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팡지에(사방가:四方街)는 리장의 중심
차마호시(茶馬互市)가 열렸던 마을은 어느 곳이나 마을 한가운데 쓰팡지에
(사방가:四方街)가 있고 차마고도를 따라 마방이 장사를 위해 여러 마을에서 찾아와
이곳 쓰팡지에에 모여 자기가 실어온 물건을 팔고 필요한 물건을 사서 돌아가는
장이 서는 곳이며 또 쓰팡지에에는 마방의 물건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도 성업했을 것이고요.
그러니 리장의 쓰팡지에란 리장의 중심일 뿐 아니라 마방에게는 세상의 중심인
옴파로스라 생각했을 겁니다.
차마고도를 따라 많은 마을에 쓰팡지에가 있지만, 여기 리장만큼 번화한 곳은 없지
싶고 오늘은 리장의 중심이며 심장이며 배꼽인 사방가라는
쓰팡지에(사방가:四方街)부터 구경합니다.
위의 두 장의 사진은 리장의 쓰팡지에라는 간판을 찍은 사진으로 왼쪽에 보이는
새것 같은 것이 7년 전에 찍은 사진이고 오른쪽은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오히려 바뀐 듯 보이지요?
거의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이 흘렀지만, 같은 것은 무엇이고 다른 것은 또 무엇입니까?
왼쪽에 보이는 열쇠처럼 생긴 고리도 거의 변함이 없지만, 다만, 목판의 칠만 벗겨져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다시 목판에 니스칠만 하면 앞으로도 천 년은 더 사용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7년 전의 모습이 더 새것으로 보이잖아요.
이곳 쓰팡지에는 리장의 중심부에 있는 네모난 광장으로 예전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만남의 광장이요.
마방이 모여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구역이요,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 소통의 장소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나시족 사람이 모여 여행자를 위한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네요.
세월이 흐르며 쓰팡지에는 완전히 다른 용도로 변해버렸습니다.
세상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습니까?
마방에게는 모든 길이 마을마다 있는 쓰팡지에로 통한답니다.
그러나 모든 골목길이 같은 것은 아니고 위의 사진처럼 길의 가운데는 골목길의
넓이에 따라 두 줄이나 석 줄의 석판으로 구분했기에 누구나 가운데
석판의 숫자를 보고 걸으면 모두 쓰팡지에로 이어진답니다.
위의 사진 한 장을 강제 소환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예전 차마호시가 열렸던 당시의 리장 고성의 쓰팡지에입니다.
지금도 이곳에 오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지만, 그때는 더 혼잡했지 싶습니다.
발 디딜 틈도 없다는 말이 실감 나지 않습니까?
위의 사진은 쓰팡지에로 들어오는 골목에 만든 방향을 알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근의 큰 마을 네 곳에서 들어왔으니 쓰팡지에(사방가:四方街)라고 불렀을 겁니다.
물론, 위의 사진은 7년 전에 찍은 사진으로 지금은 저 간판이 사라졌는지 볼 수 없더라고요.
쓰팡지에...
지금은 주로 나시족의 춤 공연이 주로 이루어지지만,
예전에는 차마고도를 따라 오가는 마방의 중간 역참인 리장의 중앙시장인 셈입니다.
간판의 왼쪽에 보이는 그림은 바로 나시족 전통 상형문자라고 하는 동파문입니다.
그러니 사방가라는 거리 가(街)는 우리가 아는 거리의 의미가 아니고 영문으로
마켓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시장이 틀림없습니다.
리장 고성에는 두 개의 큰 광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대수차가 돌아가고 있는 위허(玉河:옥하) 광장으로
고성 북단에 있어 옥룡설산으로부터 흘러오거나 흑룡담에서 솟아오른 물이
고성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인 곳이지요.
다른 하나는 우리가 오늘 구경하는 쓰팡지에입니다.
크기는 쓰팡지에가 조금 작습니다.
그러나 리장의 중심은 작아도 쓰팡지에라고 봐야겠네요.
사실 그리스의 아고라가 유럽으로 전해지며 유럽의 모든 도시가 광장을
중심으로 발달했기에 광장 문화가 유럽 문화의 중심이 되었잖아요.
