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모스크바 2018/크로아티아

골목길 풍경마저도 예쁜 로비니

佳人 2019. 4. 3. 09:00

골목길을 걷다가 보았던 가게 장식입니다.

예쁜 색깔의 스카프와 가방이나 모자 등으로 이런 종류의 물건을 파는 가게라는 것을 알리는 사인 역할을 하네요.

비록 영업을 위한 장식이지만, 골목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네요.

 

로비니는 크게 눈에 띄는 구경거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로비니는 모든 것이 구경거리입니다.

창문 덧문의 색깔도 이채롭고...

 

빨래를 널어둔 좁은 골목길도 보기 좋습니다.

예전부터 로비니는 낮은 임대료 때문에 많은 무명 화가가 모여들어 그림을 그리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정말 돌아다니다 보면 화가가 아니더라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곳이었습니다.

 

반질거리는 돌로 포장한 골목길은 또 어떻습니까?

이런 모든 것이 우리와는 다른 풍경이기에 더 눈에 담고 싶지는 않습니까?

그래서 화가는 화폭에 담았나 봅니다.

 

여행이란 우리와 비슷한 것은 공감하기에 좋고

다른 모습은 우리와 다르기에 또 좋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이유없이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서 떠나는 것이 아닌가요?

 

특별히 눈에 번쩍 띄는 것이 없는 로비니입니다.

하늘 위에서 보면 마치 섬처럼 구시가지가 아름답지만...

제가 하늘로 올라가서 찍을 수 없어 https://croatia.hr/en-GB/Church-St-Euphemia-Rovinj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원래 섬이었던 곳을 사진의 왼쪽을 매워 육지와 연결해두었답니다.

 

로비니는 역사적인 유적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단한 자연의 모습도 볼 수 없습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런 곳인가 봅니다.

그러니 이런 곳은 그냥 걷는 재미 아니겠어요?

 

그야말로 아기자기하게 예쁜 마을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그동안 땀을 흘리며 살아왔던 사람들의 냄새가 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대를 이어오며 살아왔던 사람의 모습 말입니다.

여행이란 역사적이 유적도 좋고 웅장한 자연의 모습이나 기이한 풍경도 좋지만,

힘들게 살아온 진솔한 모습이 느껴지는 이런 곳도 좋습니다.

 

이곳 로비니는 구시가지의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골목 투어하기 좋은 곳이 아니겠어요?

 

그러나 어느 골목길도 위로만 오르면 그 끝은 바로 성 유페미아 성당(Church of St. Euphemia)입니다.

높은 종탑은 더군다나 로비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웠기에 로비니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더라고요.

종탑은 베네치아 성 마르코 성당과 같은 모습으로 그 높이가 60m에 이른다네요.

 

종탑이 워낙 높기 때문에 로비니의 지표가 되는 지점이겠네요.

꼭대기에 풍향계 역할을 하는 성 유페미아가 올려져 있기에 이 성당이 유페미아 성당이라 부른다네요.

성녀 유페미아는 스플리트에서 궁전을 짓고 여생을 보냈다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시절 박해를 받아

검투장으로 끌려나가 사자에게 던져졌는데 사자가 물어 죽이기는 커녕 고문으로 생긴 상처를 핥아주어

석관에 넣어 다시 바다로 던졌다고 하는데...

 

바로크 양식의 성 유페미아 성당 내부는 유럽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모습입니다.

원래 이 자리에 성당이 있었지만, 지금의 모습은 1883년에 지은 것이라 하네요.

처음에는 성 조지에 봉헌한 성당이었지만, 다시 지으며 성 유페미아에 봉헌하게 되므로

성당 이름도 바뀌었다고 합니다.

성녀 유페미아는 순교 후 그의 시신이 담긴 석관이 돌연 로비니 바다 앞에 나타났으며 이를 발견한 사람들이

옮기려 했으나 꼼짝하지도 않았는데 어디선가 암소 두 마리와 소년이 나타나

석관을 언덕 위로 끌어 올렸다고 합니다.

 

주제단 한가운데는 용을 죽여 공주와 주민을 구했다는 성 조지의 조각상이 보입니다.

유럽에는 성 조지를 모시거나 수호성인으로 삼는 도시가 참 많더라고요.

그러나 이곳에서는 성 유페미아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성 유페미아 성당은 이스트라반도에서는 바로크 시대를 가장 아름답게 묘사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랍니다.

성 유페미아는 로비니의 수호성인이고 그녀의 유골은 성당 아래 대리석 관에 안치되어 있답니다.

이곳은 성당이 있어 올라오기도 하겠지만,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기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