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을 떠나다.

2010. 4. 26. 08:48동남아시아 여행기/하노이 방콕 배낭여행

11월 18일 / 여행 22일째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바람이 말하고 지나갑니다.

지나칠 줄 알아야 한다고 물결이 또 말합니다.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고 구름이 말하고 흘러갑니다.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늘이 말해 줍니다.

 

그러나 우매한 佳人은 아직도 때를 모릅니다.

유비가 지나가며 말합니다.

조조는 왜 태국에 와서도 할인을 해주느냐고요.

 

하노이로 들어와 중국 쿤밍으로 들어가 보름간 윈난성을 돌아보고 다시 하노이 돌아와 일주일을 머물다가....

그리고 오늘은 하노이에서 태국 방콕으로 넘어갑니다.

이번 여행에서 방콕은 계획조차 하지 않았던 곳입니다.

비행기 표를 살 때 방콕까지 가야 저렴하다고 하여 그만 일을 저질렀습니다.

 

하노이 시내에서 5.000동을 내고 17번 시내버스를 타고 노이바이 공항으로 갑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5시 30분에 숙소를 나서 롱비엔 역 부근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6시 5분에 공항행 버스를

탑승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7시 15분 공항에 도착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겁도 없이 당당하게 길을 나서는 이유는 바로 지도 한 장 때문입니다.

지도란 우리 부부에게는 나침판이요, 희망의 빛입니다.

하노이 숙소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젊은 여행자에게 얻은 방콕의 한국어 지도.

 

태사랑이라는 여행 사이트에서 만들어 무료로 보급한다고 합니다.

원래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9시 30분이라 정확하게 2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비행기가 1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된다고 방송을 합니다.

마음 편안하게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림에 지지치 않는다고 합니다.

조바심도 짜증도 내지 맙시다. 그냥 느긋하게 기다리는 겁니다.

 

차라리 비행기가 취소되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정보도 없이 그냥 얻은 지도 한 장만 들고 무모하게 방콕을 가려고 했으니까요.

 

노이바이 공항 2층 출국 대기실에 있던 흡연실이 3층으로 이전하고 신장개업한 발 마사지실.

이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승객에게는 무척 유용하리라.

 

이제 3시간 동안 공항 안에서 배회하게 되었다.

지난번 이곳에서 쿤밍으로 갈 때 5시간도 넘게 공항에 있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두 알고 있다.

워낙 공항이 작아 30분이면 구석구석 모두 섭렵한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승객이 제법 많이 모인다.

그중에 우리 옆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무아지경으로 음악을 듣는 아가씨가 있다.

그녀의 비닐 가방에 비친 한국어로 인쇄된 화장지....

그렇지? 한국인이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네~"

그 아가씨도 우리와 같은 베트남 항공의 저렴한 비행기 항공권으로 하노이 1박 후 방콕으로 간단다.

직장생활 중 1달간의 휴가를 내 삶의 활력을 충전하기 위해 떠나는 길...

우리 세대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을 사랑하고 그리고 재충전을 위해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너무 부럽다.

 

이제부터 시간 보내기는 일도 아니죠?

아가씨의 성은 B 양이며 혼자 여행길에 올랐기에 무료하고 울 마눌님도 마찬가지...

우리는 숙소도 정하지 않고 가는데  B양은 이미 정하였단다.

그래서 함께 뭉쳐 그 숙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죽으란 법은 없는가 보다.

방콕 공항에서 내려 함께 시내버스를 타고 카오산인가 하는 여행자 거리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데 왜 여행자들이 머무는 곳이 산에 있단 말인가? 카오산....

 

한 시간 늦게 10시 반경에 출발한 베트남 항공은 12시 15분경에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관광대국이라 도착하는 승객도 무척 많다.

 

이렇게 엄청난 관광객이 모여드는 공항...

1시간이 지난 오후 1시 10분에 입국심사를 마친다.

우리와 다른 점은 아무리 승객이 밀려도 바로 느긋하게 일 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많이 모이는 시간에는 입국심사대를 더 많이 열어 빨리 통과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 어떨까?

 

그 혼잡한 와중에 함께 하기로 한 B양과 그만 헤어지고 맙니다.

우리는 수완나품 공항에서 그만 고아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방콕 여행은 무모하게 출발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행복은 깊이 느낄 줄 알고, 단순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줄 알고,

삶에 도전할 줄 알고, 남에게 필요한 삶이 될 줄 아는 것한테서 나옵니다.

방콕이 정해진 일정이라면 단순하게 생각하고 도전해보는 것이 행복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