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성과 비스와 강
바벨성 구경을 하다 보면 동쪽에 보이는 전망대처럼 생긴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서면 비스와 강을 바라볼 수 있죠.
지금까지 좁은 중세 모습의 골목길만 돌아다니다 이런 곳에 서면 속이 시원하죠.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면 용의 형상을 한 조형물을 볼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말라비틀어진 고목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정원에서 바라보는 바벨성 모습도 아름답지만,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강 풍경도 일품입니다.
이제 걸어서 강변으로 내려가 폴란드 용은 어떤 모습일까 구경이나 할까요?
정문으로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이곳 전망대에서 위의 사진처럼 바로 아래로 내려가는 후문이 있습니다.
그런 조형물을 만든 이유는 바로 그곳에 용의 동굴이 있기 때문이죠.
신비스럽게도 성 끝에서 강으로 내려가는 동굴이 있는데 그 동굴이 바로 용이 다녔던 동굴이라 합니다.
정말 신기한 동굴이 아닌가요?
여기에는 전설이 있는데....
옛날 비스와강에는 용이 살았다고 합니다.
용이 있는 곳이라 좌판에서 파는 장난감은 죄다 둘리처럼 생긴 용입니다.
용은 수시로 이 마을에 사는 아름다운 처녀를 잡아먹는답니다.
역시 유럽의 용은 동양과는 달리 나쁜 일만 골라합니다.
왕은 용을 처치하는 자에게 공주와 결혼을 약속했답니다.
세상 어디나 전설은 비슷합니다.
여기서는 그 대상이 용이라는 것뿐이겠죠.
결론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 아시겠죠?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을 내야죠?
어느 날 구두 장인의 제자인 크락이라는 청년이 타르와 유황을 잔뜩 먹인 양을 이용해 용을 유인한 후
용이 그 양을 먹게 했답니다.
그러나 용은 타는 목마름으로 비스와 강에 뛰어들어 강물을 모두 마셔버렸답니다.
너무 많은 물을 마신 용은 그만 배가 터져 죽어버렸다고 하네요.
정말 용 같지도 않은 용 이야기였습니다.
용 가문에서 집안에 먹칠 한 용이라고 쫒아내버리겠습니다.
결말은 구두장이의 제자와 공주는 결혼했으며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아주 뻔한 내용입니다.
그 청년의 이름이 크락이라고 하는데 이곳 지명인 크라쿠프가 바로 그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믿기 쉬운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동양의 용은 왕을 상징하고 권력과 신비한 영물로 존경의 대상인데 유럽의 용은 사악한 악의 축으로 상징되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개만도 못한 존재인가 봅니다.
용의 전설은 아마도 왕이 사는 궁전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도록 겁을 주기 위해 퍼뜨린 말이 아니었을까요?
바벨 성에서 동굴을 통해 바로 용의 조형물이 있는 아래로 내려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그러나 후문을 나와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면 쉽게 강변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강 건너편에 현대식 건물 하나가 보입니다.
망가관(Manggha Centre Manggha. Muzeum Sztuki i Techniki Japońskiej)이라고 부르는 일본 미술관이 보입니다.
건물이 망가지 자전거 뒤에 누운 사람이 망가진 것은 아니겠지요?
일본 미술 애호가였던 폴란드 사람 페르크스 망가 야센스키라는 사람이 그동안 자신이 수집한 일본 미술품
7천여 점을 전시해둔 미술관입니다.
망가관이라고 하여 일본 만화를 전시한 곳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우연하게도 폴란드 수집가의 이름이 망가라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제 다시 카지미에슈 지구를 찾아갑니다.
도착한 첫날 잠시 게토라는 유대인 거주지를 구경했지만, 날이 어두워지며
더는 용기가 나지 않아 돌아왔던 곳입니다.
오늘은 대낮이라 그런 걱정 없이 다녀오려고 합니다.
바벨 성 구경을 마치고 용 조형물이 있는 비스와 강 변으로 내려와 강을 따라 걸어가면 바로 우리가 찾는
카지미에슈 지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