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과 이교 그리고 동작대부

2014. 5. 23.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오늘도 장강의 모습을 사진으로 구경하며 어제 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계절을 잘못 선택하면 이렇게 우리처럼 뿌연 장강의 모습만 구경하나 봅니다.

어제 공명이 주유에 이야기한 전쟁도 피하고 항복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주유는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왜 아니겠어요?

전쟁도 하지 않고 항복도 하지 않는다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공명이 주유에 이야기 한 그 계획이란 바로 작은 배 한 척과 여자 두 명만 보내면 된다고

하는데 동오라는 나라에 여자 두 명을 조조에 보냈다고 남녀의 성비가 무너지는 일도 아니고...

안 그렇습니까?

두 명이 아니라 이만 명도 보내죠! 뭐..

배는 한 척 뿐이랍니다.

동오에 흔한 게 바로 장강에 나가면 배가 아니겠어요?

 

 

주유는 공명의 다음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웁니다.

그게 누구냐고 물으니 공명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동오에 있는

교씨 자매를 조조에게 보내면 된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에 벌써 교씨 자매인 소교와 대교가 짠~ 하며 나타났네요.

 

 

교씨 자매는 흔히 대교와 소교로 불리는 동오에서는 명문가문으로 대단한 미인으로

소문난 여자들로 단언컨대, 이름의 끝 자가 교라고는 하지만, 송혜교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모두 시집을 간 여자로 언니 대교는 손권의 형인 손책의 후처였고

동생 소교는 바로 주유의 부인입니다.

그런데 주유는 마누라를 배에 태워 조조에 보내면 전쟁은 피할 수 있다는 말에

갑자기 혈압이 오릅니다.

세상에 저잣거리의 시정잡배도 자기 마누라가 남의 입에 오르내리면 화가 나는데...

 

 

컥~ 위의 사진을 보니 벌써 장강에 작은 배가 떠서 기다립니다.

그때 공명이 주유에 들려준 조조의 셋째아들인 조식의 시를 공명 마음대로

 바꾸어 들려주었는데 이때는 슬쩍 원본을 편곡해도 표절 논란이 없었을 겁니다.

 

물론, 공명은 짐짓 소교가 주유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체하고 진행 중으로

어디 공명이 슬쩍 바꾸어 노래했던 조식의 동작대부를 들어볼까요?

우리는 여기서 나관중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지요.

 

 

명후를 좇아 놀며 층대에 올라 정을 즐기며,

태부가 활짝 열림을 보고 성덕이 경영한 바를 보누나.

까마득히 높은 문을 세워 두 대궐을 하늘에 띄우고

중천에 화관을 세워 비각을 서성에 이으리.

장수의 큰 물가에 앉아 원과가 풍성히 익기가 바라노라,

두 대를 좌우로 벌리니 옥룡과 금봉이라.

 

얼쑤~~

 

이교를 동남으로 두고 아침 저녁으로 함께 즐기련다,

황도의 장려함을 굽어보며.

구름과 안개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뭇수재가 가까이 모여들고

비웅의 좋은 꿈을 꾸리라.

부드러운 봄바람을 우러르며,

백조의 울음소리를 듣자꾸나.

 

지화자~~

 

 

이렇게 이교를 동남으로 두고 아침저녁으로 즐기련다고 했다고 시를 읊어주니

이교란 주유의 부인 소교와 전에 주군이었던 손책의 후처 대교를 싸잡아 입에 올리니

소심한 주유가 열을 받아 씨근덕벌떡 할 수밖에요.

 

게다가 조조는 처녀보다는 유부녀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유부녀 마니아가 아닙니까?

이미 조조의 이상한 여성관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걸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부르르 떨립니다.

주유의 얼굴이 금방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그러니 동작대부에 나오는 구절 중

"동서로 이어진 두 다리가 마치 무지개처럼 하늘에 걸려있다

(连二桥于东西兮, 若长空之蝃蝀)."라는 말을 "동남쪽 두 교씨 미녀를 끌어안고

아침저녁으로 즐겨보리라(揽二乔于东南兮,乐朝夕之与共)."라고 바꿔버린 거죠.

정말 이렇게 시를 읊었다면 공명은 천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여기 동작대가 있는 곳에서 동남쪽은 바로 동오가 자리한 곳이잖아요.

이교란 또 주유 아내와 손책의 아내 자매라는 겁니다.

