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체코

카를 4세 동상을 바라보며...

佳人 2017. 10. 24. 09:00

 

구시가지 교탑(Old Town Bridge Tower/Staroměstská mostecká věž) 바로 앞에

작은 광장 하나가 있고 그 광장 가운데 아주 넉넉하게 생긴 청동상이 있습니다.

이 동상이 바로 보헤미아 왕국의 군주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지낸

카를 4세라고 합니다.

 

 

그 광장에 서서 강을 바라보면 안전 철책이 보이고 그 철책에는

엄청난 사랑의 열쇠가 채워져 있습니다.

카를교를 남녀가 함께 걷는다면 사랑하는 사이로 변한다 했나요?

누가 그런 거짓말을...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선출제로 여러 제후국이 모여 뽑았다네요.

선출할 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 왕을 선제후라고 했으며 보헤미아 군주

역시 선제후에 있었기에 카를 4세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될 수 있었다네요.

 

 

원래 가장 유력했던 다른 제후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역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설이 맞나 봅니다.

카를 4세는 누가 뭐래도 프라하의 황금기를 가져온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있지요.

덕분에 체코는 발전하게 되었다네요.

 

 

따라서 당시까지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조금 뒤떨어져 있던 이 지역을

획기적으로 바꾼 사람이라고 합니다.

유럽의 변두리에서 졸지에 중심국가로 발돋움했다네요.

사실 그가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것은 그의 아버지가 그를 이탈리아나

프랑스로 일찍 유학을 보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다리를 튼튼한 돌로 쌓음으로 지금까지도 지탱하게 했고 전에

보고 온 성 비투스 성당을 건축하고 카를 대학을 설립해 인재를 키우는 등 그의

재임 시기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누렸으며 주변의 도로나 기간시설을 확충하고

프라하를 둘러싼 성벽을 허물고 해자를 묻어버려 새로운 도시를 건설했다고 하네요.

 

 

우리가 프라하에 오면 들리는 바츨라프 광장도 그때 메운 해자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재원이 들어가야 했고 세금 인상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토목공사가 여기저기서 벌어졌겠지요.

카를 4세는 모자라는 재원은 자신의 재산을 투입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프라하를

국제도시로 변모시켰으며 유럽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도시로 만들려고 했답니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일자리가 많아졌고 경기가 좋아졌을 겁니다.

특히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프라하를 거쳐 이송하게 함으로

프라하를 통과하는 비용에 무역세까지 부과함으로 아주 짭짤한 부를 축적하기까지 했다네요.

이 정책이 신의 한 수였다고 하네요.

 

 

카를 4세가 프라하 다음으로 사랑했던 독일의 뉘른베르크에서는 카를 대학이 설립된 지

500년이 지난 1848년 카를 4세를 기리고 카를 대학 500주년을 기념하는 카를 4세의 동상을

만들어 프라하에 기증하게 되었답니다.

지금 보고 있는 이 동상이 바로 그 동상입니다.

 

 

그러나 카를 대학으로서는 대학 캠퍼스 안에 이 큰 동상을 세울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답니다.

그래서 선택된 곳이 많은 사람이 다니는 바로 지금의 자리라고 하네요.

이렇게 한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 아닐까요?

 

 

그러니 처음에는 "카를 4세의 동상이 있는 다리"라고 부르다가

지금의 카를교가 되었답니다.

작은 동상이 큰 다리 이름을 정한 셈이네요.

 

 

카를 4세가 얼마나 유명한가 하면 체코는 유로 연합에 가입해 있지만,

돈은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아직 체코화인 코루나를 사용합니다.

100 코루나에 나온 인물이 바로 카를 1세입니다.

세상 어느 나라나 그 나라 지폐에 사용되는 인물은 그 나라의 중요한 인물임이 분명하잖아요.

 

 

동상은 카리스마가 느껴지지만, 지폐는 아주 인자한 할아버지의 이미지네요.

지폐의 뒤는 둥근 것은 카를 대학 인장이며 네모 안에 든 것은

보헤미아의 문장이라 합니다.

물론, 이곳 카를 4세의 동상을 보면 손에 쥐고 있는 게 카를 대학 졸업장으로 보입니다.

 

 

광장 한편에 카를교 교탑과 마주 보고 있는 것은 파사드가 아름다운

살바토르 성당(Kostel Nejsvětějšího Salvátora)입니다.

그 뒤로 보이는 건물은 클레멘티눔(Clementinum)으로 예수회의 거점이라고 하네요.

지금은 프라하 대학의 도서관으로 사용 중인 곳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카를 4세는 체코의 부흥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왕이었나 봅니다.

신성로마 황제와 보헤미아 군주를 겸임하며 보헤미아의 황금기를 이룬 왕인 셈이네요.

게다가 미래를 내다보고 카를 대학을 설립함으로 카프카 그리고 마리아 릴케 등

수많은 인재양성에도 큰 공을 세웠다지요?

아인슈타인은 이 대학에서 잠시 동안 강의도 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