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레이치 항구에 비가 내립니다.

2011. 6. 8. 07:47터키 여행기/터키여행

지중해를 끼고 있는 나라에서 자연보호를 위하여 서로 노력하자고 협약을 했답니다.

그게 뭐냐고 하면 블루 플래그(Blue Flag) 제도라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지중해를 보호하지는 취지에서 지중해를 맞대고 살아가는 나라끼리 매년 깨끗하게 관리하는 지역으로

인정을 받으면 해안가에 파란 깃발을 걸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파란 깃발이 걸리는 해안가는 아주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때요? 괜찮은 협약이죠?

 

지난밤 우리가 묵었던 안탈리아가 바로 블루 플래그를 계속 걸고 있는 지역이라 합니다.

청정해역만큼이나 아름다운 항구도시인 안탈리아 중에서도 이 도시의 중심이며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칼레이치 항구..

우리가 흔히 그림 같다는 말을 하고 하지만, 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얀 손수건을 빠뜨리면 금방 파란 물이 흠뻑 들 것만 같은 안탈리아 앞바다.

바라만 보아도 눈이 부셔 오래 바라볼 수조차 없습니다.

하늘을 흠모한 바다는 하늘 색깔을 닮았습니다.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이름난 휴양도시인 안탈리아..

그러나 그런 아름다움도 있지만, 멀리 보이는 아파트의 지붕을 보면 무척 어수선합니다.

 

그래서 호텔 주변의 아파트 지붕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대단한 지붕의 풍경입니다.

지붕 위가 이렇게 어지러우면 밤에 꿈자리가 뒤숭숭하지 않을까요?

가위라도 눌리면 식은땀이 흐르겠습니다.

 

집집이 위성 안테나와 태양열 집열판을 경쟁적으로 옥상에 올려놓았습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라 술집도 없고 나이트도 없고 고스톱도 없고 소주에 삼겹살도 없으니

사내는 무슨 낙으로 삽니까?

그래서 축구 중계나 오락거리를 TV로 시청하는 게 유일한 낙이니 위성안테나를 설치했고,

전기료가 워낙 비싸기에 국가에서 태양열 집열판을 장려하기에 설치했습니다.

 

여름철에는 워낙 더운 곳이라 창문에 블라인드를 밖에다 설치했습니다.

이유는 이곳 아파트의 대부분이 유럽 사람의 별장으로 평소에는 늘 잠겨 있다가

여름휴가철에만 이곳에 와 쉬다가 가기 때문이랍니다.

 

아침 산책을 마칠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보니 비가 제법 많이 내립니다.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맞이하는 비다운 비입니다.

 

지난밤에 구름 한 점 없이 달이 지중해 바다를 비추어 은빛 물결을 보여 주며 나그네를 잠 못 이루게 하더니만,

이게 무슨 해괴한 짓입니까?

잠도 자지 못하게 해 놓고서 비라니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의 일정은 진행되어야 합니다.

여행자는 비가 여행의 장애가 되지 못합니다.

비록, 비 오는 날이 힘들지만, 이 또한 즐기며 다녀야겠습니다.

8시에 버스를 타고 구시가지에 있는 칼레이치 항구로 갑니다.

 

머무르고 싶다고 머무를 수 없고 떠나고 싶다고 마음대로 떠날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니었던가요?

때로는 떠나고 싶어도 머물러야 하고 머무르고 싶어도 떠나야 할 때가 있지 않았던가요?

 

지금이 머무르고 싶어도 떠나야 할 때입니다.

항구로 내려가는 길에 시계탑이 있습니다.

8시 25분을 가리키는군요.

이 시계탑은 안탈리아의 주요 좌표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여행자에게 안탈리아 여행의 시작을 알려주고 영어가 통하지 않는 터키인에게도 클락 타워라 하면

다 알아듣기 때문입니다.

탑은 로마시대에 만든 것으로 시계탑을 보면 모양이 아래는 육각형이고 시계가 있는 부분은 사각형입니다.

원래는 위가 돔 형태였는데 1930년대에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합니다.

 

38m 높이의 이불리 첨탑입니다.

동로마 시대의 교회자리였다가 1373년 셀주크 터키가 이 지역을 차지함으로 술탄인 카이크바드 1세에 의해 

자미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탑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아해야~

비 맞으며 놀지 말고 집에 들어가거라.

우리의 굴렁쇠 굴리기와 같은 놀이가 이곳에도 있습니다.

 

아타튀르크 동상입니다.

터키 어디를 가나 아타튀르크 동상이 있고 터키 국기가 펄럭입니다.

