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프롬 3 - 나비야 청산가자

2008. 12. 30. 16:15동남아시아 여행기/시엠립 배낭여행

이제 아무도 없는 한적한 길을 걷는다.

따프롬이 혼잡하다고요?

천만의 말씀.

이렇게 사원 외부와 내벽 사이로 걸으면 인적조차 없는 조용한 길이 있다.

 

이곳 유적 내부에서는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한국 가이드들의 이야기를 모두 듣는다.

대부분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 단체들은 통솔도 어렵다.

그래서 자꾸 목소리가 커진다.

 

조용한 유적에는 그래서 한국말이 가장 크다.

그러나 최근에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진다.

중국 관광객들은 목소리가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크다.

머지않아 이곳의 유적 내에서는 중국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우리 한국말을 압도할 것이다.

 

따 프롬은 복잡하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만 피하면 아무도 없는 이런 한적한 곳도 있다.

 

툼 레이더란 영화를 보면 바로 여기 따프롬에서 작은 소녀가 언듯 보이며 나비가 나는 모습이 비친다.

그런데 이 길로 나가면 정말 서문으로 나갈 수 있을까?

아무도 없다.

조금 전까지 시골 장터처럼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음이 이곳에는 전혀 없다.

 

울 마눌님은 무섭지도 않은가 봐~~

혼자서도 잘 가요~~

가운데 담장은 오히려 나무뿌리 때문에 무너지지 않고 견딘다.

나 원 참!!!

 

길을 가다 보니 외벽으로 통하는 쪽문이 있다.

佳人 : "마눌님~ 뭘 보슈?"

마눌님 : "여기는 길이 아닌가벼?"

佳人 : "혹시 안자니까 졸려 찾수? 아니면 자야바르만 7세..."

마눌님 : "깨 夢!!!!"

佳人은 끝내 안젤리나 졸리를 찾지 못했다.

그녀는 佳人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Never~~

혹시 레드 피아노에서 서빙하고 있는 것 아녀?

 

아무도 찾지 않는 외부....

그곳에는 정적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적 건물 밖으로 회랑을 만든 방법을 볼 수 있다.

회랑의 지붕을 벽 틈 사이에 끼워 넣는 방법으로 둥근 지붕을 연결하여 만드는 방법을 채택했다.

 

초기에는 쉬바 신을 모신 사원이 많았는데 중기에 접어들며 수리야바르만 2세가 비쉬누를 모신 사원을

많이 만들고 나중에는 자야바르만 7세는 부처를 모신다고 여기저기다 사원을 많이 지었다.

그래서 이곳은 마치 성질 고약한 쉬바 신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고 다 파괴를 해 놓은 모양이다.

 

그러면 브라흐마가 할 일이 생겼다.

신들도 이렇게 누가 왕권을 잡느냐에 따라 제삿밥이라도 푸짐하게 얻어먹을 수 있다.

신들도 이제는 인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곳에도 외벽에는 부처님이 분명 계셨다.

그러나 모두 긁어내고 빈 벽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역사란 전쟁의 역사고 종교의 역사다.

그러나 종교와 전쟁이 만나면 훼손의 역사만 남는다. 

 

설마 쉬바 신이 자기를 따르는 추종세력에게 모두 부셔버리라고 부추기지는 않았겠지?

그래 봐야 지금 캄보디아는 완전히 불교국가가 되고 말았는데.

 

게다가 이곳은 자연과의 전쟁도 남아 있다.

인간이란 한낱 역사 속에 이야기로만 남고 역사의 그 주인공은 이야기로만 남는다. 

우리는 단지 세월 속에 잠시 머물다가만 가는 미물에 불과하다.

너무 아등바등 다투며 살게 뭐람.

 

한주먹 밖에 안 되는 손으로 그대는 무엇을 쥐려고 했으며

한 자 밖에 안 되는 가슴으로 그대는 무엇을 품으려 했는가?

오는 세월 막을 수가 있겠는가?

가는 세월 잡을 수가 있었겠나....

그렇게 세상을 호령하던 자야바르만 7세의 꿈도 일장춘몽인 것을....

 

이제 입구가 보인다.

그러나 이곳은 들어올 때 우회로를 만들어 통과할 수 없다.

