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분에서 파진과 로비니를 거쳐 풀라까지 가는 길
오늘은 이곳 모토분을 출발해 파진을 거쳐 풀라(Pula)까지 가야 합니다.
모토분과 파진 사이에는 토요일이나 공휴일은 버스가 다니지 않습니다.
거리는 약 20km 정도 되는 제법 먼 거리입니다.
만약, 우리 부부만 이곳에 왔었다면 분명 천천히 걸어 파진으로 나갔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 함께하신 분은 70세가 넘은 고령에 무릎마저 좋지 않아
먼 길을 걷는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아침 산책을 마치고 들어오니 숙소 마당 테이블에 쿠키와 커피 그리고
세 가지 포도주를 준비해두었네요.
오늘 이 숙소에 묵은 사람은 우리 외에는 없었으니 우리를 위해 준비해 두었겠지요?
토마즈 아파트먼트는 이렇게 숙박 손님에게 포도주 시음 서비스도 합니다.
세 종류의 포도주는 알코올 도수와 맛이 모두 다른 포도주였습니다.
포도주 공장을 운영하는 곳이라 포도주 인심은 좋습니다.
아무리 약한 포도주라도 아침부터 맛있다고 자꾸 마시다 보면 술에 취하지 않겠어요?
제일 도수가 약한 포도주는 향기도 좋고 달콤하여 유혹하더군요.
원래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던 제가 몇 잔 홀짝거리며 마셨답니다.
이제 짐을 챙겨 숙소를 떠나야 합니다.
어제 미리 이야기했던 대로 파진까지는 숙소 주인의 따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나가기로 했더랬지요.
20유로에 태워준다고 하니 그야말로 숙소를 이용한 고객에게 서비스가 아닌가요?
숙소에서 10시에 차를 타고 출발합니다.
승용차로 오니까 파진 버스 터미널까지는 20분 만에 도착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네요.
11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토요일이라 버스가 시간표대로 운행하지 않고...
원래 11시에 풀라(PULA)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토요일에는 운행하지 않고
일단 11시 15분에 출발하는 로비니행을 타고 로비니(Rovinj)에 도착해
풀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네요.
요금은 네 사람에 150 쿠나였으며 짐 값으로 캐리어 두 개에 20 쿠나를 받습니다.
이러면 짐 값은 나중에 로비니에서 풀라로 갈 때 또 한 번 더 내야 하네요.
풀라의 숙소에서 메일이 날아와 도착 예정시각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15분 출발이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중간에 내려서 갈아타야 하니까 본의 아니게
잘못 알려준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로비니에서 풀라까지 가는 버스 출발 시각은 여기서는 알 수 없으니...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숙소 주인으로부터 문자가 오는데 자기가 파진에 일이 있어
일찍 끝나 풀라로 가는 길이라고 미리 알려주었더라면 파진 터미널에서 만나
함께 갈 수 있었을 텐데요.
좌우지간 우여곡절 끝에 로비니에 도착해보니 여기서 풀라로 가는 버스는 오후 1시에 있네요.
우리 도착시각이 또 1시간 이상이나 늦어지는 바람에 숙소 주인은
또 우리를 마냥 기다려야 합니다.
다시 숙소 주인에게 도착 예정시각을 문지로 알려주었습니다.
메일로는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오라고 하지만, 어디 그런가요?
로비니에서 풀라까지는 18 쿠나/1인으로 경로 할인을 해주어 14.4 쿠나만 받습니다.
이곳에서는 버스 요금도 경로 요금이 있네요.
버스로만 이동하며 여행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더군다나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먼트는 주인과 만나 열쇠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기에 쉽지는 않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풀라에 도착해 걸어 나오는데 숙소 주인이 우리를 알아보고
다가와 쉽게 만났습니다.
뭐 버스에서 내린 동양인 네 사람은 우리 외에는 없었으니까요.
위의 사진은 풀라 버스 터미널에 붙어있는 환영 인사로 왼쪽 두 번째에
한글로 환영이라는 우리 글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설마 제가 환영(幻影)을 본 것은 아니겠지요?
숙소 주인은 터미널에서 자기 차로 우리를 숙소인 아파트로 태워 주어 고맙게 도착했습니다.
아파트는 5층에 있어 오르내리는데 조금 힘은 들었지만, 우리 캐리어 두 개를 번쩍 들고
먼저 올라가기에 우리는 따라 올라가며 힘든 내색도 하지 못했네요.
주인 남자는 풀라 여행에 대하여 지도도 챙겨 주고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주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에 미소가 절로 떠오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동이 참 힘든 하루였습니다.
정상적으로 버스가 연결되었더라면 쉽고 빠르게 도착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 목적지 풀라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여행이란 늘 이렇게 많은 변수가 생기지 않겠어요?
이런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