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리투아니아

세 십자가(Three Crosses/Trys kryžiai) 언덕

佳人 2018. 4. 3. 09:00

 

빌뉴스의 게디미나스 성 뒤로 보면 언덕이 하나 있는데 하얀 십자가 세 개가 정상에

보이는데 그곳은 세 십자가(Three Crosses/Trys kryžiai) 언덕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무엇하는 곳인가 궁금해 오늘 그곳을 찾아 올라갑니다.

그곳이 어떤 곳인가 궁금증이 생기면 올라가 봐야 합니다.

 

 

이곳을 오르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빌뉴스 첫날이었네요.

첫날 도착해 게디미나스 성에 올라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즐기다가 뒤를 돌아보았더니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건너편 산 위에 불을 밝힌 세 개의 십자가가 우리에게 올라오라고 하더라고요.

 

 

언덕이 없는 리투아니아에서 이 정도의 언덕이라면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고 찾을 수 있는 곳이죠.

빌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워낙 높은 산이 없는 나라이기에...

 

 

세 십자가 있는 언덕은 베케쉬 언덕(Bekešo Kalnas) 위에 있습니다.

언덕으로 오르는 길은 나무 계단으로 만들었는데 관리가 되지 않아 위험해 보입니다.

밤에는 이 계단을 통해서 오르지 않는 게 좋겠네요.

 

 

이 언덕이 베케쉬((Bekesh) 언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헝가리 출신의 소설가며

리투아니아-폴란드 연합군 사령관이었던 가스파 베게스에서 유래되었다 합니다.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언덕의 정상 부분에 그의 무덤을 만들었기 때문이라

하는데 그때는 20m 높이의 거대한 8 각형의 전탑을 세웠다 하네요.

옛날 사진을 보니 당시에는 무덤을 지키는 군인도 있었나 봅니다.

 

 

이 언덕은 빌뉴스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라 합니다.

세 개의 십자가는 1613년 처음으로 세워졌는데 그때는 나무로 만든 십자가였고 1863년

러시아가 지배했을 때 저항운동이 일어나자 러시아는 이 십자가들을 철거해버렸다네요.

 

 

그 후 1916년 위울스키(Wiwulski)의 디자인으로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

이 자리에 다시 세웠다는데 재미있는 일은 이 십자가를 만든 안토니 위울스키는 폴란드

사람으로 러시아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리투아니아 사람으로 주로 활동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했다고 하네요.

 

 

그의 작품 중 유명한 작품은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보았던

그룬발트 전투 50주년 기념탑이라 합니다.

우리가 크라쿠프에서 보았던 청동기마상 말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는 결핵을 앓으면서도 조국을 위해 소련과의 전투에도 참전할 정도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 또한 대단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철근콘크리트로 세운 세 십자가는 다시 이 지역을 강제 점령한 소련이 다시

부숴버렸다는데 위의 사진에 보이는 철근 콘크리트 잔해가 바로 그때 부순 십자가입니다.

바로 새로 만든 십자가 뒤에 그대로 두었더라고요.

 

 

지금의 모습은 1989년에 처음 세웠던 자리에 다시 만든 모습이라 합니다.

작은 십자가도 세월이 변함에 따라 몇 번씩 부쉈다가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했나 봅니다.

그러니 리투아니아의 슬픈 역사를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의미겠네요.

 

 

이 작은 십자가는 리투아니아 신앙심의 상징과도 같은

정신적 지주라 생각되기에 소중하게 여기나 봅니다.

빌뉴스의 실루엣과도 같은 정신적인 지주가 아닐까?

 

 

사실, 이곳 세 십자가는 크게 볼 것이 없습니다.

다만, 상징적인 의미죠.

그러나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하나만은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무척 좋은 곳이 분명합니다.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성 프란체스코 소속의 신부가 이곳에 복음을 전하러 왔는데

당시 이곳에 살았던 기독교를 믿지 않았던 이교도 사람에 의해

7명의 신부가 단두대에서 순교하게 되었답니다.

위의 사진이 당시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순교를 당한 7명의 신부 시신을 바로 이곳 언덕 위에 십자가에 매달아 놓았는데

그 중의 네 개는 폭우에 강으로 쓸려 내려갔고 언덕 위에는 세 개만 남았답니다.

 

 

그 신부들이 순교를 당한 장소가 바로 여기 세 개의 십자가가 있는 장소라 합니다.

십자가에 매달렸다가 쓸려 떠내려간 그 강이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강이고요.

이런 이야기를 알고 이곳에 오르면 또 다른 느낌이 들지 않겠어요?

 

 

이곳이 좋은 점은 전망대로서 아주 훌륭한 곳입니다.

구시가지 방향이 아주 잘 보입니다.

언덕조차 별로 없는 리투아니아에서 이 정도의 언덕이라면

주변 풍경이 아주 잘 보이는 곳이죠.

 

 

바로 눈앞에 빌뉴스의 또 다른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게디미나스 타워를 볼 수 있습니다.

밤에 오른다면?

여기보다는 오르기 쉽고 더 안전해 보이는 앞에 보이는

게디미나스 언덕에 오르는 게 좋지 싶네요.

그냥 야경은 앞에 보이는 게디미나스 성에서 바라보는 게 더 좋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 언덕을 오르는 길이 두 곳 있더군요.

게디미나스 언덕을 바라보고 양쪽으로 돌아가야만 하네요.

그러니 오를 때는 오른쪽 공원을 지나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반대편으로 내려오면 되겠네요.

공원 쪽은 나무 계단으로 올라야 하는데 계단이 부서져 엉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