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라사로 수도교와 마차 경기장

2015. 8. 20. 08:00스페인 여행기 2014/메리다

로마 극장이라는 떼아뜨로 로마노 데 메리다(Teatro Romano de Mérida)와 로마 원형 경기장이 있는

유적의 출구로 나오면 바로 그 앞에 국립 로마 박물관이 있습니다.

박물관이 있던 자리는 원래 로마인의 주거터였다고 합니다.

이 지역을 개발하려고 땅을 파다 보니 옛 주거지가 나타나 그 위에 국립 로마 박물관을 지었다네요.

 

그래서 바닥에는 그때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덮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주변에서 발견된 로마 유적을 모아 전시했다고 합니다.

벽면에 전시된 모자이크가 볼만하다고 하지만 오늘 일정이 어찌 될지 몰라 먼저 벤허부터 만나보려고 이동합니다.

 

메리다라는 도시는 이렇게 땅만 파면 유적이 발굴되기에 마당 청소를 한다고 빗자루질도

세게 하면 안 되는 곳인가 봅니다.

메리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장소가 한둘이 아니기에 말입니다.

조상만 잘 만나면 조상 은덕으로 이렇게 관광수입만으로 살 수 있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지도부터 보고 갑니다.

위성지도로도 분명히 보이는 마차 경기장의 모습은 반듯하고 그 규모가 정말 엄청나게 큽니다.

멀지 않은 곳이기에 천천히 걸어갑니다.

 

우리는 벤허(BEN-HUR)라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벤후르라고 할까요?

영화 벤허에서 보았던 그런 마차 경기가 열렸던 경기장이 바로 이런 곳입니다.

그 영화를 보며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 경기로 우리 손에 땀이 나도록 긴장했지요.

 

네 마리의 마차가 문틈 사이로 지나가는 순간이 우리의 삶이라 했나요?

이들 로마인들은 이곳에 모여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열 대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겠습니다.

그러면 여러 번의 삶을 살았을까요?

 

좌우지간, 아주 완벽한 형태로 남은 로마 마차 경기장(Circo Romano Corrida de Bigas)으로 갑니다.

철로 만든 울타리 사이로 지금 뭔가 보이는군요?

로마인은 이곳에 도시를 건설할 때 이렇게 골고루 여러 가지 시설을 골고루 만들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곳을 작은 로마라고도 하고 로마 유적의 박물관이라고도 하지 않겠어요?

 

가는 도중 잠시 길을 지나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기차가 지나는 굴다리 밑을 지나 잠시 걸으니 먼저

수도교가 보이네요.

이 굴다리가 보이면 제대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까 길을 잘못 들어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굴다리라는 표현을...

처음에는 금방 알아듣지 못했지만,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이정표가 보입니다.

TERMAS는 로마 시대에 만든 공중목욕탕입니다.

바로 수도교 부근에 있다네요.

그러니 이곳에서 마차 경기를 구경하고 난 뒤 흘린 땀과 먼지를 씻기 위해 공중목욕탕에 들렀을 겁니다.

특히 마차 경기가 열린 날은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공중 목욕탕이 난리가 났을 겁니다.

 

굴다리를 지나 잠시 걸으면 왼쪽에 보이는 수도교입니다.

어젯밤에 본 밀라그로스 수도교가 아니고 산 라사로 수도교입니다.

이 수도교는 5km 떨어진 곳에 저수지를 건설하고 물을 저장해 이곳으로 끌어왔던 수도교라고 하네요.

 

밀라그로스 수도교와 비교해 투박하고 예쁘지 않습니다.

장인의 솜씨가 아니라 그냥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새마을 운동으로 만들었나 봅니다.

수도교보다는 마치 적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성벽으로 생각되네요.

 

산 라사로 수도교는 그 모습이 별로 예쁘지는 않습니다.

마차 경기장 입구에 건물이 있고 그 건물 안에는 작은 박물관을 꾸며놓았습니다.

박물관이라 하면 엄청난 유물을 전시한 게 아니라 아주 작은 그런 곳이네요.

 

주로 이 경기장을 발굴작업을 하며 발견된 유물을 사진으로만 보여줍니다.

네 마리의 말...

역동적인 모습이 벽화로 남아있습니다.

 

유물뿐 아니라 모자이크 벽화의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우는 듯한 모습을 한 말의 눈이 안쓰럽습니다.

너무 힘들어서일까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마차 경기장을 알리는 일등 공신은 다른 어떤 것보다 바로 위의 영화 포스터입니다.

박물관에 붙인 벤허라는 영화의 포스터입니다.

이 한 장의 포스터로 더는 관광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보이네요.

 

건물 내부에 작은 상영관을 두어 자료화면도 보여줍니다.

또 위의 사진처럼 마차 경기장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했지만, 이렇게 어설플 수가...

 

여기 박물관에 전시된 전시품은 정말 볼 게 별로 없습니다.

발굴 당시의 사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해 보이는 전시 사진입니다.

여기도 암행어사가 있었나요?

네 마리 말이 끄는 마패로 보입니다.

 

벽화로 보입니다.

당시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아닌가요?

아주 현장감 있는 그림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냥 아무것도 없는 파란 잔디뿐인 마차 경기장.

그리고 잔해만 남은 당시의 관중석.

그 가운데 서서 돌아보면 그때의 함성을 상상해야만 덜 심심합니다.

오늘처럼 별로 찾지 않는 그런 곳에 우리 부부만 찾아 바라보면 더 심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