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기 2015/아그리젠토

아그리젠토에서 신전의 계곡으로

佳人 2017. 6. 21. 09:00

 

모두 무너져 내린 폐허입니다.

덩그러니 기둥 몇 개 서 있을 뿐입니다.

이곳은 신전의 계곡 아그리젠토의 한 부분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니 신들의 집도 이렇게 폐허가 되고 말았네요.

 

 

물론 모두 폐허만 남은 그런 모습은 아닙니다.

제법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소중한 유적인 신전도 보입니다.

위의 사진은 그런 폐허 같은 유적 더미 사이로 무심한 들꽃만 피어

더욱 애잔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이런 신전의 계곡을 찾아왔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팔레르모에서 출발한 지 3시간이 지나갈 때쯤 제법 큰 도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도시라면 이탈리아에서는 무척 큰 도시겠죠?

 

 

이제 아그리젠토 시내로 접어드네요.

왼편으로 버스 터미널로 보이는 곳이 나타납니다.

이곳을 미리 알았기에 나중에 쉽게 걸어서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눈치가 빨라야 고생을 덜 합니다.

 

 

이렇게 3시간이 지날 즈음 버스는 어느 광장 앞에 도착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마치 공산당 당사와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여기가 바로 아그리젠토 첸트랄레 기차역입니다.

 

 

건물에 글자가 없었다면 건물 위의 별만 보고 공산당 당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색깔마저도 오해받을 만하죠?

만약, 기차를 타고 왔더라면 마찬가지로 이곳에 도착했을 겁니다.

 

 

시내버스표는 기차역 안에 들어가면 매점이 있고 그곳에서 왕복으로 살 수 있습니다.

무료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그곳에서 음료수 몇 개를 미리 사 작은 배낭에 넣습니다.

유적 안에 매점이 있는지 알지 못할 때는 미리 챙겨두는 게 좋겠어요.

 

 

역 광장에는 버스 승차장이 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에게 신전의 계곡으로 가는 버스를

이곳에서 타느냐고 물어보니 맞는다고 합니다.

아그리젠토 기차역에서 신전의 계곡을 왕복하는 시내버스는 3유로/1인입니다.

 

 

버스는 자주 다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자주 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0분쯤 기다리니 버스 한 대가 오는데 아주머니가 우리 보고 타라고 합니다.

버스에 오르며 기사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고 탑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10분 만에 신전의 계곡 입구에 도착합니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 걸어와도 이미 도착했겠습니다.

그 정도로 가깝다는 의미죠.

그리 먼 길이 아니고 내리막이라 그냥 걸어오셔도 충분한 곳입니다.

 

 

길은 큰길을 따라 걸으면 되고 거리는 약 4km며 내리막이기에

버스 타기보다는 걷는 게 좋습니다.

다시 돌아갈 때는 오르막이라 버스를 타는 게 좋겠어요.

그러나 이곳의 기온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그리고 걷는 게 좋은 이유가 중간에 고대 로마 유적지가 길가에 있어

눈요기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겠네요.

위의 지도에 보이는 곳이 유적 오는 중간에 있었던 아그리젠토 박물관과 로마 유적 터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 들어갑니다.

입구에 앉아 기념품을 파는 흑형이 여기는 출구라고 합니다.

젠장!!! 버스를 잘못 내렸습니다.

 

 

혹시 이곳에 내리신 분은 다시 입구로 걸어가셔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폐문했지만, 얼마 전까지 이곳이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고 합니다.

위의 지도처럼 출구에 내리면 버스 진행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 로터리가 보이면

우회전하여 조금 더 걸어가야 매표소가 보이고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옵니다.

 

 

사거리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동선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제일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숲 너머로 유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신전의 계곡이니 수많은 신전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의미겠지요.

 

 

사거리에서 길을 잘못 선택해 좌회전하는 바람에 보았던 유적입니다.

붉은 사암인가요?

테론의 무덤(Tomba di Terone - Valle dei Templi)입니다.

위의 고깔 모양은 사라져 버리고 몸체만 남았다 합니다.

로마 시대에 만든 무덤으로 2차 포에니 전쟁 때 희생된

로마 병사를 위한 무덤으로 얼려진 곳이라네요.

길을 잘못 들어 본 유적인 셈이죠.

 

 

잘못 길을 들어서 보았던 유적을 뒤로하고 반대편으로 다시 걷습니다.

날씨가 무척 덥습니다.

역시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중, 북부와 비교하면 기온이 높네요.

 

 

드디어 저 끝에 입구가 보입니다.

버스를 타고 저곳에 내려야 했는데 잘못 일찍 내리는 바람에 고생 좀 했네요.

그런데 왜 버스 기사는 이곳에서 내리라고 알려주지 않고 출구에 내리라고 했을까요?

더운 날 골탕 먹어보라고 그랬을까요?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르고 온 우리의 잘못이 제일 크겠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팔레르모 기차역에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해 오늘은 제대로 되는 게 별로 없습니다.

결국, 오늘의 목적지까지도 일이 꼬여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실수나 잘못된 것이 다음에 이곳을 계획하는 사람에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