너희들 이름이 뭐니?"

알라 : "원  달라"

佳人 : "아~~ 그럼 네 성이 元 씨구나~ 이름은 達羅..  그럼 네 친구 이름은?"

알라 : "원 달라"

佳人 : "너도? 그럼 쌍둥이니?"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 성이 원 씨에 이름은 달라로 똑같다.

 

왜 캄보디아 아이들은 대부분 원 씨일까?

이곳을 다니다 보면 "원 달라"라는 말로 모든 대화가 통한다.

서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주위보다 높다.

예전에는 양쪽에 물이 들어차 있었으며 입구 보도만 이렇게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을 것이다.

 

위는 서문 입구 고푸라 문이다.

아래 사진은 문틀 위의 부조물이다.

왼편은 문신을 한 악마군단이고 오른쪽은 원숭이 군단이 보이는 게 이곳도 랑카의 전투 장면인 듯하다.

 

다시 서문을 통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있는 고푸라 문의 문틀 위 사진이다.

명상에 잠긴 쉬바의 모습...

너 또 졸고 있는 거 아녀?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다시 나와 외벽을 끼고 밖으로 걸었다.

 

아이들에게 볼펜 한 자루씩 나누어 주고 이제 우리는 이곳을 떠난다,

이곳이 예전에 일반인들이 드나들었다던 서문 방향이다.

 

10시 35분에 도착하여 40분 정도 돌아보았다.

이곳은 반티아이 스레이처럼 아름다운 부조는 없다.

그러나 균형미라든가 물속에 세운 사원의 모습이라는 독특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사체의 변신"이라는 으스스한 쁘레 룹이라는 곳으로 간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한 해가 시작되면 우리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들은 사실 한 살 줄어든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세상의 일이란 같은 일을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

여행에서 느끼는 것도 보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느낌은 자기만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