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5. 03:08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발길 머물렀던 곳
생긴 것도 이상하게 생긴 산에 직각으로 된 석벽을 따라 벌집을 지은 듯
신기하게 만든 구조물이 보입니다.
그리고 석벽에 부처상을 만들어 놓은 듯하네요.
이곳은 중 깐수성 텐수이(天水:천수)라는 곳으로 옛날부터 실크로드 중 한곳이었다고
하는데 이 텐수이시 부근에 있는 맥적산(麥積山)이라고 하며
사진처럼 석벽에 구멍을 판 석굴 안에 부처 조소상을 만들어 두었다고 합니다.
석굴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석굴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아니라 하기에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유명한 석굴을 흔히 3대 석굴이라고 하여 뤄양의 용문석굴, 다퉁의
운강석굴 그리고 둔황의 막고굴을 꼽는다 합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여 맥적산 석굴을 중국의 4대 석굴에 넣기도 한다고 하네요.
그거야 부르고 싶은 사람 마음이겠지요.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여기는 석굴이라기보다 석벽에 만든 조소 조각이라고 봐야 하겠네요.
위의 사진을 보시면 마치 무슨 벌집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기이하고 아름다워 이곳 또한 여기만의 특징이 있는 곳입니다.
석굴의 모습도 기이하거니와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만든 잔도가 사람을 식겁하게 만듭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좌우지간 이상한 나라가 분명합니다.
굳이 이렇게 위험한 절벽에 부처를 모신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요.
붉은 사암이 우뚝 솟아있고 그 석벽에 194여 개의 석굴이나 감실을 만들고 불상을
만들어 놓았는데 가운데 보이는 제일 큰 석상의 모습을 줌으로 당겨봅니다.
역시 석벽을 파고 만든 석굴이 아니고 그냥 벽에 지지대를 만들어 그 틀 위에
흙으로 붙여 만든 조소(彫塑) 예술인 게 분명하네요.
예술의 경지란 이리도 힘들고 위험한 일인가요?
모두 7천여 개의 조소 작품이 여기에 있다고 하네요.
물론 석벽을 파고 만든 석상도 있지만, 주로 진흙을 빚어 만들거나 푸석거리는
맥적산의 사력암을 이용해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나무나 철로 틀을 만들어 마지막으로
진흙을 입혀 만든 조소상이 대부분이라고 봐야 하고 이렇게 만든 것은
중국에서는 석태니소(石苔泥塑)라 부르나 봅니다.
맥적산은 글자 그대로 산의 모습이 마치 보리가마니를 쌓아 놓은 모습이라고 해
붙였다 하는데 여러분이 보시기에 보리가마니처럼 보입니까?
아니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보입니까.
그게 보리면 어떻고 쌀이면 또 어떻습니까?
전체 높이는 약 142m 정도이고 석굴이 있는 곳의 높이는
20m에서 80m 사이에 주로 만들었다 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벌집을 보는 것도 같습니다.
"여농가맥적지상(如農家麥積之狀 : 농가에서 보릿단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고 하지만,
사실, 위의 사진을 보니 그곳에 어느 석굴 옆에 맥적산이라는 글이 있네요.
실제로 자세히 보면 역시 보릿단을 쌓아놓은 것과 똑 같습니다.
맥적산을 다른 사람은 "벌집 같다."고도 했다네요. (密如蜂房)
그리고 석굴 사이에 설치한 잔도를 또 능공천운(凌空穿云)이라고 부른다 합니다.
이름을 지어도 정말 잘도 짓네요.
가을에 찾아오니 그 또한 보기 좋은 풍경입니다.
이렇게 계절마다 맥적산은 다른 풍경을 보여 줍줄 것입니다.
어느 계절이든 이곳은 여러분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맥적산 석굴은 4세기경 16국 시대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벌써 그 역사가 1.600여 년이 넘었습니다.
송나라 때까지도 계속 새롭게 석불이 조성되고 보수되었던 모양입니다.
아주 유명한 선승이었던 현고(玄高)를 비롯해 북위 시대는 300여 명의 승려가 이곳에서
불심을 닦았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당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의 불교는 북위의 힘이었나 봅니다.
운강석굴이나 낙양석굴 모두 북위의 작품이잖아요.
인간은 자연 가운데에서도
가장 연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
모름지기 언제나 사색하기를 힘쓰라.
그곳에 도덕의 원리가 있다.
파스칼의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는 아무리 사색해도 돌에 새긴 조각상만 보입니다.
기본이 없는 佳人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언제나 佳人은 이런 모습을 보며 하늘의 뜻을 알겠습니까?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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