그러니 두 자매는 성이 교(乔)씨로 다리라는 뜻도 있잖아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두 자매의 미모에 견줄만한 여자는 없다 합니다.

달도 부끄러워 숨었다는 초선이 빼고는...

공명은 혈압이 오른 주유를 바라보며 작은 배 한 척과 여자 두 명만

조조에게 보내면 쉽게 해결될 일이라고 계속 약을 올립니다.

옆에서 佳人이 지켜보니 공명은 주유의 씨근덕벌떡하는 모습을 즐기는 듯합니다.

 

 

이런 예쁜 여자를 공명이 세 치 혀로 나불거려 약을 올렸으니 주유도 참을 수 없었지요 

절묘한 짜깁기가 바로 삼국지연의에서 등장한 것입니다.

사실 시기적으로 동작대가 완공된 것은 적벽대전이 끝난 지 한참 후였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삼국지연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며 종횡무진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렇기에 나관중이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나관중 혼자의 생각으로 쓴 삼국지연의는 아니겠지만...

 

 

이제 주유도 더는 화친을 입에 올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옆에 있던 노숙이 소교가 바로 주유의 부인이라고 말하자 공명은 지금까지 몰랐다는 듯

바닥에 엎드려 주유에 그런 사실을 모르고 실례했다고 죽을죄를 지었다고

용서까지 구하는 생쇼도 물론 했지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본 노숙과 佳人은 공명의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천재성에 정신마저

혼미해져 내숭 떠는 공명을 佳人이 물끄러미 바라보니 공명도 멋적은 웃음을 지으네요.

왜 아니겠어요?

 

 

이렇게 공명은 세 치 혀로만 조조에 대항하기 위해 동오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입니다.

물론, 이 일은 노숙이 하고 싶었던 일을 노숙이 공명을 불러들여 마무리한 것입니다.

이때 노숙은 마음속으로 공명과는 상종하지 못할 인간임을 느꼈을 겁니다.

감히 노숙으로는 공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먼 인물임을 자각했을 겁니다.

저런 사람이 자기 주군 옆에 있지 않고 유비를 주군으로 모신다는 일에

앞으로의 미래는 유비의 세상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 싶습니다.

 

 

공명의 활약으로 이제 노숙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었습니다. 

노숙이 아무리 핏대를 올리며 이야기해도 매파의 한 사람으로 분류되어 일부 소수

의견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이렇게 공명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면 그 말의 권위는 물론

보증까지 확실해 같은 말이라도 더 효력이 크다는 것을 노숙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주유는 마누라가 조조의 입에 오르내렸다는 일 자체가 기분이 나빠 무조건 전쟁을

결심하는데 세상의 많고 많은 여자 중....

아니 유부녀만 유독히 좋아하니 그 많은 유부녀 중 어찌 내 마누라를 껄떡거리냐고 말입니다.

 

 

그러니 이런 엄청난 적벽대전은 사실 엄청난 부풀리기라는 말입니다.

위서 무제기에서 적벽대전에 대해 밝히고 있는데, 매우 간략하게 적혀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公至赤壁, 與備戰, 不利. 於是大疫, 吏士多死者, 乃引軍還. 備遂有荊州, 江南諸郡."

라고 기록되었다 하는데 이게 도대체 뭔 소리입니까?

 

 

이 말을 번역기로 돌려보면 "조조가 적벽에 도착해 유비와 싸웠지만,

형세가 불리했다. 이때 역병이 돌아 관리와 병사가 많이 죽었다.

할 수 없이 조조는 군사를 물릴 수밖에는 없었다.

이로써 유비는 형주와 강남 일대의 여러 군을 차지하게 되었다." 라는 말이네요.

사실은 조조는 역병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회군한 것이지 동남풍이니 화공이니

반간계니 하는 별의별 쇼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나 연의에서는 무척 화려하게 포장되어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숨도 크게

쉴 수 없도록 우리를 적벽대전 한가운데로 끌어들입니다.

정말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 화살도 당기고 고함도 지르게 됩니다.

 

마치 우리가 공명이 되어 조조와 싸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래서 삼국지라는 소설이 재미있고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 마술과도 같은 이야기지요.

그런 일로 전쟁도 피하고 동오가 그대로 존재한다면 좋은 일이 아닙니까?

 

 

여기에 화려한 불꽃 쇼인 수전만 있는 게 아니었지요?

그 몇 가지 계략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그들은 계략이 아니고 신출귀몰한 전략이며 전술이라 하겠지만...