다시 유적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시간과 위치를 다시 확인한다.

지금 시간 11시 40분...

이곳에 들어온 지 딱 한 시간이 경과했다.

佳人은 그냥 마눌님만 따라가면 된다.

세상을 살아 것도 마눌님만 따라가면 크게 그르치는 일이 없다.

 

흐미~~ 놀래라...

누가 또 누워있다.

왜 이들은 유적 내의 한적한 곳에 누워 잠을 잔단 말인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컴컴한 유적을 걷다 보면 깜짝 놀랄 일이 너무 많다.

 

佳人 : "압사라의 환생인가?"

마눌님 : "사람인가벼~~"

佳人 : "그러면 그렇지~~ 안젤리나 졸리가  佳人을 외면하겠어?"

마눌님 : "아직도 그녀를 찾고 계슈?"

佳人 : "댁은 누구 슈? 혹시 안젤리나 졸리가 아녀?"

누운 압사라 : "더위 먹었수? 나는 관리인 이우..."

佳人 : "그런디 아무도 없는 이 외진 곳에 왜 누워 계슈?"

누운 압사라 : "안 자니까 졸려서 자고 있수..."

佳人 : "그럼 계속 자면서 근무하슈~~"

 

佳人은 이곳에서 안젤리나 졸리를 결코 만날 수 없었다.

다만 안자니까 졸려라는 이미테이션 누운 압사라를 만났을 뿐이다.

이곳의 창문틀 위는 넓어서 정말 잠자기 좋은 곳이다.

넓고 무척 시원한 1.000년의 돌침대가 있기 때문이다.

앙코르 왕국이 공식으로 품질을 보증하는 자야바르만 표 돌 침대.....

그는 죽은 지 80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후손들에게 시원하게 누울 곳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밖으로 나오려는데 이곳의 원 씨 성을 가진 원주민 화가를 만났다.

화가는 자연과 유적을 화폭에 옮기고 있다.

佳人은 자연과 유적을 카메라에 옮겨왔다.

 

화가는 무엇을 빈 종이에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佳人은 무엇을 렌즈에서 빼고 찍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화가는 더하기를 하지만 佳人은 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사물을 어떻게 옮길까를 고민하는 것은 똑같은 작업이다.

결국 우리네 삶도 흰 여백에 무엇을 어떻게 채우고 빼나가느냐의 문제다.

그러나 그건 누가 대신하는 게 아니고 나 스스로가 빼고 채워 나가야 한다.

 

따 프롬....

복원을 포기하여 더 아름다운 곳...

다른 유적지는 문틀 위만 쳐다보며 목이 아프게 다녔는데

이곳에 오면 그곳보다 몇 십배 높은 나무만 쳐다보다 뒤로 자빠질 것 같은 곳...

 

툼 레이더라는 영화에서 나비를 쫓던 소녀도 못 만났다.

많은 남자들의 연인이라는 안젤리나 졸리도 못 만났다.

그러나 안 지니까 졸려라는 누운 압사라의 후신은 만났다.  

나비는 여기에 잡아 왔다.

어떻게?

 

佳人이 나비에게 "나비야 청산 가자"란 시를 읊어 주었거든...

 

나비야 청산가자 벌 나비야 너도 가자
가다가 날 저물면 꽃잎에 쉬어가자
꽃잎이 푸대접을 하거들랑
나무 밑에 쉬어가자
나무도 푸대접하면 풀잎에서 쉬어가자

나비야 청산 가자 나하고 청산가자
가다가 해 저물면 고목에 쉬어가자
고목이 싫다 하고 뿌리치면
달과 별을 병풍 삼고
풀잎을 자리 삼아 찬이슬에 자고 가자

 

결국 나비는 佳人의 꼬임에 빠져 여기에 따라왔다.

이제 우리는 따께오로 간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 인간은 잠시 이 세상에 머물다 가는 존재다.

그냥 바람처럼 구름처럼 순리대로 살아가자.

바람이나 구름은 산 때문에 가는 길이 막혀도 절대로 성내지 아니한다.

미움과 성냄과 욕심은 과감히 털어 버리고 희망을 가득 담고 그렇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