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라트비아

구트만 동굴(Gutman's Cave/Gūtmaņa ala)과 슬픈 이야기

佳人 2018. 6. 25. 09:00

 

오늘 찾아갈 곳은 구트만 동굴(Gutman's Cave/Gūtmaņa ala)이라는 곳입니다.

라트비아 뿐 아니라 발트 3국에서 가장 큰 동굴이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눈에는 동굴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무척 많습니다.

 

 

이곳은 가을이 더 어울리는 계절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여행자는 그런 것을 모두 따져가며 다닐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가을에 이곳을 걷는다면 아름다운 단풍 속으로 빠져들 것 같습니다.

우리가 걷는 가우야 국립공원은 라트비아에서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라 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른 봄철이지만, 이 또한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이 아름다운 국립공원 트레킹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여행자마다 시굴다는 아름답다고 하지만, 이렇게 걸어보지 못한다면

시굴다의 참모습을 느끼기 쉽지 않을 겁니다.

 

 

어제 다리 위에서 이야기를 끝냈는데 오늘은 다리를 건너 시작합니다.

위의 사진처럼 다리를 건너면 자동차 도로 왼쪽으로 비포장 길이 보입니다.

여기서 자동차 도로는 보도가 없어 위험한 길이니 무조건

왼쪽 비포장 작은 길을 걸어야 합니다.

 

 

이 길이 맞는지 알지 못해 잠시 망설여집니다.

길을 걷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이 지역은 습지로 된 곳으로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중에 자동차 도로와

다시 만나게 되니 위험한 자동차길보다는 안전하고 자연과 함께 트레킹 할 수 있는

왼쪽길로 걸어야 합니다.

 

 

이렇게 한참을 걷다 보면 왼쪽에 동굴 하나가 보입니다.

이 동굴이 바로 오늘 구경할 구트만 또는 구트마니스라고 부르는 동굴입니다.

이곳에 오니 사람의 모습이 보이네요.

 

 

구트만이란 독일어로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라 합니다.

동굴 안쪽으로부터 맑은 샘이 나와 흘러내리는데 예전에 이 샘물이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며 아마도 어느 도사가 이 동굴이 살며 많은 환자를 치료했기에

굿맨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라트비아에서 가장 큰 동굴이라고 하는데 직접 보면 규모가 작아 너무 실망스러운

동굴로 보이는데 워낙 산이 없는 지역이라 이런 동굴이 라트비아에서

가장 큰 동굴이라고 합니다.

길이 18.8m, 높이 10m, 높이가 12m로 대강 동굴 크기를 짐작해 보에요.

 

 

이곳도 산처럼 생각되지만, 사실은 평원으로 흐르는 강이 오랜 세월 동안 흐르며

바닥이 침식작용일 일으켜 파인 곳이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높은 곳에 올라보면 확실합니다.

 

 

이 동굴에는 전설 하나가 전해 내려온다고 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동굴로 보이지만, 라트비아뿐 아니라 발트 3국에서도 가장 큰

동굴이라고 하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히 전설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전설의 주인공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제3의 인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래 어느 나라나 이런 구성이 제일 원가가 적게 들어가는 이야기 소재가 아닌가요?

 

 

춘향전에도 춘향이와 이몽룡 그리고 변학도로 이루어졌잖아요.

향단이나 방자나 월매는 사실 양념이고요.

여기에는 여자 춘향이 역에 마이야 로즈(Maija Rose)가 있고 그 상대역 이몽룡 역에

정원사 빅토르(Victor Heil) 있고 마지막 변학도 역에 폴란드 병사를 등장시킵니다.

나머지 많은 엑스트라가 등장하지만, 모두 조미료 역할이지요.

 

 

여기도 두 사람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그냥 이루어지면 재미없다고

훼방꾼을 등장시켜 극적으로 몰고 가지요.

위의 두 번째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구트만 동굴 옆에 있는 건물로 "사랑의 맹세"

라는 이름의 집이라고 하니 그럼 구트만 동굴에 얽힌 이야기 속으로 잠시 들어갈까요?

 

 

1601년 스웨덴과 폴란드가 라트비아를 사이에 두고 남의 나라에서 전쟁을 벌였답니다.