이렇게 삼국지 중 적벽대전은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비비고 볶고 찌며

재미도 솔솔 뿌리고 긴박함과 마술 쇼 같은 신비감도 곁들여 우리를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먼저 주유가 조조가 보낸 옛날 글방 친구 장간을 맞아 칼춤을 추며 불렀던

노래부터 듣고 갈까요?

"대장부 세상에 임하여 공명을 세우고, 공명 이미 세워서 왕업을 이루었네!

왕업 이루어 세상을 정복하니 세상은 정복되어 천하 태평하여라~

천하 태평하여 나, 바야흐로 취하려 하네, 나 바야흐로 취하여 칼춤을 추네~"

 

이게 주유가 장간을 앞에 두고 칼춤을 추며 불렀다는 노래라 합니다.

주유를 설득하려 주유 진중에 들어온 장간은 주유가 추는 칼춤에 여러 번

자기 목이 아직 붙어있나 확인했다 합니다.

식겁했을 겁니다.

 

 

그날 밤, 함께 잠이 든 주유와 장간...

밤에 잠에서 깬 장간은 주유 머리맡에 놓아둔 편지 한 통을 발견합니다.

원래 과음한 날에는 밤에 자다가 꼭 깨기 마련입니다.

그 편지는 바로 형주의 장수로 조조에 투항해 지금 조조의 수군을 지휘하는 채모가

보낸 것으로 꾸민 반간계로 이간계를 다시 이용하기에 반간계라고 하나 봅니다.

 

 

조조군은 대부분 육지에서 전투가 능한 기마병으로 수전에 강한 동오와 대적하는 일이

쉬운 일을 아니갰지만, 그러나 옛날 유표 아래 있었던 채모와 장윤은 수군에 강한

형주군의 장수이기에 조조가 중히 쓰고 있었답니다.

주유는 조조 휘하에 수전에 능한 장수 채모와 장윤을 그래서 제거해야만 전투에 유리하기에

주유와 내통하고 있어 배신한 것처럼  조조를 속여 제 손으로 제거하게 하기에 그 이유는

며칠 전 조조 수채를 몰래 정탐했던 주유는 조조 수채를 보고 이번 전투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답니다.

왜?

 

 

수전에는 경험도 없는 조조 수군이라 깔보며 정탐하러 갔다가 그 규모와 전선의 배치를

보고 이것은 조조 수군 중 틀림없이 대단히 유능한 장수가 지휘한다는 것을 알고

그가 누구인지 탐문했기 때문입니다.

채모는 원래 조조의 장수가 아니었지만, 형주를 침공해 투항한 장수로 형주의 많은 수군이

채모를 따르고 있는 장수죠.

바로 유표를 모시던 수군 제독 말입니다.

 

 

워낙 잘 꾸민 수채로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수전에는 맹탕이라고

생각했던 조조의 수채가 대단히 견고했고 그 수채를 기획한 자가 바로 형주군 장수

채모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채모는 연의에서는 괴월과 함께 유비를 죽이려고 했던 유표의 처남이었을 겁니다.

그때 형주자사 유표는 형주를 유비에게 넘겨주려 했지만...

 

 

이에 조조가 보낸 장간을 오히려 역이용하여 조조를 속이는 반간계를 쓰는 겁니다.

이는 먼저 조조 측에서 상대군의 허실을 꿰뚫고자 보낸 수하 장간을 속이고 채모와 장윤이

동오로 투항하겠다는 거짓 밀서를 몰래 흘려 조조에게 들어가게 함으로써, 채모와 장윤을

없애고 조조의 수군력을 떨어뜨려 장차 연환계를 쓰는 데 중요한 기초를 잡습니다.

왜?

수전에 능한 채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배를 묶는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화공으로는 조조 수군을 궤멸 시킬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죠.

물론 이런 내용의 삼국지는 절대로 교육적이지 못한 남을 속이는

나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적벽대전은 삼국지에 나오는 전투 중 제일 유명한 전투입니다.

그러나 이 전투 안에 벌어진 계략과 그 계략을 역이용하는 또 다른 반간계....

이런 일이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연이어 나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이기에 전쟁 씬만 있는 전투가 아니기에 재미를 더하나 봅니다.

 

게다가 화려한 불꽃 쇼보다 더 재미있는 화공으로 마무리 하고 쫒기는 조조

왜 그리 멍청이로 만드는지...

마지막 화용도까지 말입니다.

조조가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이야기는 왜 또 그렇게 재미있고 신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