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16

푸저헤이(보자흑:普者黑)에서 있었던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佳人 2017. 3. 28. 09:00

푸저헤이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딱히 이유를 댈 수 없지만...

위의 풍경처럼 수려한 봉우리, 잔잔한 호수와 그리고 그곳에 비친 예쁜 반영은 물론, 꽃이 핀

아름다운 풍경까지 사람의 혼을 쏙 빼는 마력이 있는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佳人 마음에 쏙 드는 풍경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6년 만에 다시 찾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사실은 6년 전 푸저헤이에서 있었던 인연 때문입니다.

푸저헤이는 천천히 걷다 보면 마치 무릉도원에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비수기에는 여행자마저 보이지 않아 아주 한가롭게 거닐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 여행자 중 많은 분이 싱이의 완펑린을 찾습니다.

완펑린을 찾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많은 봉우리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싱이에는 완펑린 말고도 만봉호라는 호수도 있고 마링허라는 협곡도 있지만...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오며 보았던 봉우리 모두를 합해도 완펑린에서 슬쩍 한 번 휙 둘러본

숫자의 1%도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완펑린의 봉우리는 숫자로 치면 많지만 아름다움은 여기만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여기 푸저헤이도 완펑린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예쁜 봉우리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러나 완펑린에는 없는 호수가 여기저기 많이 있고 위의 사진처럼 습지 보호구역 또한

많기에 봉우리와 어우러진 호수는 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풍경이기에 한마디로 봉우리와

호수의 조화를 볼 수 있고 그 사이로 마구 헤집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시즌 중에는 연꽃이 활짝 핀 호수에서 배를 타고 봉우리 사이를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지요.

 

또 마을 뒤에 보이는 청룡산에 오르면 앞뒤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빠져 무아지경에 이릅니다.

그리고 두 발로 걸어가며 마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습니다.

위의 사진 속에 보이는 길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타박타박 걷고 싶지는 않으세요?

정말 우리는 저 길을 따라 걸었답니다.

 

우선 먼저 우리가 숙소를 정한 푸저헤이 마을부터 둘러보시죠?

푸저헤이도 이미 밀려드는 관광객에게 항복한 모습입니다.

예전의 아늑한 고향 마을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마을 전체가 객잔을 짓느라

공사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원래 위의 사진과 같았던 곳에 개발의 바람은 이곳 푸저헤이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습니다.

전에 보았던 황토로 만든 흙벽돌을 쌓아 만든 포근한 느낌의 집은 더는 구경하기 어렵게

되었고 이번에 갔을 때는 아직 몇 채는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기는 했지만,

얼마 견디지 못하지 싶습니다.

물론, 아직 다 헐어내지 못한 예전 모습의 흙벽돌 집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언제 모두 헐어버리고 현대식 건물로 객잔을 지을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니 정말 예전의 아늑한 모습은 사라지고 이런 게 개발인지

파괴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게 이곳에 살던 주민이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 싶네요.

이렇게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자본이 원주민을 더 멀리 깊은 산속으로 쫓아버리고

마을 전부를 객잔으로 또는 음식점으로 바꾸지 않을까요?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은 얼마나 견딜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개발의 바람을 비껴간 듯...

그곳 담장에는 벽화로 장식했네요.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벽화네요.

이런 그림을 그린 곳은 다음에 부숴버리겠다는 의미일까요?

 

예쁜 그림으로 담장을 치장했네요.

역시 그림에도 연꽃이 많이 나온 것으로 보아 이곳은 연꽃이 갑입니다.

이런 모습이 좋은 이유는 어린 시절 보았던 고향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일까요?

 

푸저헤이는 佳人에는 조금 특별한 기억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이런 곳이 어디 이곳뿐이었겠습니까?

리장에서 머리빗을 건네준 식당의 꾸냥도 있었던걸요.

 

그때 리장에 도착한 날 밤에 제일 먼저 그 식당을 찾아 나섰지만, 

식당을 다른 사람에게 몇 년 전 넘기고 떠났다는 아픈 이야기만 들었잖아요.

오늘도 고마운 사람을 찾아 나섰던 이야기입니다.

 

바로 위의 사진이 그때 우리가 묵었던 바로 그 숙소입니다.

그때는 주변에는 모두 흙벽돌로 지은 토담집이었고 이 숙소만 위의 사진처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한 건물이었습니다.

 

6년 전 빠메이를 거쳐 이곳 푸저헤이에 왔을 때 심한 기침감기로 며칠째 고생 중이었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비상약으로 간신히 버티고 다녔지요.

