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의 저녁

2008. 12. 18. 00:27동남아시아 여행기/베트남 종단 배낭여행

오늘 아침에 숙소를 나와 길을 걷는데 누가 뒤에서 "오겡끼 데스까?" 한다.

뒤를 돌아보니 웬 여자가 불쑥 인쇄물 한 장을 내민다.

펼쳐보니 일본어로 된 하노이와 구시가지의 자세한 지도에 맛집, 가격 그리고 환전 요령 등 잘 만들어진

아주 큼지막한 지도를 내민다.

일본인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지도였다.

佳人은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다.

하노이에 있는 동안 최고의 정보지가 되었다.

길을 가다가 태극기를 발견했다.

건, 곤, 감, 리의 4궤가 틀리게 걸려있어 들어가 뒤집어 제대로 해 주고 나왔다. 

 

여행 내내 만나는 사람마다 일본인으로 오해받고 또 중국인으로 오인해 "니 하오"하면 佳人도 헤어질 때

"짜이 지엔"하고 인사했다. 

"헬로~"하면 "하이~" 하고 영어로, "안녕하세요"하면 한국인으로 행세하고 다녔다.

 

많은 비로 호안끼엠 호수 가운데 있는 거북섬이 거의 물속에 잠겨있다.

거북이가 "살려줘~~"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호수의 내력은 인터넷으로 뒤지면 다 나온다. 

 

어떤 경우는 길거리를 걷는데 외계인 말처럼 들리는 현지어로 佳人에게 길을 묻기도 한다.

佳人이 베트남 사람처럼 보였나 보다......

佳人 : "신 짜오"하며 웃었다.

이 정도면 佳人도 5개 국어를 한다?

아니다.

독일 사람을 만났을 땐 "굿텐 타그"라고도 했다.

이곳 베트남 여행자 중 대부분은 프랑스 사람들이 차지한다.

그들에게는 "봉쥬르~"하고 인사를 했다.

역시 세상은 하나의 세계임을 실감한다.

봉쥬르 일행들이 단체로 시클로를 타고 비닐로 앞을 가리고 구경 다닌다.

佳人은 오히려 그들을 구경했다. 

 

성 요셉 성당을 나와 하노이의 심장인 호안끼엠이라는 還劍 호수를 걷는데 아이스크림 가게가 눈에  띈다.

이거 아이들에게 먹지 말라는 불량 얼음과자 맞죠?

 

종류가 여러 가지다.

이럴 땐 1분만 기다려라.

어린애들이 틀림없이 온다.

그 애들이 사 먹는 같은 것으로 고르면 선택의 끝~~ 

 

울 마눌 : 아이들 사는 아이스크림 가르키며 손가락을 두개 펴며 "두 개 주슈~~".

가게 주인 : 두개 준다.

그러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아이스 크림 산다.

돈은 그냥 손가락으로 3개를 펴면 3.000동이다.

날씨가 비가 오는데도 덥다.

아이스크림이 션~~ 하다.

佳人 : 그냥 맛나게 먹기만 하면 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에서 아이스 크림 사 먹는 이런 짓을 하지 못했다.

 

호안끼엠 호수 북쪽 끝에 위치한 화룡관이라는 한글 간판이 걸려있는 큰 건물...

배낭 여행자들의 위치 선택의 지표가 되는 곳이다.

60년 만의 폭우로 호수의 물이 도로로 넘쳐난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며 오히려 비를 즐기며 논다.

親   水   性  알라들..... 

이미 호숫가의 벤치들은 모두 물속에 잠겨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화룡관이 있는 건물이다.

호수의 물이 반대로 넘쳐흘러 도로로 나오면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왼쪽에 보이는 분수의 물줄기는 꼭 덜수의 오줌 줄기 모양 약하다. 

 

걸어서 동쑤언 시장으로 왔다.

케밥이라고 반미 빵의 배를 반으로 갈라 그 사이에 사진에 보이는 고기를 얇게 썰어

야채와 함께 넣고 드레싱 같은 것을 뿌려 먹는 먹거리다.

이거 하나면 한 끼로 충분하며 맛 또한 은근히 좋아 여행 내내 길거리에서 자주 사서 먹으며 시간도 

절약하고 다녔다.

우리 부부는 식사량이 많지 않아 1개로 둘이서 한 끼의 식사로 충분했다.

