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짜를 더 재미있고 맛나게 먹는 방법

2008. 12. 26. 00:35동남아시아 여행기/베트남 종단 배낭여행

오전에 밧짱에서 돌아와 버스를 내려 구 시가지로 향하고 있었다.

길을 걷는데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데 천막을 치고 길거리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나도 모르게 고기 굽는 냄새에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주인아주머니 :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마침 배가 고플 시간이라 우선 무조건 들어갔다.

佳人 : "얼마유?" 이제 이곳에서는 항상 먼저 가격을 확인하고 먹는다.

매일 아침 길거리에 앉아 먹었던 쌀국수도 어제 가격이 다르고 오늘 가격이 달라 혼란했기에 먼저 가격을 확인한다.

그때그때 가격이 환율 변하듯 주가 오르내리듯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주인아주머니 : 열 손가락을 두 번 폈다 오므린다.

이 말은 20.000만 동이라는 의미겠지?

佳人 : 브이자를 그리며 "두 개 주시우...."

목욕탕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란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말과 手談으로 거래 성사.....

佳人 : "많이 주슈~"

주인아주머니 : 고개를 끄덕거리며 웃는다.

아마 빨리 달라는 말로 알았을까?

내 말 뜻을 알기나 하고 웃을까?

 

잠시 후 쌀국수와 국물과 고기를 접시에 담아가지고 온다.

그런데 고기가 다진 고기고 양념을 하여 무슨 고기인지 알 수가 없다.

마치 우리나라의 완자처럼 그리고 동그랑 땡처럼... 

 

우선 고기 한 점 먹어보니 입에서 녹는다.

우리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맛있다.

佳人 : "이거 무슨 고기로 만들었수?"

아주머니 : 그냥 웃기만 한다.

佳人 : 고기를 가리키며 우리말로 또박또박 "무. 슨. 고. 기."

아주머니 : 또 웃는다.

 

또박 또박 말한다고 아주머니가 우리말을 알아들을까?

佳人 : "음메~~ 에~~"

아주머니 : @#$%&

佳人 : "멍멍~~"

아주머니 : &%$#@

佳人 : "꿀 꿀~~"

아주머니 : @#$%&

佳人 : "꼬꼬댁~~"

식당은 갑자기 동물농장이 되었다.

 

보다 못한 울 마눌님 : 메모지와 볼펜을 꺼내고 고기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한다.

이제부터 수담과 의성어를 떠나 그림으로 그리는 畵談에 들어간다.

아주머니 : 고기 그림을 그린다.

아주 신중한 자세로....

마치 그림에 몰두한 畵仙처럼...

 

그런데 "아주머니 입고 있는 윗옷이 혹시 잠옷 아니우?"

"잠옷 맞지? 그렇지?"

야시시한 꽃무늬 최신 칼라 뉴 패션~~

사실 동남아시아 여자들은 잠옷바람으로 길거리를 잘도 돌아다닌다.

그런다고 꽁안이 잡아가는 것도 아니고....

이는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국도 마찬가지다.

 

드디어 그림이 완성되었다.

위의 그림이 아주머니의 작품이다.

울 마눌님 : 나를 쳐다보며 "혹시 개고기 아니야?"

佳人 : "설마~~ 개는 아니고 토끼나 고양이 고기가 아닐까?"

 

울 마눌님 : "소는 아닐까?"

佳人 : 꼬리를 보면 여우 같은데?"

우리 부부는 잠시 동안 패닉 상태가 되었다.

이거 혹시 여우 고기 먹은 게 아닐까?

 

잠자코 쳐다보다가 울 마눌님이 밑에다 다시 그린다.

아주머니 : 울 마눌님이 그리는 그림을 쳐다보다가 완성도 되기 전에 맞다고 박장대소를 하며 손뼉을 친다.

그리고 밑에다 베트남 말로 돼지라고 쓰는 것 같다.

꽃 돼지가 웃는 눈도 완성되기 전에 이렇게 서로 완벽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

식당 안은 갑자기 웃음과 박수소리로 화기애애해진다.

 

위의 돼지는 베트남 돼지고 아래 돼지는 한국 돼지다. 

佳人 : "아주머니~ 미술시간에 주무셨수?"

그리고 아주머니 화룡점정을 한다.

제일 위에다 분짜라는 글을 쓰며.....

우리가 먹은 것이 바로 맛있다는 베트남 분짜 요리였다.

여러분들도 아무 편견 없이 위의 그림만 보고 돼지라고 금방 알아보시겠소?

여우라면 몰라도....

꼬리를 보면 절대로 돼지가 아니다. Never!!!!!!

 

베트남 돼지와 한국의 돼지는 이렇게 다르다.

그러나 맛은 똑같다. 

여러 부 우우운~~

밥 먹다 말고 소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돼지 우는 소리, 닭 우는 소리 내며 그림까지 그려가며

식사해 보신 적이 있수?

나 해 봤수~~

 

언어 소통 문제?

그까이꺼....

맛나게 먹는 데는 아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동물 농장 소리 내며 먹으면 더 맛있다.

또 다른 의사 방법....

 

이것으로 오늘 점심은 완벽한 마무리.

향채(향이 강한 이곳의 채소)는 빼 주세요.

그러나 우리는 오늘부터 향채를 맛있게 먹기로 했다.

우리의 깻잎도 사실은 향이 강해 외국인들은 잘 먹지 못한다.

모든 지역의 음식은 다 그 지역 풍토와 완벽한 매치가 되기 때문에 먹는다. 

身土不二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식당 위치는 아래 지도 참조.....

그곳에 가면 맛있는 분짜를 동물농장 소리를 내지 않고도 20.000동에(1.700원) 먹을 수 있다.

절대 여우나 개고기가 아니다.

그건 佳人과 울 마눌님과 미술 실력이 아주 시원치 않은 주인아줌마가 보증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야시시한 잠옷 패션의 아줌마와 佳人은 마주 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지었다.

다음에 다시 오라는 눈빛으로 佳人에게 인사를 한다.

아마도 우리 부부도 평생 잊지 못할 점심을 먹었지만 베트남 아줌마도 우리 같은 고객은 평생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려운 손님이었으리라.

 

말이 통하지 않지만 이렇게라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직도 20일이나 더 남았다.

여러분들도 걱정되쥬?

 

야시시한 잠옷 뺘쑝의 아줌마~~

佳人이 오늘 아줌마 식당 선전해 드렸수~~

혹시 나중에 가면 고기 한 점 더 얹어 주슈~~

알라뷰~~

 

이렇게 오늘은 길을 걷다가 말이 전혀 통하지 않은 길거리 식당에서 처음으로 분짜라는 음식을 먹었다.

그림도 그리고 동물 소리도 내며 먹은 음식이기에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베트남 음식이다.

분짜라는 베트남 음식을 평생 처음 맛보며...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미술시간에도 졸면 안 된다.

미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돼지를 그리려다가 여우를 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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