두 나라 병사의 피해도 있었겠지만, 이 지역에 사는 많은 사람이 죽어 여기저기

시신으로 뒤덮었다고 하며 그 시신 사이로 아직 살아있는 작은 여자아이가

발견되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이 마이야(Maija)라고 하네요.

그때가 오늘처럼 우리가 이곳에 온 5월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아이를 5월이라는 이름인 마이야라고 불렀답니다.

 

 

그 아이는 성장하며 나날이 예뻐졌고 드디어 '투라이다의 장미'라고 불릴 만큼

 아주 미인으로 성장했답니다.

얼마나 예뻤으면 투라이다의 장미라고까지 불렀을까요?

佳人은 이런 사람은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혹시 이 아이가 아닐까요?

시굴다 역 앞에서 리가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보았던 금발의 아이입니다.

아닌가요?

성장해 처녀 되었으니 저 멋진 금발의 늘씬한 여인일까요?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숙한 그녀는 이곳 시굴다 성의 정원사

빅토르(Victor Heil) 사랑에 빠지고...

이제 이들의 전설이 시작되는 운명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이 두 남녀는 매일 저녁 이곳 구트만 동굴에서 만나 오직(?) 사랑의 밀어만 나누고...

위의 사진은 동굴 앞에 있는 그림으로 장미와 마이야, 빅토르 그리고 나무 뒤에

숨어서 기회만 엿보는 폴란드 병사 아담 야쿠봅스키를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운명은 이 두 남녀의 사랑을 훼방 놓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지요.

마이야를 남몰래 짝사랑한 폴란드 병사 아담 야쿠봅스키가 마이야에게 청혼했지만,

거절당하자 두 사람의 사랑을 질투한 나머지 연인 빅토르를 가장하여 편지를 보냈고

 마이야는 그 편지대로 구트만 동굴로 오게 되었답니다.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병사는 마이야를 겁탈하려고 하자 마이야는 자신의 정절을

지키기 위해 병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그녀의 연인인 빅토르가 주었던 스카프를 가리키며 "내가 목에 두른 붉은 스카프는

마법의 힘이 있어 칼로 나를 찔러도 전혀 다치지 않는답니다.

만약, 나를 사랑한다면 마법의 힘을 믿어야 하니 나의 심장을 찔러보세요."

 

 

이런 말에 누구나 찌르면 크게 다치거나 죽는지 알지만, 찌르지 않으면

이야기 전개가 어렵잖아요.

그 말에 병사는 그녀의 말을 믿고 정말 칼로 그녀의 심장을 찔러버렸답니다.

심장을 찔린 마이야는 붉은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바로 죽어버렸답니다.

이에 놀란 병사는 도망했고 밤에 그녀와의 밀회를 즐기기 위해 동굴을 찾아온

정원사가 오히려 누명을 쓰고 살인혐의로 체포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네요.

 

 

결국, 살인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빅토르를 보고 폴란드 병사의 편지를

전달했던 조미료 역할의 심부름꾼이 사실을 증언함으로 살인의 진실은 밝혀졌고...

정원사는 사랑했던 연인 마이야의 시신을 투라이다 성에 묻었고

그 위에 보리수 한 그루를 심었다네요.

나중에 투라이다 성을 찾아가 그녀의 무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정말 진부한 이야기지만...

 

 

이렇듯 이 동굴은 아름답고도 슬픈 사연을 간직한 장소로 알려져 예전에는 

많은 남녀가 찾아와 이 동굴 앞에서 사랑의 약속을 한다고 하지요.

에도 젊은 남녀가 영원한 사랑을 이루려는 염원을 위해 연인과 더불어

이곳 바위에 두 사람의 이름과 사랑의 영원함을 새겨 놓은 곳으로

수백 쌍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더는 새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때는 낙서였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니 오히려 보호받는 유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동굴 안에는 연인의 이름과 사랑의 맹세를 새긴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동굴 벽이 단단하지 않은 사암으로 이루어져 낙서들이 가능하다고 한다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런 가슴 아린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구트만 동굴은 전설 속의 이야기로 알고 있었는데...

이 지역 고문서관에 보관된 1800년대의 문서에 마이야 살인사건에 관한 재판 기록이

발견됨으로 전설이 아니라 실화라는 게 밝혀졌답니다.

이거 실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