그래도 기침은 낫지않아 계속 고생하며 다니던 중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약국을 들러보았지만, 모두 알 수 없는 한약 성분의 약을 권하기에

자유여행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내용을 알 수 없는 약이라 선뜻 사 먹지 못하고

다니는 중이었는데 지금 이런 경우였다면 얼른 약국에 들러 약을 사 먹었겠지만,

그때는 중국 약에 대한 믿음도 지식도 없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약이 그때 이곳 숙소 젊은 주인 아낙이 佳人의 손에 건네준

약으로 한방약은 자세히 모르겠지만, 왼쪽에 보이는 약은 아무래도 항생제인

아목시실린 250mg 캡슐로 보입니다.

약을 받아두고 다음 여행지인 샤오치콩까지 가며 며칠 더 참아보았지만, 증세가 가라앉지 않고

더 심해져 더는 참을 수 없어 이 약을 먹었고 바로 기침이 가라앉았습니다.

 

당시 숙소에는 우리 부부만 머물렀고 그때 숙소의 젊은 새댁은 佳人이 밤새

기침하는 소리를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녀 식구가 머문 곳은 우리 숙소 건너편으로 제법 거리가 있었는데...

아침에 뜨거운 물을 세숫대야에 담아 가져오며 佳人에게 건넨 약이 있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줍은 듯 건네주더군요.

그래서 그 고마운 아낙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전해줄 선물인 화장품을 들고 오늘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천지개벽해 원래 살던 주민은 변두리에만 조금 흔적이 남아있고

숙소가 있었던 중심부는 모두 헐고 새로운 객잔 건물을 짓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들어가는 골목 입구부터 바뀌어버렸습니다.

바뀐 게 아니라 입구를 밀어버려 사라져버렸더군요.

 

그때 이른 아침 따끈한 세숫물을 떠 와 우리 부부에게 건네주며 약을 전해준 그 새댁에게

손이라도 잡으며 고맙다는 말을 왜 한 번만이라도 더 하지 않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됩니다.

아!!! 젊은 새댁의 손은 아무리 고마워도 함부로 잡으면 큰일이 나겠네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여행 중인 佳人의 기침소리를 듣고 약까지 챙겨준

따뜻한 마음의 푸저헤이 새댁 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내가 힘들 때 내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은 쉽게 잊을 수 없잖아요.

 

옛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지만, 그 집은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네요.

입구부터 모두 헐어버렸기에 그곳은 전혀 알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았던 우리에게 그녀가 건넨 것은 약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사랑과 情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아 나섰지만, 푸저헤이는 우리 인연과

사랑과 정을 갈라놓고 말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받는 친절이나 배려는 쉽게 잊을 수 없는 일이죠.

더군다나 말도 통하지 않은 다른 나라에서 말입니다.

이렇게 여행하며 고마운 사람을 다시 찾아왔지만, 세상은 너무 변해버렸습니다.

그녀가 없는 푸저헤이는 전혀 아름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푸저헤이를 다시 찾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위의 사진이 예전에 숙소로 들어가던 입구였지만 지금은 말끔히 밀어버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밀어버린 것은 佳人의 추억과 아름다운 그녀의 정과 인연까지도 함께 밀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도 남아있습니다.

변두리 지역은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 흙벽돌로 집은 지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네요.
앞으로 얼마나 이런 옛 모습을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마을 구경을 마친 후 내일은 푸저헤이를 가장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청룡산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려고 합니다.

 

청룡산은 예전에 우리가 말도 통하지 않는 그녀에게 이곳에서 구경할 곳을

알려달라고 하자 그 새댁이 우리 부부를 숙소 옥상으로 직접 데리고 올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올라보라고 했던 곳입니다.

바로 그때 그녀가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곳이

바로 위의 사진이었습니다.

 

당시 이 숙소만 2층 건물로 주변 모든 건물 대부분은 흙벽돌에 붉은 기와집이었습니다.

그때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알려준 곳이기에

이번 여행에서도 제일 먼저 청룡산부터 올라가겠습니다.

비록 그녀는 만나지 못했지만, 아직도 그녀가 손가락으로 우리에게 알려준

그 산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정과 인연을 기리며....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도 경제성장과 더불어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곳도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며 찾는 사람이 늘어나 관광객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많은 숙소가 들어섭니다.

차라리 새로운 숙박단지를 만들어 개발하고 원주민이 살아가던 지역은

그대로 보호했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곳을 떠나면 원주민은 어디서 무얼 하고 살아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