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외암(牙山 外巖) 민속마을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에 있는 외암 민속마을을 오늘 구경합니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중요 민속 문화재로 지정된 일곱 마을 중 한 곳이라고 합니다.
여기 외에도 안동 하회 마을, 경주 양동 마을, 영주 무섬 마을 등이라고 하네요.
민속촌이라고 하는 곳은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만든 인위적인 곳이지만,
여기처럼 마을이라고 하면 실제로 오래전부터 전통을 유지하며
주민이 살고 있는 그런 마을이지요.
그런 곳이기에 더 친근한 느낌이 드는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입장료가 있지만, 우리 모습을 보니 이미 70이 넘은 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아는지
주민등록증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라고 하네요.
이제는 우리도 유효기간이 거의 다 되었다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보아도 모두 아나 봅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잘 꾸며놓은 무료주차장에 도착하니 마침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기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배부터 채우고 구경을 나서렵니다.
마을 앞으로는 강이 있어 예전에는 바로 위의 사진이 보이는 이곳에
섶다리를 만들어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튼튼한 돌다리를 만들어 마을로 들어가려면 다리를 건너야만 합니다.
다리 이름이 너럭바위라는 의미의 반석교(磐石橋)라고 부르네요.
반석교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마도 다리 아래의 너럭바위가 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외암마을로 들어가는 반석교에서 보니 위의 사진처럼 입구에 있는 반석과 석각이 보입니다.
물레방아와 정자 아래 개천 바닥에 거대한 너럭바위가 펼쳐져있고 그 위로 돌에
외암동천(巍岩洞天)과 동화수석(東華水石)이란 글이 새겨진 석각이 보이네요.
예전에는 이 마을의 이름을 외암(巍岩)이라는 기록이 있다는데 외암동천(巍岩洞天)이라는
글자를 보니 마을 한자 이름이 바뀐 것이 맞는 말인 듯...
그러나 한자가 너무 어렵고 복잡해 일제 때부터 간편하게 외암(外巖)이라고
사용하게 되었다네요.
너럭바위에 쓴 외암동천이라는 글은 외암 이간의 직계 후손인 이용찬이 썼다고 합니다.
동화수석이라는 글은 예안 이 씨인 이백선이 썼다고 하고요.
지금은 이렇게 바위에 글을 새기면 자연파괴라고 경을 칠 일이겠지요?
바로 너럭바위 옆에 있는 물레방아입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이런 물의 낙차를 이용한 방아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사회가 기계화되며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방아겠네요.
식당부터 먼저 찾아갑니다.
다리를 건너 마을 가운데로 들어가면 신창댁이라는 식당이 있다고 하여 찾아갔습니다.
주차장 부근에 식당이 몇 곳 있지만, 외암마을 안에 있는 신창댁이 유일한 식당이라고 합니다.
이 식당은 재미있게도 직접 셀프로 밥상을 나르면 5천 원이고 가져다주면 9천 원을 받습니다.
아마도 일하는 사람이 없이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기에 그렇게 하나 봅니다.
정말 합리적인 요금 책정이네요.
신창댁에서의 메뉴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된장찌개에 파전으로 주문하라고 찍어줍니다.
반찬은 육류는 전혀 없고 모두 나물반찬으로 맛은 크게 추천할 정도는 아닌 평범한 곳입니다.
다만, 이렇게 민속마을 안에서 외할머니 집 같은 분위기를 느껴보시려는 분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지 싶습니다.
파라든가 상추도 우리가 직접 텃밭에서 뜯어 물에 씻어 먹어야 합니다.
식당인 신창댁은 홍경래의 난을 진압한 이용현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이용현은 이사종의 9 세손으로 무과로 급제해 총관, 경연 특진관 등을 지냈는데
이곳에서 6 세손인 이창선까지 살아 병사댁이라고 불렀다네요.
그러나 후손들이 서울로 이전해 병사댁이라는 택호가 사라지고 신창댁이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이사종의 12 세손인 이세열의 부인 보성임의 친정이 신창인 데서 기인한 것으로
전형적인 한국 전통 가옥의 택호 붙임을 따른 것이라네요.
마을에서 유일하게 ㅁ자형 평면으로 사랑채가 따로 없으며, 가운데 3칸의 대청마루를 두고
건넌방 끝 방을 사랑방으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식사를 마치고 마을 탐구생활에 들어갑니다.
외암마을은 광덕산에 북쪽으로 뻗은 설화산(雪華山:441m) 기슭 경사지에 있네요.
마을 사람들은 외암리의 내맥을 회룡고조(回龍顧祖) 형국이라고 보는데
이 말은 용이 제 몸을 휘감아 꼬리를 돌아보는 모양을 말한다고 하네요.
남향에 배산임수 동고서저형으로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곳에 마을이 있더라고요.
그러나 산과 마을 사이에 논밭이 있기에 완벽한 배산임수는 아니지 싶습니다.
외암마을은 2021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100대 마을에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마을 어귀에는 낮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높아지는 지형의 구릉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을의 집들은 대체로 남향이나 남서향으로 앉아있네요.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마을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좌우로는 주로 주택들이 들어서고 개천 밖으로는 장승, 솟대,
상엿집처럼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공동 시설들과 농경지가 있고 마을 골목길을 걷다 보면
디딜방아나 연자방아도 볼 수 있는데 이는 마을 주민이 대부분 일가친척이기에
공동으로 사용했지 싶습니다.
현재 이 마을에는 참봉댁, 감찰댁, 교수댁, 참판댁, 송화댁 등의 양반 주택과 50여 가구의
초가 등 크고 작은 오래된 집들이 상당부분 원래 모습을 유지한 채 남아 있더라고요.
근대화의 물결이 여기는 비껴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양반집은 조선시대 상류주택의 모습을 잘 갖추고 있으며,
사랑채와 안채로 나누어져 있고 넓은 마당과 특색 있는 정원이 당시 양반의
생활모습과 풍류를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초가 역시 우리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그때의 모습을 느낄 수 있고,
돌담으로 연결된 골목길과 주변의 울창한 수림이 마을의 경관을
더욱 오래된 민속마을로 느끼게 해 줍니다.
특히 한 마을에 전통적인 수법의 양반, 평민이나 서민가옥이 고스란히 함께 남아있어
마을의 형성이나 전통가옥의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는 곳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외암 민속마을의 다른 모습도 구경하렵니다.
위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