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기 2015/로마

로마 수도교(Parco degli Acquedotti)

佳人 2016. 10. 7. 09:00

 

이제 로마에서의 일정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오늘 찾아갈 곳은 조금 색다른 곳을 찾아가 구경하려고 합니다.

제일 먼저 오늘은 로마 수도교를 찾아가는데 로마 수도교를 구글 지도에서

찾으려면 수도교 공원(Parco degli Acquedotti)이라고 해야 나옵니다.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침을 먹고 모든 배낭을 정리한 후 숙소에 맡기고 간단한 배낭 하나만 챙겨 나옵니다.

오늘 로마 시내 구경을 하고 저녁 9시 31분 출발하는 팔레르모행 야간 침대 열차를

이용해 시칠리아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여행하며 로마 수도교는 몇 곳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 세고비아에서 보았던 로마 수도교는 거의 완벽한 상태로

남아있었는데 바로 위의 사진이 스페인 세고비아의 로마 수도교입니다.

 

 

또 스페인의 메리다라는 작은 도시에서는 수도교를 두 개나 보았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보게 될 수도교는 그야말로 로마에 있으니

로마 수도교의 지존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선 숙소를 나와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20분 만에 Lucio Sestio역에 도착했는데 사실 지하철역 10개이기에 걸어가도 되지만,

마지막 날이기에 시간을 아껴 하나라도 더 보고 싶기 때문이죠.

그런데 오늘은 수도교부터 어쩌다가 아피아 가도를 찾아 걸었고

숙소로 돌아오는 모든 일정을 두 발로만 걷게 되었습니다.

오늘부터는 제법 많이 걸어야 하기에 따라오시려면

신발 끈 단단히 동여매고 따라오셔야 합니다.

 

 

워낙 수도교가 길게 연결되었기에 내리는 역은 루치오 세스티오 역이나

그다음 역인 Giulio Agricola역에 내려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Subaugusta역이 거리상 가장 가깝지만, 우리가 내린 역에서 일단 수도교 공원으로

걸어온 후 폐허 같은 수도교의 잔해(수도교 2)를 보며 천천히 아래(수도교 1)로 걸어가며

구경하는 것도 좋습니다.

위의 사진에 왼편에 노란 선이 바로 포장도로의 원조라는 아피아 가도입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잠시 인가가 있는 골목길을 빠져나가니 넓은 공터가 보이고

군데군데 수도교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런데 로마 수도교는 상상한 것보다 영 실망스럽습니다.

오늘은 날씨마저 왜 이럽니까?

잔뜩 흐린 날에 비까지 간간이 뿌려대니 무성한 잡초더미 속에 무너져버린

폐허 같은 수도교에 쓸쓸함을 더해주네요.

 

 

너무 시시해 주변에 공원관리하시는 분이 계셔 이게 아쿠에도티(Acquedotti)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러니 그분이 자기가 타고 온 자전거로 우리를 데려가 가방에 넣어둔

안내 팸플릿과 지도를 우리에게 건네줍니다.

이 지도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야 멋진 수도교를 볼 수 있다는

말인데 우리 같은 얼떨리우스 여행자를 위해 관리사무실에서 약도를 가지고 다니라 했나 봅니다.

 

 

두 장의 인쇄물을 주는데 하나는 약도고 다른 하나는 위의 사진처럼 수도교에 대한

설명서인데 이 부근을 지나는 수도교는 두 개가 있는데 온전하게 보이는

나지막한 것은 아쿠아 마리아나 카날이라고 하는 농업용수를 위한 것이고 

대부분 부서진 높은 수도교가 로마 제국 때 만든 것이라 합니다.

그래도 허허벌판에서 이런 호의를 베푸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조금 아래로 걸어 내려갑니다.

드디어 거대한 수도교가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무의 모습이 수도교를 보는데 시야를 가릴까 봐 저렇게 잘랐을까요?

깍두기 머리도 아니고...

 

 

그곳에는 이탈리아 농가 한 채가 보이네요.

농가의 모습이 아니라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를 위한 성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았을까요?

 

 

수도교를 세울 때부터 살았을까요?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더는 살지 않은 듯 보입니다.

농가주택이라기보다 성벽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보이는 수로인 아쿠아 클라우디아(Aqua Claudia)는 38년 칼리큘라 황제

시기에 공사를 시작해 52년 클라우디우스 황제 시기에 완공했기에

클라우디아 수로라고 부른다네요.

 

 

그럼 칼리큘라는 뭐가 됩니까?

차라리 클라우디아-칼리큘라 수도교라고 불러주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보았던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수도교는 조금은 짧지만,

스페인 세고비아였습니다.

 

 

이 수도교는 전체 길이가 무려 69km나 되고 1km마다 기울기를 10cm 이하로 만들어

물이 아주 잘 흐르도록 했다네요.

정말 과학적으로 설계했네요.

그때가 언젠데 이렇게 과학적으로 공사했을까요?

역시 로마는 삽질의 지존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정말 2천 년을 버텨온 인류의 위대한 예술품입니다.

다른 것은 황제나 교황 개인을 위해 만들었지만,

이 수도교는 일반 서민을 위한 것이기에 더 아름답고 위대하잖아요.

이런 곳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곳입니다.

아닌가요?

황제와 귀족을 위해 물을 끌어오려고 했을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런 곳에 서면 왠지 가슴이 설렙니다.

물론, 아름답고 유명한 곳과 비교하면 초라하고 볼품이 없는 풍경입니다.

그러나 여기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그런 곳이잖아요.

인간을 이롭게 하는 일도 보통 백성을 위한 일 말입니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가슴이 뭉클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