헉!!! 중국이 아마도 쓰팡지에가 아고라의 원조라고 주장하지 싶네요.
지금은 많은 여행자가 모이고 낮에는 나시족 할매, 할배가 모여 여행자를 위해
전통 무용을 공연하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다 보니 몸동작이 어눌하고
수준 또한 학예회 수준이더군요.
그래도 공연 시간만 되면 많은 사람이 모여듭니다.
사진처럼 원을 그리며 돌거나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고 발을 앞으로 올리는
몇 가지 단순한 행동을 되풀이합니다.
그러나 할매, 할배들은 발을 위로 높이 올려야 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나마 손은 앞뒤로 흔들고 머리 위로 쉽게 올라가지요.
오십견이 없다면 말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나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이야기하지만,
세월 이기는 장사 없습디다.
위의 사진은 할매 무용단의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젊은 사람들의 공연 모습입니다.
역시 동작도 크고 역동적이라 다릅니다.
사내는 붕붕 공중으로 날다시피 뛰어오르고 꾸냥은 살랑살랑 흔들며 활기차게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방금 공연을 마친 할매, 할배에게 저 동작을 그대로 하라고 하면
모두 쓰팡지에 바닥에 쓰러졌을 겁니다.
이렇게 모든 공연이 끝나고 나면 공연에 나왔던 출연자와 주변에 모였던 여행자가
모두 나와 손에 손잡고 원을 크게 그리며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출연자가 나시족인지 아니면 한족의 전문 춤꾼인지 알지 못하지만....
여기서 젊은 꾸냥의 보드라운 손이라도 잡아보려면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뛰어나가야
하지만, 때로는 성공적으로 손을 잡았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꾸냥과 佳人 사이로 웬 할배가 치고 들어온다면 또 허탕이지요.
리장 쓰팡지에에서 엉덩이 살랑살랑 흔드는 꾸냥 손이라도 잡으려다가 나시족 할배의
거친 손을 꼭 잡고 끝날 때까지 원을 그리며 돌아야 했던 佳人의 슬픈
가을의 전설이 있는 쓰팡지에랍니다.
뿌리치려고 해도 나시족 할배의 손아귀 힘이 얼마나 강한지...
예전에는 각지로부터 모여든 마방이 이곳에 모여 장사를 하고 각지에서 모인 마방들이
서로 가지고 온 물건을 교역하는 장소이고 지나가던 마방들의 숙식을 해결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도 푸는 장소였을 것입니다.
또 오랜만에 왕 서방은 친구도 만나고 사돈의 8촌도 만날 수 있는 곳.
리장과 인근에 사는 이웃이 모여들어 장사도 하고 시장도 보았던 곳.
덜수가 밍월이를 만나 첫눈에 뻑~소리나게 가버려 속으로만 애 태웠던 곳.
밍월이 동생 삼월이는 대방을 따라 먼길 떠나는 인턴 마방인 佳人을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먼발치에서 까치발로 숨어서 엿보던 곳이
바로 이곳 쓰팡지에가 아니었을까요?
사랑이 싹 트고 사랑이 아름답고 때로는 아프고 쓰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곳이
바로 이곳 쓰팡지에이지 싶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곳은 네 방향의 여러 마을에서 모여드는 리장의 사방가라는 쓰팡지에입니다.
이곳 리장은 차마고도의 중간 역참이며 중계교역의 핵심처며 마방의 거점도시이기도
했지 싶고 마방은 스스로 상품을 사고 팔기도 했지만,
지금의 택배회사와 같은 역할도 했을 겁니다.
다른 상인의 상품 운송도 대신 맡아 해주었을 것입니다.
마방 조직을 꾸려 직접 장사를 나서기도 했고 다른 큰 마방 조직에 소속되어
움직이기도 했을 것이고 심지어 절에서도 직접 마방조직을 꾸려 운영하며
돈을 벌어 시주로만 부족했던 절 운영비를 보탰을 겁니다.
상품 교역뿐 아니라 소식도 이들을 통해 전해졌을 것이고
문명 또한 이곳에서 저곳으로 전해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