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에테(Gloriette), 작은 영광
쇤부른 궁전에 어둠이 내리며 궁전과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글로리에테에도 불이 켜지네요.
낮에 보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분위기입니다.
아둠이 내리기 시작할 즈음의 글로리에테...
멋지지 않나요?
글로리에테의 건축 목적은 승리를 기념하고 전몰 정병에 대한 추념을 위한 건물이지만,
기념문으로도 보입니다.
방금 전까지 불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는 위의 사진처럼 저녁노을이 곱게 물들었는데...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상을 바라볼지라도 시간에 따라 분위기는 많이 다릅니다.
쇤부른 궁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궁전이 아니고
글로리에테(Gloriette)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위의 사진 속의 보이는 궁전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기에 남길 것도 없습니다.
1757년 마리아 테레지아가 프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개선문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전쟁으로 숨지거나 부상당한 병사를 위로하는 의미로 세운 기념조형물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궁전 정면에서 바라보면 궁전 위에 마치 왕관을 씌운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네요.
그러나 저녁노을이 질 무렵의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지 싶습니다.
가운데는 지금은 카페가 있어 영업 중이고 양쪽으로는 날개를 활짝 편 듯한 그런 모습입니다.
이곳은 역사적으로나 의미 또한 깊은 곳인데 이런 중요한 곳을 카페로 사용하다니...
나폴레옹은 점령군으로 왔기에 이곳에서 호기롭게 차를 마셔도 되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이곳에 들어가 자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년 전 여행 중 이곳에 왔을 때 여행사 패키지여행이었기에 시간이 많지 않아 일행 모두가
구경하는 궁전 안은 깨끗하게 포기하고 혼자 글로리에테 언덕으로 뛰어올라
사진 몇 장만 찍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자유여행으로 왔기에 늦은 밤까지 여유롭게 구경하고 갈 수 있네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축물을 보시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佳人은 옛날에 멀리서 위의 모습을 보고 전쟁 때 폭격을 맞아 그 후유증으로 건물이 부서지고
벽만 남은 지 알았다니까요.
선입견 없이 멀리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폭격 맞아 모두 부서지고 벽만 남은 것처럼...
언덕 위에 지은 개선문처럼 보이는 글로리에테로 올라가려면 오르막이고 길이
곧장 나지 않고 지그재그로 돌아 올라가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아마도 우리와는 격이 다른 사람이 마차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게 하려고
경사도를 낮추기 위함이겠지요.
언덕을 오르다가 올려다보니 이제 글로리에테가 머리만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왕관을 쓴 듯 말입니다.
그때는 이렇게 힘들게 찍은 귀한 사진입니다.
거의 다 올라가니 한 무리 꼬마들이 선생님하고 내려옵니다.
오늘 현장 학습이라도 하고 내려오나요?
그때의 영광을 몸소 느끼고 내려오는가요?
그런데 올라가는 길이 지그재그로 경사도를 낮춘 이유는?
아마도 예전에 황제가 모닝커피라도 마시러 이곳에 들를 때 걸어왔겠어요?
운동도 할 겸 걸어 오르내리면 건강에도 좋을 텐데...
마차도 그냥 마차가 아니라 폼나는 황금 마차를 타고 왔을 겁니다.
마차가 언덕을 오르내리기 쉽게 경사도를 죽이기 위해 길을 지그재그로 냈겠지요.
삼국지 기행을 하며 공명을 여러 번 만났기에 佳人도 이제는 척 보면 압니다.
누구는 황금 마차 타고 올랐던 길을 佳人은 헐떡거리며 올라갑니다.
황제는 바로 이 자리에서 쉔부른 궁전과 비엔나 시내를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세상 사는 기분이 우리와는 달랐겠지요?
"경치 쥐기네~"라고 했을까요?
궁전 뒤로는 1.7평방 킬로미터의 광활한 정원이 끝도 없이 펼쳐있습니다.
