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기 2015/로마

천원지방(天圓地方)의 판테온

佳人 2016. 8. 17. 09:00

 

판테온의 모양은 정확하게 공을 반으로 자른 모습입니다.

이는 당시의 우주관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데 동양에서도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론이 존재하듯 말입니다.

 

 

가운데 뚫어놓은 둥근 공간은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태양을 의미할 것이고요.

실제 올려다보면 천장에 무수히 많은 별이 보입니다.

그러니 여기는 또 하나의 작은 소우주인 셈이죠.

 

 

원래 이곳 지붕에는 금박 수백 톤을 입혀 멀리서 보았을 때 마치 태양처럼 보이게 했다고

하는데 당시 로마에 살던 사람은 로마에 태양이 하나 더 생겼다고 좋아했답니다.

지금 생각만 해도 대단한 광경이지 싶습니다.

신을 모시기 위해 금으로 도배를 했지 싶네요.

 

 

그런데 탐욕스러운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요.

교황 우르바노 8세는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 있는 베르니니의 청동 기둥에 사용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동원해 청동 기둥을 떼어갔고 지붕의 금박 200여 톤은 긁어내어 663년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2세가 콘스탄티노플로 가져갔다고 합니다.

 

 

모두가 좋아했던 것을 자기만 좋아하려고 그랬을까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허물어 온 세상에 흔하디 흔한 것을 만들려고 했으니

이 얼마나 우매한 짓입니까?

당연히 빠떼루 받아야 하겠어요.

 

 

실내에는 여러 개의 내부 공간을 두어 로물루스, 주피터, 마르스 카이사르 등의

석상이 있고 유명한 예술가인 라파엘로의 무덤도 있습니다.

 

 

그의 무덤 위로는 돌의 성모 마리아라는 아름다운 조각도 보입니다.

또한, 왕들의 무덤도 있는데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움베르토 1세와

왕비 마르게르타의 무덤도 있습니다.

 

 

찬장 가운데 둥그렇게 뚫린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자연채광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공기 흐름도 좋게 하겠지요.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그곳을 통해 떨어지는 비의 양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는 안에 더워진 공기가 상승함으로 구멍으로 올라가기에 그렇다고 하지만,

비가 조금 많이 내리면 안으로 당연히 떨어진답니다.

 

 

과학적이고 신비감을 주는 그런 모습이 아닌가요?

그때가 기원전이었는데 어찌 이런 것까지 생각해 만들었지요?

 

 

원래 판테온으로 들어가는 주랑을 덮은 청동도 또 모두 떼어갔다지요?

누가?

교황이 말입니다.

정말 우매한 일을 하셨네요.

 

 

어디다 사용하려고요?

대성당 안을 더 멋지게 만들려고 발다키노를 만들기 위해 말입니다.

그렇게 만든 발다키노 아래서 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 교황뿐이랍니다.

 

 

많은 사람을 위한 유적이 한 사람만 사용하기 위해 이런 유적을 파괴하고 가져가는 게

과연 옳은 방법인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교황이 직접 떼어가지는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미켈란젤로는 판테온을 보고 천사의 설계라 했답니다.

얼마나 놀랐으면 천사의 설계라 했을까요?

조각이나 건축에 있어 당대 최고의 경지에 오른 그였기에 판테온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위대한 건축물이라고 했지 싶습니다.

 

 

교황은 미켈란젤로에게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큐폴라를 의뢰했지만,

그는 겨우 지름이 1.3m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돔을 얹어버렸지요.

미켈란젤로는 왜 그랬을까요?

 

 

라파엘로는 판테온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건물이라고 하며

그가 죽은 후 이곳 판테온에 묻어달라고 했답니다.

라파엘로는 또 왜 그랬을까요?

이 모든 위대한 인물이 그런 평가를 했다면 우리가 아는 그런 건축물

이상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판테온 뒤로 돌아서 베네치아 광장 방향으로 조금 가다 보면 골목 안에

코끼리 위에 오벨리스크를 세운 광장이 나옵니다.

이 코끼리는 베르니니가 설계한 것으로 그의 제자 에르콜레 파라타가 완성했다네요.

오벨리스크는 당연히 기원전 6세기경 이집트 이시스 신전에서 가져온 것이라죠.

이 광장 앞에 있는 건물이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성당입니다.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전쟁과 지혜의 신인 미네르바를 위한 신전을 세웠던 곳으로

지금은 성당으로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성당이라는 긴 이름의 의미는

미네르바 신전 위의 산타 마리아 성당이라는 더 긴 의미의 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교리에 충실한 도미니크 수도회의 총본산으로 악명 높은 종교재판이

수차례 열린 곳이라 하며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시

이곳에서 종교재판을 받았던 곳이죠.

그가 받은 죄명은 당시까지 가톨릭계에서 맹신했던 천동설을 뒤집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그는 이미 지동설을 주장하다 화형까지 당했던 철학자 부르노가 있기에 재판정에서는

지동설을 더는 주장하지 말라는 1차 경고로 끝났다가 16년 후 지동설에 관한 책을

펴냄으로 교황청에서 금서로 지정하고 다시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네요.

 

 

이미 70세의 나이가 되었지만, 지동설을 주장하면 화형을 당할 게 분명하고

천동설을 인정하면 학자로서의 소신이 꺾이고...

진퇴양난에 처한 그는 결국 소신을 꺾고 천동설을 인정하고

바로 이 성당에서 풀려나게 되었다네요.

성당 앞을 지날 때는 우리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한 번씩 외치고 지나갑시다.

이 성당과 판테온 그리고 나보나 광장은 모두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곳에 도착해 사진 몇 장 찍다 보니 카메라의 전지가 그만 모두 방전되었습니다.

오늘 바티칸에 들러 너무 많은 사진을 찍었나 봅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며 당일 여행을 마치기 전에 중간에 방전돼 경우는

예전에 알람브라 궁전을 찾았던 날 이후 처음입니다.

여기에 올린 사진은 오늘 찍은 사진과 다시 방문해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