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장미꽃을 바친 손에는

2022. 9. 23. 00: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  남에게 장미꽃을 바친 손에는 *

 

예일 대학의 윌리엄 펠프스 교수는

상냥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호텔, 이발소, 상점에 들렀을 때조차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상점의 점원에게는 그녀의 눈이 아름답다든지,

이발사에게는 하루 종일 서 있자면

다리가 퍽 피곤하겠다든지,

지금까지 대략 몇 명 정도의

사람의 머리를 깎아 주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또 가끔씩 물건을 옮겨다주는 인부에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러면 그 인부는 흰 치아를 드러내며 웃곤 했는데

뒤돌아서 가는 그의 발걸음은 유난히 힘차 보였다.

 

펠프스 교수는 작은 관심이 사람을 기쁘게 하고

활력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펠프스 교수는 기차 여행 중

식당칸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차내는 만원이어서 가마솥처럼 뜨거웠고

많은 주문을 받는 웨이터들은 불친절했다.

 

펠프스 교수가 자리에 앉은 지 한참이 지나서야

한 웨이터가 메뉴를 들고 다가왔다.

펠프스 교수는 웨이터에게 무심결에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더운 날은 저 뜨거운 조리실에서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에겐

더더욱 견디기 힘든 날일 듯 싶군요."

 

그러자 잔뜩 찌푸린 웨이터의 표정이 스르르 풀리더니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손님들은 이곳에 오셔서 음식 맛이 나쁘다,

서비스가 나쁘다, 덥다 등

 불평만을 말씀하시죠.

 

제가 여기서 일하는 19년 동안

가마솥 같은 주방에서 일하는 조리사를

걱정해주신 분은 선생님이 처음입니다.

어서 가서 조리사에게 선생님 얘기를 들려줘야겠어요.

아마 좋아할 것입니다."

 

웨이터는 휘파람을 불며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펠프스 교수의 입가에도 잔잔한 웃음이 맺혔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칸을 나왔을 때

펠프스 교수의 마음은 왠지 가벼웠다.

 

뜨거운 훈풍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의 뇌리에는

중국 속담이 떠오르고 있었다.


"남에게 장미꽃을 바친 손에는 언제나 남은 향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