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16

완펑린(만봉림:万峰林), 古榕, 古橋, 古寨(Old Banyan, Old Bridge, Old Village)

佳人 2017. 3. 15. 09:00

아주 멋진 다리가 보입니다.

돌로 쌓아 만든 무지개다리로 제법 오랜 풍상도 느껴지는 모습입니다.

다리 양쪽으로 각각 네 그루의 반얀트리를 심어 마치 다리를 호위하듯 멋지게 심어두었습니다.

이 다리는 2000년 이맘때 우리가 완펑린에 왔을 때 찾아보았던 부이족(布依族, 포의족) 마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사진 몇 장을 다시 강제 소환해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는 오늘처럼 비도 내리지 않고 화창한 날씨였네요.

완펑린에 오신다면 누구나 관봉도를 따라 관람차를 타고 돌아보시고는 바쁘게 가실 겁니다.

그러나 관람차를 타게 되면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지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은 다른 완펑린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잠시 외도하는 기분으로 마을 안으로 들어가 구경합니다.

그때 관봉도가 아닌 마을길을 걷다가 건너편 산밑에 사는 마을이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궁금하면 들어가 봐야 합니다.

바로 위의 사진을 보면 멀리 산 중턱에 길을 만든 관봉도가 보이실 겁니다.

관봉도를 뒤로하며 건너편 산밑으로 걸어들어갑니다.

 

큰길에 古榕, 古橋, 古寨(Old Banyan, Old Bridge, Old Village)라는 이정표가 보이더라고요.

바로 이런 이정표가 우리 부부를 유혹한 겁니다.

그래서 묻고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큰길에서 벗어나 마을 안으로 들어갔지요.

마을 안에는 그야말로 거대한 반얀트리가 많이 있었고 오래된 다리가 보였고 그리고 오래된 마을이 있더라고요.

 

그곳에서 보았던 다리가 참 예뻤습니다.

위의 사진 속에 보이는 다리였습니다.

이 다리를 보니 얼마 전 작고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라는 소설을 쓴 작가가 생각납니다.

헐!!!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다리를 보고 佳人의 엉뚱한 상상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지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만 아름답다 하시겠습니까?

이런 곳을 서성이다 보면 메릴 스트립이라도 만날 것 같은 그런 아름다운 다리가 아닙니까?

완펑린에서는 봉우리만 보는 게 아니지요.

위의 사진처럼 내 마음속의 메릴 스트립도 만날 수 있는 것이 여행입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기이한 모습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여행의 덤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마을의 토질과 잘 어울리는지 반얀트리의 모습이 대단히 크고 울창해 늠름하게 서 있는 마을입니다.

이렇게 여행이란 완펑린에 봉우리 구경하러 왔다가 엉뚱하게 다리며 마을이며 반얀트리도 구경할 수 있는 겁니다.

 

반얀트리 그루터기에 생긴 공간에 돌로 할배를 만들어 모시고 이들의 소망을 담았습니다.

저 돌과 나무가 인간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라고 생각하면 내 마음을 닫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일이지요.

그러나 내 마음을 열고 마을로 들어가면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말입니다.

오래된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들 삶 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지요.

그리하신다면 우리의 여행은 한층 더 아름답고 의미 있는 그런 여정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것만이 아니지요.

이런 아름다운 예술적인 돌담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돌담도 이들에게는 삶이지만, 우리 눈에는 이게 예술작품이지 그냥 담벼락은 아니잖아요.

이런 모습을 보며 예술이라고 생각하면 이 또한 여행의 덤입니다.

자꾸 덤을 좋아하니 제가 덤 앤 더머라고요?

 

이 마을이 궁금하십니까?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마을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사진 가운데 큰 나무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조금 작은 나무도

보이고 제일 오른쪽 끝에 보이는 가장 큰 나무 아래로 강물이 흐르는데 그곳에 있는 다리와 반얀트리입니다.

그래서 이 마을을 古榕, 古橋, 古寨(Old Banyan, Old Bridge, Old Village)라고 부르네요.

 

오래된 마을에 오래된 멋진 다리가 있고 아주 커다란 반얀트리가 있었던 마을이었습니다.