정원에는 화단, 분수, 조각상, 이 모든 게 궁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네요.
그곳에 전시한 조각상은 대부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입니다.
그러니 신들의 정원인가요?
황제와 그 가족만의 정원이 아니겠어요?
18세기 프로이센을 격파하고 승리를 자축하는 의미로 세운 일종의 개선문인 글로리에테...
그러나 그 후 세월이 흘러 나폴레옹이 이곳을 점령하고 사령부를 세우고 6개월이나
머물렀으니 나폴레옹의 승리가 아닌가요?
나폴레옹도 이곳에 머물 때 아침마다 황금마차를 타고 올라와 이곳에서 내려다보며
커피 한 잔 맛나게 먹었을 겁니다.
글로리에테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저녁노을도 참 곱습니다.
아치형으로 만든 주랑은 그 자체가 예술작품을 구경하는 기분이 듭니다.
동서로 1.2km이고 남북으로는 약 10km라고 하니 그 규모에 그만 입이 따악~~~
글로리에테는 가운데와 양쪽 날개로 구분할 수 있겠네요.
가운데는 방으로 꾸며져 지금 카페로 이용되고 있으니 사실 1780년경부터 식당으로
사용되었다 하며 그때 황제는 아침에 일어나 황금 마차를 타고 이곳 글로리에테에 올라
모닝커피를 마시며 빈 시내를 내려다보았을 겁니다.
양쪽 날개에 해당하는 곳은 도리아식 기둥으로 주랑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두 12개의 기둥이 보입니다.
그냥 보여주기 식의 건축물이라면 낭비겠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비친 장병을 기리기 위함이라니까...
가운데 보이는 글자는 "황제 요제프 2세와 마리아 테레지아 재위 기간인 1775년에 세웠다."라는
말이라 하니 그러니 공사 실명제라는 말인가요?
가운데 독수리는 신성로마제국의 상징으로 둥근 원 위에 서 있는 모습은
세상을 모두 갖고 싶었나 봅니다.
독수리는 신성로마제국의 상징이죠.
그 독수리 입을 보면 거대한 반지를 물고 있습니다.
그 옆의 조형물은 네 개의 방패를 손에 든 장군의 모습입니다.
두 마리의 사자를 거느리고 사자는 장군의 위엄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언제나 황제는 좌우로 저런 장군과 용맹한 짐승을 거느린
위풍당당한 자세를 지니고 싶었나 봅니다.
합스부르크가의 지배자는 로마제국의 영광과 위엄을 그대로 계승했기에
로마 황제를 뛰어넘어 더 위대한 지도자라고 과시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쉔부른 궁과 빈 시내가 한눈에 보입니다.
바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보았을 그런 풍경을 지금 여러분과 함께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비엔나커피 한잔 하고 가면 참 좋겠습니다.
주변은 푸른 숲으로 아주 시원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태리에는 이태리 타월이 없고 비엔나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는 것...
작은 영광이라는 글로리에테...
참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처음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간 후 이곳이 어떤 곳인가 궁금했고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25년 만에 겨우 올랐고 이번에는 여유롭게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다시 와 보았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프로이센을 격파하고 그 기념으로 여기에 글로리에테를 만들었다고 했나요?
그런 영광스러운 일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나 봅니다.
이곳에 올라와 황제는 그때의 영광을 언제까지 느끼고 싶었나 봅니다.
그러나 마지막 황제는 저물어가는 나라를 생각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결국, 나폴레옹에게 나라가 거덜 나고 이곳마저 나폴레옹에 접수되어 6개월가량
나폴레옹의 사령부로 사용되었답니다.
작은 영광이라는 의미의 글로리에테는 나폴레옹에게도 영광을 안겨주었나 봅니다.
나폴레옹도 여기에 올라 비엔나커피 가져오라 했을까요?
작은 영광이라는 글로리에테는 나폴레옹에게는 큰 기쁨이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