정말로 아타튀르크가 터키이며 터키가 아타튀르크처럼 생각됩니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 우산 깜장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골목길을 뒤에서 따라가며 우산을 보니 저절로 동요가 입에서 나오는 골목길입니다.

 

한국인의 철저한 준비를 보는 듯합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비가 내려도 우산을 잘 쓰지 않습니다.

청정지역에 내리는 비라서 그럴까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칼레이치 항구로 내려갑니다.

이 항구는 비록 작지만, 바로 안탈리아의 역사와 함께하는 유명한 항구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항구를 보기 위함이 아닙니다.

바로 옵션의 하나인 뱃놀이를 하기 위함입니다.

20유로/1인이랍니다.

 

열 명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배를 탑니다.

佳人은 한강에서도 아직 배를 타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옵션에서는 그냥 빠지렵니다.

 

그럼 배를 타지 않는 가이드의 불량고객은 어찌하나요?

가이드마저 배를 타고 간다고 하니 남은 사람은 "니 마음대로 하세요."입니다.

졸지에 10여 명은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항구에서 벌벌 떨고 한 시간을 기다리랍니다. 나 원 참!!!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정말 한국인 관광에서만 있을 수 있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한국에서부터 따라온 인솔 가이드가 있고 현지에서 우리 일행의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인 가이드까지

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 다 뱃놀이 간답니다.

가이드의 역할이 어떤 일이죠?

이게 도대체 한국의 여행사의 행태는 정말 '네 마음대로 하세요.'입니다.

적어도 한 사람은 남아 있어야 순리가 아닙니까?

다른 나라의 단체관광객은 가이드가 함께 골목길을 다니며 일일이 설명하고 그럽디다.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요?

남은 사람에게도...

배를 타고 나간 사람에게도 모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잖아요?

비가 오는 날이니 비를 피할 수 있는 배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기는 하겠지요.

물론 가이드 두 사람이 자기 돈을 내고 타라고 하면 타지 않았겠지요.

 

그래도 이런 짓은 하면 안 됩니다.

여행은 서비스업입니다.

고객감동이 아니고 고객졸도시킬 입입니다.

비행기 조종을 하는 기장과 부기장이 왜 같은 음식을 안 먹는지 아시잖아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바보 같은 비난받아 마땅한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구먼... 철딱서니 없이...

 

아~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배를 타고 갔습니다.

비 내리는 칼레이치 항에 불량고객만 남겨놓고 지들끼리 가버렸습니다.

 

흥!!!

갈 사람은 가라지~

우리가 비 맞으며 이곳에 한 시간을 덜덜 떨며 기다릴지 알았나요?

우리는 예쁜 동네 골목 구경이나 하고 놀아야지~

오히려 동네 골목을 다니며 구경하는 게 더 예쁘고 좋습니다.

우리가 울고 있을지 알았어요?

동네 마실이나 다니는 게 더 실속 있고 좋습니다.

자~ 모두 佳人은 따라 골목 탐험에 들어가시자 구요~ 

 

이곳 칼레이치 항구를 그린 그림입니다.

이블리 미나렛도 확실히 보이고 항구의 모습이 사진과 마찬가지입니다.

자.. 이 화가가 그린 그 자리로 올라가 보렵니다.

그곳에 서면 아마도 화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곳이 바로 그림같이 아름답다는 칼레이치 항구라... 그러니 항구 같은 그림이겠지요?

우리 가이드 두 사람은 우리를 버리고 떠났지만, 우리끼리 더 잼나게 놀 겁니다.

 

佳人의 문장이 아니고 술탄의 문장입니다.

이곳 칼레이치 항구는 술탄에게도 중요한 곳이었나 봅니다.

그런 의미로 술탄의 문장을 항구에 쌓은 성벽에 붙여 놓았습니다.

 

이곳 항구는 군항으로 시작하였기에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 무척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항구를 제외한 주변은 모두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천혜의 요새와도 같은 곳입니다.

옛 마을은 바로 이 항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기에 이 항구만 방어를 단단히 하면 어느 누가 들이닥쳐도 안탈리아는 안전할 것입니다. 

 

오늘 돌아보는 칼레이치 항구와 주변 구시가지 동네입니다.

비가 오기 때문에 천천히 이렇게 산책하며 다니는 데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혹시 이곳에 여행사를 따라 단체여행으로 가실 때는 배를 타지 마세요.

그 시간에 옛 마을을 구경하세요.

무척 아름답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비가 내립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오늘 칼레이치 항구에는 옛날처럼 비가 내립니다.

그 파란 바다는 오늘은 비로 말미암아 그 아름다운 빛을 잃어버렸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어제의 그 오묘한 빛깔의 파란 바다 색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