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입과 치르코 마시모(Circo Massimo)
드디어 저 앞에 종탑으로 보이는 높은기둥이 보이는 건물 하나가 보입니다.
성당이겠지만, 워낙 많고 대단한 성당을 보아오고 있기에 이 정도는 눈에 차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성당 앞에 줄을 선 많은 사람이 보이네요.
무슨 구경거리가 저리도 대단하기에 많은 사람이 줄을 서 기다릴까요?
6세기경 헤라클레스 신전 폐허 위에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을 세웠답니다.
그 후 재건축이 이루어지며 7층의 종탑을 세우게 되며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네요.
로마 시내에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종탑 중 가장 아름다운 종탑이라고 하는데
글쎄요...
제 눈에는 그저 그런 성당으로 보입니다.
진실의 입은 성당 입구 회랑에 있습니다.
벌써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하수구에 손을 넣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인은 별로 보이지 않고 주로 동양인입니다.
여기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은 대부분 우리나라 단체여행객입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우선 먼저 성당 안에 들어가 구경합니다.
크게 내세울 것은 없는 성당으로 생각되네요.
바닥이 대리석 상감기법으로 만들었습니다.
부활절 촛대도 유명하다 하네요.
촛불을 밝히려면 약간의 헌금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한글로도 친절하게 써 놓았다는 말은 이곳을 찾는 한국인이 많다는 말이겠지요.
실제로 지금 밖에서 진실의 입에 손을 넣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 중 다수는 한국의 단체여행객이었습니다.
진실의 입은 그 모습이 강의 신이라는 트리톤의 얼굴이라 합니다.
지름이 1.5m 정도 되는 둥근 원형입니다.
여기에도 전설이 있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이 입에 손을 넣으면 플루비우스가 손을 삼켜버린다는 이야기가
있다는데 실제로 중세 악덕 영주는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이 입에 손을 넣게 하고는 뒤에서
손을 잘라버렸다고도 하네요.
그러니 평생 거짓으로 살아온 佳人이기에 그냥 사진만 찍고 돌아서야 하지 않겠어요?
시간도 별로 없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렸다 손이 잘리나 안 잘리나 실험해 보시렵니까?
사실은 이것은 옛날 하수 입구를 덮었던 하수구 뚜껑이었다 합니다.
원래 로마에는 그 옛날 하수구 뚜껑을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하는 관습이 있었다 합니다.
로마는 하수구 뚜껑을 만들어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어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손을 넣으려 합니다.
그러니 이곳에 온 사람은 모두 하수구 입구에 손을 넣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는 말인가요?
전혀 감동을 자아내지도 않고 다만 영화의 한 장면에 끌려 찾아오는 곳이지 싶습니다.
다만, 기원전 4세기경 만들었다니 그 역사 하나는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영화의 힘이라 이렇게 많은 사람을 줄 서게 합니다.
우리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밖에서 철창을 통해 진실의 입 사진만 찍고 돌아섭니다.
다음에 구경할 곳은 전차 경기장 치르코 마시모(Circo Massimo)로 성당 뒤로 돌아가면
직사각형의 넓은 공터가 나옵니다.
긴 쪽이 700m에 이른다 합니다.
이 경기장 한가운데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이집트로부터 가져온 오벨리스크를 당당하게 세워두었지만,
지금 그 오벨리스크는 포폴로 광장으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벤허라는 영화에서 보았던 그런 전차경기가 열린 치르코 마시모입니다.
당시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지 않나요?
이곳을 가득 메운 귀족이나 로마 시민이 돈을 걸고 내기하며 고함지르는 그런 함성 말입니다.
이 전차 경기장은 기원전 7세기경 처음 만들어졌다 합니다.
당시 이 경기장은 콜로세오와 더불어 로마의 최고 놀이터였을 겁니다.
이곳이 가득 차면 모두 2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처음 찾아보면 그냥 텅 빈 운동장 같은 느낌만 드네요.
당시 로마의 인구가 10만 명 정도라 하니 경기가 열렸던 날은 로마 시민의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열광했겠네요.
보통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가 12대가 출전해 이 경기장 일곱 바퀴를 돌며 승부를 가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니 전차 바퀴 소리와 관중이 지르는 소리가 뒤범벅되어 이곳은 아수라장이 되었을 겁니다.
게다가 좁은 커브 길에 12대의 마차가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고 하다 보니 뒤엉켜 충돌과 전복사고가 나고
심지어 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지 싶습니다.
이는 깨끗한 게임이라기보다는 전투를 연상하는 일이었다 합니다.
원래 전차 경기의 시작이 전쟁 연습을 하기 위한 것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지금 이곳은 그냥 빈터로 남아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아르젠티나 발굴지(Largo di Torre Argentina)입니다.
테베레 강을 따라 걷다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조금 걷다 보니 광장 아래 유적 발굴지가 보입니다.
기원전 3세기경의 유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네요.
로마는 이렇게 걷다 보면 발길에 차이는 게 유적지인가 봅니다.
그냥 위에서 내려다보고 지나치면 되겠습니다.
고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만 내려가 자세히 살펴보면 되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황량하기조차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탈리아는 바로 이 자리에서 축하행사를 했다고 하네요.
2.600여 년이 지나 제대로 된 함성이 들렸을 겁니다.
예전에 스페인 중부지방의 메리다라는 작은 도시를 들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보았던 전차 경기장은 이곳보다 훨씬 원형에 가깝게 남아있는 곳이었습니다.
여기는 안타깝게도 형태만 남아 미루어 짐작할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