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16

관음폭포는 호도협 트레킹에서 하나의 쉼표입니다.

佳人 2017. 1. 17. 09:00

 

호도협 트레킹 중 가장 볼만한 곳 중 한 곳이 바로 관음폭포라는 곳이 아닐까요?

트래커 누구나 이곳에만 오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으로 이 말의 의미는

몇 시간을 걸어오며 그저 그런 산길에서 이곳만의 독특한 면이 있다는 말이잖아요.

미소마저 떠오르는...

 

 

그러나 오늘같은 날은 수량이 적어 웅장한 폭포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퍽퍽한 산길을 걷다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우리도 잠시 쉬었다 가렵니다.

관음폭포는 호도협트레깅에서 하나의 쉼표입니다.

 

 

중도객잔을 앞두고 걸어갈 때 포장도로에 접어들자 자동차 몇 대가

우리 곁은 지나 중도객잔으로 가네요.

나중에 중도객잔에 도착해 보니 그 차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타고 왔더군요.

이렇게 이제는 자동차를 이용해 편하게 호도협 윗길에 있는 객잔까지 올라올 수 있네요.

 

 

이들은 자동차로 중도 객잔에 도착해 이곳부터 관음폭포까지만 걸어 다녀와 다시 차를

타고 내려간다고 하는데 바쁜 일정이다 보니 호도협에서 가장 핵심적인 곳만

발을 디뎠다가 돌아간다는 말이겠지요.

걸어보니 중도 객잔부터 관음폭포까지가 호도협 트레킹 중

제일 풍경도 아름답고 걸을 만한 곳이었습니다.

이들도 비록 자동차로 올라왔지만, 잠시라도 걸었으니 호도협 트레킹 한 것이 맞습니다.

 

 

중도 객잔(하프웨이)은 한국 트레커가 많이 찾는 곳 중 한 곳이지요.

이 객잔이 유명한 이유는 아마도 화장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상에 화장실이 숙소의 랜드마크라니...

위의 사진은 올해의 모습이며 아래의 사진은 7년 전의 모습입니다.

 

 

이름하여 천하제일 화장실입니다.

화장실에 앉아 창을 통해 바라보면 건너편이 바로 위룽쉐산입니다.

이런 곳에 앉아 일을 본다면 호연지기라도 기를 수 있을까요?

나시 객잔 화장실에서도 설산이 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살다 보니 저도 이렇게 화장실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릴지 몰랐습니다.

 

 

관음폭포는 중도 객잔에서 더 동쪽으로 가다 보면 만나는 명소입니다.

계절이 계절이니만치 폭포의 물이 시원치 않은데 폭포란 장엄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절벽을 타고 쫄쫄거리며 떨어지는 게 마치 어린아이 오줌 줄기만도 못하지만, 그래도

옛 마방의 길을 따라 걷다가 이곳에만 오면 그나마 잠시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기는 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산허리에 선 하나 그어놓은 듯...

바로 그 선을 따라 우리가 걷고 있습니다.

돌산을 일일이 손으로 깨어 만들었을 겁니다.

길이란 원래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다니면 그게 길이 됩니다.

그 길이란 사람만이 다니는 게 아니라 문명이 이동하고 정을 이어주기도 합니다.

원래 인연이란 없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이런 길을 따라 다니다가 만나면 인연이 되는 것입니다.

당신께서도 저와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시지만, 이렇게 글을 통해 만나면

그게 인연이 아니겠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길을 걸어 장삿길에 나섰을까?

떠꺼머리총각 덜수 마방은 이번 장삿길을 떠나기 전 장래를 약속했던 춘심이 손에 걸어줄

팔찌와 목걸이 세트를 제일 솜씨가 좋다는 허칭(학경:鹤庆) 마을에서 사서 깊숙이

 넣어두었기에 콧노래가 절로 나올 겁니다.

물론, 춘심이 아버지를 위해 진품 푸얼차를 샀고 장모가 될 어머니에게는

저우청에 들렀을 때 염색 천을 샀지요.

 

 

두 설산 사이로 흐르는 진샤강은 머나먼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르다

장강제일만에서 급격히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이곳을 지나며 북서쪽으로 흘러 장강이

된다고 하며 차오터우에서는 샹그릴라 대협곡에서 흘러온 총지앙천(冲江川)과 합류하더군요.

 

 

이렇게 장강은 하나의 물줄기가 아니라 수많은 지류가 만나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이 되네요.

예전 진나라 이사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태산 불사 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라는 말 말입니다.

큰 강이란 이런 작은 강이 만나서야만 이루어지겠지요.

 

 

우리가 걷는 저 건너편 산의 공식 명칭은 위룽쉐산(옥룡설산)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사실, 눈이 쌓인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고(반대편에는 조금 보이기는 합니다,)

돌만 보이니 옥룡돌산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지 싶습니다.

 

 

이 길은 예전에 마방이 말을 끌고 장사를 위해 다녔던 길로 세월이 흐르며 이런 곳도

현대화 물결의 격랑에 휩쓸려 신작로가 생겨나고 철로가 깔리며 트럭이나 기차를 통한

빠르고 대량으로 화물이 이동하며 마방이라는 산업은 사양화를 거쳐 지금은 사라지고 말았네요.

 

 

그러나 이 길의 주인이었던 마방인 그들이 떠나고 난 이후, 이 길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 걷고 있으니 인류에게 길이란 하나의 용도가 끝나면

또 다른 용도로 이용되나 봅니다.

세월이란 원래 세상을 하나로 뭉쳤다가 다시 흩어지게 하고

또 새로운 기운으로 뭉치기를 거듭하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흔히 말하는 호도협 트레킹은 대략 20여 km 정도의 길을 주로 걷는 일입니다.

그리 긴 곳은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찾는 이유가 바로 차마호시가 성시를

이루었을 때 이 길을 따라 마방이 장삿길에 나섰던 길이기 때문일 겁니다.

아직 그런 옛길이 여러 곳에 남아있겠지만,

이곳이 접근성이 가장 좋고 협곡 아래 급류가 흐르고 위로는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해발 2천 m 이상의 그런 자연환경이기에

한국사람이 좋아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