 

佳人 : "케밥 만드는 것.......  사진 좀 찍어도 되겠소?" 하며 카메라와 케밥을 가리킨다.

그 녀석 : 하던 일을 멈추고 아예 폼을 잡고 서며 "잘 좀 찍어 주슈~~"한다.

사실 만드는 것을 찍으려고 했는데 초상화 영정 사진 찍으란다. 

울 마눌님 : 웃으며 "그게 아니야~~ 이 케밥 사장님아~~"

그 녀석 : "저 잘 생겼쮸~~ 울 엄니가 저 잘 생겼데유~~"

佳人 : "그래 잘 생겼다. 어디 엄니만 그러시겠니?"

기다란 쇠로 만든 봉에 고기를 끼워 빙글빙글 돌리면 옆에 가스불이 있어 구워진다.

그러면 그 고기를 얇게 썰어 야채와 함께 빵 사이에 끼워 먹는다.

 

아~~

이 집도 상호가 있구나...

카페 괴테? 

 

15.000동 주고 하나 산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실질적으로 여행 첫날이다.

너무 긴장했나 보다~~ 점심 먹는 걸 잊어버렸다. 

하긴 연식이 오래되어 보링을 위하여 낯선 나라, 낯선 거리를 난생처음으로 배낭 메고 헤매고 다니다

보니....

 

오늘, 그 녀석은 한국의 佳人 블로그에 광고를 한 셈이다.

동쑤언 시장 정문 왼편에 가면 그 녀석을 만날 수 있다.

다음에 다시 그곳에 가면 광고료를 받을까보다.....

"고기 더더더더더더~~" 하면 더 넣어 준다.

음주 단속할 때 경찰관들이 하는 더더더더더도 이곳에서는 고기를 더 넣어 먹을 수도 있더라.

"그것 노. 이것 오케이"하면서 내용물도 조절 가능하다. 

 

이제 서서히 야시장을 개장할 준비를 한다.

일주일에 토요일과 일요일 두 번만 선다는 야시장.... 

 

그런데 비가 또 퍼붓는다.

하노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누가 하늘에서 양동이로 퍼붓는다. 

 

비 맞고 야시장 구경해? 말아~~

이미 신발은 물에 젖어 이제는 물이 신발 안에서 밖으로 나온다.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서는 유명하다는 가물치 요리 전문점인 짜까라봉이라는 음식점 앞에서......

먹었느냐고?

그냥 사진만 찍었다.

배낭여행자가 한 끼에 70.000동(6.000원/1인분)의 거금을 쓰기에는...

가물치를 뚝딱 해치우고 나와서 이빨 쑤시는 외국 여행자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만 보면서....... 

 

이렇게 불쌍한 배낭 여행자의 둘째 날 밤은 짜까라봉의 가물치 냄새만 맡고 쓸쓸히 발걸음을 숙소로

돌리며 언젠가는 佳人이 "너를 먹을 게야~~" 하고 다짐만 했다.

 

오늘 하루 이동경로로 호아 로에 점심때 갔다가 문을 닫을 시간이라 입장 불가로 그곳 아래쪽에 있다는

한국 문화원을 2시간 동안 찾다가 헛 걸음하고 다시 올라왔다.

사실 간단하게 표시했지만 골목길은 모두 헤매고 다녔다.

주소만 챙겨 갔으면 쉽게 찾았을 텐데.....

나중에 찾았지만 한국 문화원은 띠엔 꽝 호수 왼편이 아니고 오른쪽 끝부분에 있었다.

그러니 옆동네에 가서 엉뚱한 짓거리만 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길을 물어보았으나 모두 모른다였다.

그러나 이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그곳을 찾아주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젊은 친구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영어가 가능한 자기 친구에게 연락하고 직접 통화도 시켜주더라...

관광객을 상대하지 않는 일반인들을 만나보라.

그러면 좋은 인상만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구 시가지도 간단히 표시하였으나 모든 도로를 이 잡듯이 샅샅이 뒤지고 다녀 거의 모든 길이

佳人의 손안에 들어왔다.

이 이후에 가시는 분들은 이곳에서 "이"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잡듯이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첫 배낭여행인 우리 부부의 첫날은 이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접었다.

 

글 쓴이: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 난생처음으로 영정사진 찍었다.

서로 간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영정사진도 찍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