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 야간 침대열차로...

2023. 5. 29. 04:00이집트여행

이집트 카이로에서 보았던 P콜라 음료수 캔의 모습입니다.

작년 2022년에 우리나라 손흥민 선수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두고 다투었던 살라의 얼굴이 아닌가요?

역시 이집트에서는 살라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듯합니다.

 

그동안 카이로에 있는 이집션 박물관 이야기로 지루하셨지요?

이제 못다 한 박물관 이야기는 나중에 여행기 말미에 추가로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 950km가 넘는 거리를 야간 침대열차를 타고 갔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위의 사진에 나일강 건너편 보이는 187m 높이의 타워가 바로 그 유명한 카이로 타워라고 합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카이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러나 카이로를 대표하는 것은 피라미드이기에 카이로 타워는 그 위세에 눌려 얌전히 있네요.

 

그동안 자유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여행지에서 장시간 이동하는 일은

그리 힘들거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다만, 이동 수단이 어떤가에 따라 다르지 싶기는 하지만요.

 

중국이나 베트남 여행을 하다 보면 야간에 침대열차나 침대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경험이 제법 있었습니다.

중국은 워낙 면적이 넓고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이기에

이동하는 일이 거리상으로도 멀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요.

 

중국이라는 나라는 워낙 국토면적이 넓기에 어느 도시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기에

침대열차나 침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물론, 비행기로 이동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편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여행이라는 것이 이동하며 보는 것도 즐겁기 때문에 주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합니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긴 나라이기에 하노이와 호찌민 사이를 이동하려면

열차는 시속 3~40km로 달리니 차라리 침대버스를 이용해 중간 도시마다 내려 구경하며

이동하는 게 그나마 고생을 적게 하지요.

 

또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도 수도 타슈켄트와 히바라는 도시의 거리가 1.000km가 넘기에

침대열차를 이용해야만 그나마 고생을 덜하며 오갈 수 있더라고요.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선택했던 여행사의 인솔자는 베테랑이 아닌 듯합니다.

너무 이른 시간에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밤에 출발하는 아스완행 기차 시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어느 건물에 여행자 모두를 넣어놓고 시간 보내기를 하다가 밤에서야 기차역으로 이동하네요.

우리 같은 여행자 입장에서는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허투루 쓰는 것이 안타깝잖아요.

 

이렇게 시간 계획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쉴 곳도 마땅치 않은 건물 안에서 커피나

음료만 마시며 2시간을 낭비하고 또다시 기차역으로 이동해 협소한 곳에서 또 2시간 30분을 대기했는데

차라리 카이로 재래시장이나 박물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면 좋았을 텐데...

 

기차 출발시각은 저녁 8시 30분입니다.

그런데 이 야간열차는 연착을 밥먹듯이 하기에 워낙 악명이 높다고 하지만,

우리가 타고 갈 기차는 정확한 시각에 출발하네요.

기차가 플래트폼에 들어오면 차장이 위의 사진에 보듯이 몇 호차인가 손가락이나 종이를 들고 알려주네요.

 

카이로에서 아스완으로 가는 출발역은 세 곳이 있는데 우리는 기자역에서 기차에 올랐습니다.

대합실이라고는 아주 비좁은 곳으로 우리 일행이 들어가니 더 이상 자리가 없을 정도가

되었고 여기서 2시간 30분이나 기다렸으니 힘들고 지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합실 안 가게에서 일행 모두 자릿세를 대신해 1인당 3달러를 내고 물을 1.5L 두병씩 샀네요.

밤이 되자 기온이 내려가 제법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기차 내부 시설은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우리가 탔던 열차는 외국 관광객 전용칸으로 내국인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지만,

유리창은 깨진 체 그대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이런 점은 속히 개선되어야 하지 싶습니다.

혹시 저 유리창에 난 상처는 총탄자국은 아니겠지요?

 

열차 안에는 칸마다 승무원이 한 명씩 있어 근무하며 승객의 요구사항을 처리해 주는데

라면을 먹기 위해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하면 무조건 1달러의 팁을 지불해야 하고

가방을 들어 올려주기만 해도 1달러... 여행지마다 1달러가 많이 필요하기에

이집트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무조건 1달러 지폐를 많이 준비해 떠나야 합니다.

 

열차 내의 모습입니다.

2인 1실의 내부는 그야말로 협소합니다.

가지고 간 캐리어를 펼칠 공간조차도 없습니다.

 

열차가 출발하면 곧이어 식사가 각 방으로 배달되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해외에 나가면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라 남기지 않고 다 먹었지만,

가리는 분이라면 매우 힘들고 불편한 식사시간이 되지 싶습니다.

가져다주는 식사 외에 추가로 차를 권유하는데 달라고 하면 나중에 1달러를 별도로 내야 합니다.

 

전기 콘센트 모양은 우리와 같으나 전압이 낮아 일반 전열기는 절대로 사용할 수 없고

휴대폰 충전 정도만 가능할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도 객실마다 수전이 있지만, 병아리 눈물만큼씩만 나오기에 기대하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화장실은 그나마 우리 칸은 우리 한국인만 모두 탑승했기에 깨끗하게 사용해 아침까지도

청결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창은 깨진 체로 두어 바람도 들어오고 객실 내부의 청결상태는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침이 되니 조식이라고 나오는데...

아주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아침은 허기만 면할 정도로 먹고

점심은 쿠르즈 배 안에서 먹는데 무려 6시간이 지난 후더라고요.

그러니 부실한 빵이지만, 모두 먹어두시는 게 점심때까지 버티는데 도움이 됩니다.

 

아침이 밝아오자 사막 사이로 달리지만, 아침노을이 곱게 물드네요.

이런 모습 때문에 아침은 다른 느낌이 들지요.

철길은 나일강을 따라 건설되었기에 주변에 푸른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아스완까지는 기차로 950km 넘는 거리로 밤 8시 30분에 출발했던 우리가 탄 기차는 새벽 6시 40분에

룩소르를 지나 오늘 목적지인 아스완에는 9시 30분에 도착했으니 13시간을 걸려  달린 셈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래도 이런 열악한 열차객실 상태지만, 허리를 바닥과 평행하게 눕히며 갈 수 있어 좋았고

거의 2일이나 되는 48시간 만에 허리를 바닥에 눞였기에 기차여행은 더없이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덜컹거리는 기차에 누워 밤새 달려갔기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지만,

행복은 상대적이고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르기에 자신만의 생각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