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16

잠자는 미인, 수미인(睡美人)이 있는 만봉림

佳人 2017. 3. 13. 09:00

이제 표를 사고 완펑린 경구 안으로 들어가야겠네요.

관람차가 다니는 관봉도라는 길에는 중간에 화장실도 있고 정자도 있습니다.

물론, 관람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차가 여러 차례 정차하고 잠시 사진 찍을 시간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걸어서 완펑린을 즐기려 합니다.

 

이곳 입장료도 마링허와 마찬가지로 80원(동절기 60원)/1인이며 60세 이상 반표고 70세 이상은 무료입니다.

내, 외국인 같이 적용합니다.

그러나 경구 안을 운행하는 관람차는 50원/1인으로 다른 관광지와 같이 할인이 없습니다.

 

이런 곳에만 오면 꼭 나타나는 사람이 있지요.

바로 서하객입니다.

명대의 지리학자며 여행의 달인이라는 쉬샤커(서하객:徐霞客)입니다.

 

그도 이곳을 다녀갔다면 그냥 가지 않고 또 한 마디 남기고 갔다네요.

(방박수천리:磅礴数千里,위서남형승:为西南形胜)고 했다네요.

무슨 소리지?

이 말은 수천 리에 걸쳐 끝없이 펼쳐져 서남부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그리고 세상에는 많은 산봉우리가 있지만, 이곳의 봉우리는 숲을 이루고 있다라고
(천하산봉하기다:天下山峰何其多,유유차처봉성림:惟有此处峰成林)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어려운 문자를 쓰며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역시 배운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 봅니다.

 

그런데 당연한 말을 유식하다고 한자로 너무 어렵게 이야기했나 봅니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이 만봉림이 아닌가요?
그가 다녀갔다고 경구 입구에 위의 사진에 보이는 광장을 만들고 서하객 광장이라 부르나 봅니다.

 

먼저 출발하기 전에 이곳 지도부터 보고 갑시다.

경구 대문은 왼쪽이고 산 중턱에 관광차가 운행되도록 길을 만들어 그곳으로 차를 타거나 걸어갈 수 있습니다.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이 길로 걸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 길을 걸으며 봉우리를 본다고 하여 관봉도(觀峰道)라고 부르나 봅니다.

밀림처럼 봉우리가 모여있는 곳을 바라보고 걸어가니 관봉도라는 길 이름이 아주 잘 어울리네요.

오늘의 목표는 이 도로 끝까지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이곳에 도착하니 비가 조금은 잦아들고 걷기에 좋은 날씨입니다.

 

예전에는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입구에 도착하면 마을 안으로 들어갈 때는 기존요금에 1원을 더 받았습니다.

지금은 이런 제도가 바뀌어 그린 버스가 경구 내에 따로 운행하는 듯하네요.

중국은 이렇게 경구 안에서는 그들이 마련해 둔 교통수단만을 이용하게끔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지금도 그 버스로 들어갈 때는 문표를 사야 하는지 안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그냥 1원만 더 내면 그냥 시내 버스를 타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버스가 더는 다니지 않나 보네요.

 

봉도를 올라가면 제일 처음 만나는 모습입니다.

위의 사진에 가운데 보이는 돌기둥입니다.

돌기둥 이름이 장군봉이라고 하더라고요.

큰 봉우리 사이에 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이네요.

 

장군처럼 생겨 그렇게 부르나 몰라도 입구를 지키면 장군이 아니라 문지기 봉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위의 사진은 예전에 왔을 때 아래에 만든 길을 따라 걷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그때는 날씨가 좋았습니다.

 

장군봉을 바라보는 그곳에 서서 파노라마로 긁어보았습니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비가 잦아드니 다행이기는 하더라고요.

 

정말 많은 봉우리를 볼 수 있습니다.

왜 만봉림이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알 수 있네요.

그러나 너무 많은 봉우리가 있기에 오히려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입구에서 표를 사는데 표 파는 직원이 우리에게 관람차를 타라고 강력히(?) 권하네요.

오늘 같은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는 걷는 데 힘이 든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 완펑린을 걸어가며 즐기러 왔기에 비가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곳을 그냥 차를 타고 빨리 지나갈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걷다 보면 남이 보지 못한 것까지 볼 수 있잖아요.

이런 비내리는 날에 만봉림을 걸어보는 일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겠어요?

 

위의 사진은 수미인(睡美人)이라는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라 합니다.

수미인이라면 잠자는 미녀라는 말이 아닌가요?

여러분은 위의 사진을 보면 잠자는 미녀의 얼굴이 보이십니까?

산봉우리 모습이 마치 미인이 누워 잠을 자는 듯하다고 이름 지었나 봅니다.

가만히 바라보니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미인의 얼굴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만봉림은 중국답게 엄청나게 많은 미인을 인해전술로 동원해 이곳에 비를 맞으면서도 누워있으라고 했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쉽게 떠오르지 않겠지만, 이렇게 걸어가며 바라보니 마치 누워 잠자는 미녀의 얼굴로 보입니다.

수미인을 보셨다면 여러분은 진정 영웅이십니다.

자고로 '영웅은 미인의 관문을 넘기 어렵다(英雄難過美人關)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미인이 이렇게 전부 누워서 여행객을 맞이해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경사가 심하지는 않지만, 오르막길을 걸어 오르다 보니 정자 하나가 있네요.

이곳에서 비도 피할 겸 잠시 쉬어가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경치를 금수전원(錦綉田園)이라고 부르는 곳이네요.

비단으로 수 놓은 전원의 모습입니까?

그냥 봉우리 많다고 이름을 재미있게 붙였습니다.

그런데 저 봉우리 모두 자기 이름이나 변변히 있을까요?

 

많은 봉우리...

그 봉우리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그런 느낌입니다.

인간과 자연이 썩 잘 어울린 모습이 아닌가요?

그러나 마을 풍경이 주택개량 사업을 하여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곳은 부이족이 살아가기에 예전에는 대부분의 집이 돌로 집을 지었기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자연이 낳은 시와 같은 화폭으로 보이십니까?

이곳에서 이런 풍경을 보시고 시상이 저절로 떠오르신다면 이제 하산하셔야 합니다.

생명과 자연의 조화를 생각하신다면 득도의 경지에 접어드셨으니 역시 하산하셔야 합니다.

잠자는 미인의 얼굴이 보이고 일용 엄니가 사는 전원이 생각나신다면 해탈의 경지에 접어드신 겁니다.

득도란 힘들게 고생하며 얻는 게 아니라 바로 내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나를 깨우는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