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기/윈난성 여행 2016

마방의 길 호도협 트레킹

佳人 2017. 1. 13. 09:00

아침에 일어나 옥룡설산을 바라보니 산정상에는 태양의 기운이 힘차게 솟아 나오려고 합니다.

지난 밤에 별을 보며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꿈속에서 두 팔을 벌려 별을 품에 가득 안는 꿈을 꾸었습니다.

별과 하나가 되어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꿈을 꾸면 태몽이죠?

일흔이 넘어서 남세스럽게 말입니다.

 

빠른 주파가 목적이 아니라면 길을 걷다가 이런 곳에 하루 머물다 가는 일도 즐겁습니다.

비록 풍성한 식탁은 아닐지라도 넉넉한 인심을 더하니 아주 배부른 하루가 되었습니다.

머물고 싶다고 더 머물 수 없으니 또다시 길을 나서야 하겠지요?

우리는 여행자니까요.

 

지나온 길을 더듬어 봅니다.

그리고 오늘 걸어갈 길을 생각합니다.

지금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길은 골짜기를 따라 속으로 깊이 들어온 U자형 길입니다.

이런 곳에 서면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을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우리가 걸었던 수많은 길을 되새겨봅니다.

여러분은 어떤 길을 걸으셨습니까?

어느 사람은 평생을 가꾸며 돌보지 않고 살아왔으면서도 앞으로 갈 길이 꽃길이기를 바라지요.

또 어느 사람은 사는 도중에 길을 다듬고 길 주변에 꽃씨를 뿌리며 살기도 하지요.

 

지금 당신이 걷는 이 길은 아름다운 꽃이 활짝핀 아름다운 길입니까?

아니면 돌뿌리에 채이고 푸석거리며 먼지도 날리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길입니까.

아름다운 꽃길이든 자갈길이든 모두가 자기가 만든 그런 길이 아니겠어요?

 

그 길이 어떤 길이었든지 오늘 우리가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곳에 오면 아무렇게나 핀 들꽃도 사랑하고 별마저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기 건너편에 보이는 올챙이 모습마저도...

 

이 나이가 되어도 아직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어 더 행복합니다.

이런 여행은 나이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걸어서 여행할 수 있습니다.

 

저 소나무를 돌아서면 어떤 모습이 우리 앞에 나타날까요?

이런 생각만으로도 길을 걷는 일이 즐겁습니다.

길이란 바로 내가 만든 길이었으니까요.

 

위의 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찍은 7년 전의 사진입니다.

7년의 세월이 이 소나무와 이 길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요?

바뀐 것은 무엇이고 그대로인 것은 또 무엇입니까?

 

오늘 저 설산 위로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지난 밤 하늘을 수놓은 별빛과 오늘 산 위로 떠오른 태양의 빛 내림도 감사합니다.

매일 맞아하는 아침이지만, 이런 곳에서 일출의 모습을 바라보면 공연히 마음이 울컥하는 느낌이 드네요.

 

무엇보다 이 길을 함께 걸어가는 나의 동반자와 일행이 있음에 감사하렵니다.

아무리 힘든 길일지라고 동반자가 함께하면 더 즐겁고 행복한 길이 됩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또 길을 나섭니다.

우리는 아직 남은 여정이 있기에...

 

11월 2일의 이야기를 이어가렵니다.

이 숙소는 중국의 다른 곳과는 달리 떠날 때 계산을 하나 봅니다.

다른 곳은 숙박료와 더불어 별도로 야진(압금:押金)이라는 보증금도 받지요.

여행을 하다 보니 다른 나라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중국만큼 철저하게 관리하는 나라도 드물더군요.

문제는 습관이 되지 않은 우리나라 여행자는 퇴실하고 나올 때 야진을 깜빡 잊고 그냥 간다는 점이죠.

 

베트남은 숙소에서 여권도 원본을 요구해 여권조차 깜빡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난감해하는 여행자도 보았습니다.

아침에 닭죽을 먹고 숙박비를 계산하고 8시 15분에 숙소를 나서려는데 차마 객잔 여주인이 떠나는 우리를 보고

뛰어나와 페트병 물을 하나씩 모두 네 병을 건네줍니다.

 

그리고 걸어가며 먹으라고 과일도 배낭에 넣어줍니다.

나중에 또 오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차마 객잔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사람의 인연이란 알 수 없습니다.

7년 전 이곳에 처음 두려운 마음으로 찾아와 하루를 머물다간 인연 때문에 어제 다시 찾아왔습니다.

당시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중국으로 정하고 이곳 윈난성으로 왔더랬습니다.

지금도 중국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때는 중국어를 전혀하지 못한 상태에서 왔으니까요.

 

그때 이 숙소를 떠나며 다시 호도협은 찾아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佳人은 어리석은 생각만으로 살았나 봅니다.

 

오늘 이곳을 떠나며 우리가 이 길을 다시 걸을 수 있겠느냐고 자신에게 물어보지만,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예단을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인연이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운명처럼 내게 다가서기 때문이잖아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하며 같은 곳을 다시 찾을 때가 있습니다.

이번 여행이 그렇습니다.

가능하면 먼저 갔던 루트를 변경하여 다녔지만, 다시 찾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차마 객잔이 바로 그런 곳 중의 한 곳이었습니다.

그때의 모습을 담았던 사진을 보며 지금과 비교하여 보는 것도 좋습니다.

여행이란 바로 추억을 남기는 개인의 역사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