그곳을 찾아가시면 내 마음 속의 메릴 스트립도 만날 수 있고 크린트 이스트우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의 메릴 스트립이고 누구의 크린트 이스트 우드입니까?

당신은 또 누구의 메릴 스트립이고 누구의 크린트 이스트우드입니까?

 

마을로 찾아가시려면, 위의 사진 왼쪽 아래에 보이는 민족학교 옆으로 난 자동차 길을 따라 들어가시면 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 아닙니까?

봉우리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살고 그들이 먹고살 딱 그 정도의 밭이 있습니다.

더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살아가라는 하늘의 뜻입니다.

지금 마을의 모습은 2000년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 개량사업을 한 듯 새롭게 짓고 칠을 했네요.

 

이 마을을 일컬어 봉림녹수(峰林綠水)는 전원을 만들고, 인간 선경은 회촌을 품었다고 합니다.

이게 뭔 소리죠?

아마도 영혼의 보금자리, 꿈의 성지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신선이 사는 선계처럼 보이십니까?

그러나 저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신선은 없고 우리와 같은 36.5도의 따뜻한 피를 지닌 부이족이 있을 뿐입니다.

 

위의 사진은 오지경천(五指擎天)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오지경천의 의미는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 하늘을 떠받든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산의 생김새가 손가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조금은 기이하게 생기기는 했네요.

이런 곳에 오면 저들의 구역이기에 토를 달지 말고 무조건 그렇다고 해야 합니다.

 

전혀 손가락을 편 모습으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 많은 사람이 찾아오니 그렇다고 해야 하겠지요?

위의 사진은 예전에 아랫길을 걸어가며 오지경천이라고 부르는 곳을 찍은 사진입니다.

 

그러니 손가락을 편 듯한 산의 모습이 하늘을 받드는 기둥 같은 모양이라는 의미지 싶습니다.

중국 전설의 곤륜산에 하늘을 떠받치는 여덟 개의 기둥이 있다는데 이것인가요?

그럼 나머지 3개는 어디에?

돼지가 개울을 건너다가 잃어버리기라도 했을까요?

 

완펑린에는 봉우리만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 구경도 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광객은 관람차를 타고 무엇이 그리 바쁜지 쌩~하고 달리기만 합니다.

걸어가면 또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을 보았다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위의 사진 속의 풍경은 띠옌(지안:地眼)이라고 이름 지은 곳입니다.

이곳 전망대에는 이런 시가 한 편 적혀있습니다.

중국 당나라의 시인 진자앙(陳子昻)이 지은 시라고 하네요.

잠시 가던 길 멈추시고 시 한 편 바라보고 갈까요?

걷는 자만이 이곳에 서서 우두커니 바라보며 시 한 편 읊고 갈 수 있지 않을까요?

 

登幽州台歌

(등유주대가)

 

前不见古人,后不见来者.

(전부견고인, 후부견래자)

念天地之悠悠,独怆然而涕下.

(염천지지유유, 독창연이체하)

 

   유주대에 올라 노래하다.

 

앞서간 옛사람은 보이질 않고,

뒤로 올 사람조차 보이질 않네.

천지의 영원 무구함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만 슬퍼 홀로 눈물 흘리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마도 세상의 영원 무구한 넒음을 보고 인간의 왜소함과 유한함을 노래했나 봅니다.

그러나 너무 슬퍼할 것만 아니지요.

그게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요?

 

여행자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또 다른 구경거리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슬퍼할 시간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이 그렇게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합니다.

이곳을 걷다 보니 정신없이 걷게 됩니다.

 

걷다가 멈추어 우두커니 바라보며 이런 시 한 편 읊어보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면 우리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질까요?

그리고 이 시를 썼던 진자앙에게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 슬퍼하지 말라고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 갑시다.

 

이 사람아! 테스 형도 평생 그 답을 얻지 못하고 갔다네...

그러니 佳人에게는 너무 어려운 명제를 던져주지 마시게나.

 

내게는 이런 아름다운 노래만 들린다네!

"울지마~ 울긴 왜 울어 ~ 바보처럼 울긴 왜 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