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레티로 공원(Parque de El Buen Retiro)은 마드리드의 허파라네요.
아주 멋진 조형물이죠?
위의 사진은 부엔 레티로 공원 안에 있는 알폰소 12세 기념탑(Monumento Alfonso XII)입니다.
어린 시절 쫓겨나 망명생활도 했지만, 결국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왕위에 오른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는데 그는 28세 생일을 나흘 앞두고 젊은 나이로 불같이 살다 죽은 비운의 왕이랍니다.
시벨레스 광장을 지나 동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독립 광장(Plaza de la Independencia)이 있고
한가운데 문 하나가 보입니다.
이 문이 알카라 문(Puerta de Alcala)입니다.
알카라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이 문을 나서면 세르반테스의 고향 알카라 데 에나레스로
향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 하네요.
알카라 문은 카를로스 3세의 개선을 기념하기 위해 1778년 로마의 개선문처럼 건축된 것이라
하며 아마 이곳을 통해 마드리드로 입성했나 보네요.
앞과 뒤의 모습이 조금 다르지요?
거기에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당시 이문을 설계했던 프란시스코 사바티니가 이 문을 설계하며 두 개의 설계도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카를로스 3세는 무심코 두 가지 설계도를 모두 승인해버렸답니다.
사바티니는 왕의 착각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문의 앞과 뒤를 각각의 설계도대로 만들었으며
왕의 자존심도 살려주고 자기가 생각했던 설계도 두 개를 모두 만들었으니 그 또한 좋지 않겠어요?
우아하고 웅장한 신 고전 양식의 개선문으로 바로 뒤편으로
레티로 공원(Praque del Retiro)이 있네요
이 문이 있는 곳을 독립 광장이라고 한다네요.
광장이라고 불러도 들어갈 수 없는 도로 한가운데입니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입니다.
마드리드 지도를 보면 대단히 넓은 녹지를 볼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 이 정도의 넓이라면 땅값도 어마어마할 텐데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녹지공원을 만들었을까요?
그래서 레티로 공원을 마드리드의 허파라고 한다네요.
오늘은 그냥 공원을 거닐며 보았던 풍경을 보려고 합니다.
녹지만, 있는 게 아니라 큰 호수도 보입니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여행 막바지에 휴식도 필요하잖아요?
이렇게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행은 늘 어떤 목적을 두고 떠나는 일이기에
부담이 없을 수는 없지 싶네요.
사실, 여행은 삶의 과정 중 하나의 쉼표를 찍는 일이잖아요.
팽팽하게 당겨진 줄을 잠시 느슨하게 만드는 그런 일 말입니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면 왜 그리도 부담되고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보는 풍경이고 처음 가는 곳이기에 그렇지 싶어요.
게다가 말도 서로 달라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유명 관광지에서는 늘 소지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니다 보니 여행이 우리를 쉬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더 긴장시키고
피곤하게만 하는 듯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이런 곳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냥 걷다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기만 하면 되니까요.
원래 우리 같은 일반인은 감히 들어갈 수 없는 왕실 정원으로 조성된 곳이라 합니다.
16세기경 펠리페 2세 때 말입니다.
그는 두 번째 부인인 영국의 튜터 메리 여왕을 위해 지은 부엔 레티노 동쪽 별궁의 정원으로
지었다는데 처음 이 공원을 왕실 전용 정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당시 이 정원 안에는 많은 건물이 지어졌지만, 프랑스와의 전쟁 때 대부분 파괴되고
지금은 몇 개의 건물만 남아있습니다.
인공 호수도 많았고 개울도 많았지만, 지금은 두 개의 인공 호수만 남아있습니다.
그러다 1868년 마드리드 시에서 공원으로 개방하며 지금은 마드리드 시민은 물론
우리 같은 사람도 찾아와 휴식과 산책을 할 수 있는 푸른 공간이 되었다네요.
그전까지는 들어가자고 하면 귀족 외에는 경을 쳤을 겁니다.
그런데 Retiro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은퇴나 퇴역 또는 은거라는 말이라 하는데
왜 이런 이름을 붙였나 모르겠네요.
알폰소 12세 기념탑(Monumento Alfonso XII)입니다.
그의 본명은 알폰소 프란치스코 페르난도 후안 델라 콘쳅시온 그레고리오 펠라요 데
보르본 이 보르본이라 합니다.
정말이냐고요?
본인도 자기 이름을 제대로 외울까 모르겠네요.
아주 오래전 우리나라 코미디에 나온 이야기죠?
귀하게 얻은 아들이 오래 살기 원해 장수한다는 말을 모두 넣어 지은 이름이 배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막삭으로 시작하는 코미디의 원형이 바로 이 사람인가 봅니다.
그런데 28살에서도 나흘이나 모자란 삶을 살았다네요.
태생 자체도 의혹이 많았고 어린 시절 추방당해 다른 나라에 살다가 귀국 후
다시 왕권을 되찾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비운의 왕입니다.
결국, 폐결핵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지진과 콜레라로 고통받는 백성에게 다가가
낮은 자세로 찾아다니며 죽는 순간까지도 민심을 헤아렸으며 정치에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침이 없는 현명함이 뛰어난 왕이었다 합니다.
이 기마상을 만든 사람은 마리아노 벤이우레라는 조각가라 합니다.
그리고 알카쵸파 분수를 디자인한 사람은 벤투라 로드리게스고요.
어때요?
폼 나죠?
벨라스케스 궁전(Palacio de Velázquez)입니다.
이 궁전은 1883년 광물 전시를 위해 지은 건물이라 하네요.
건물 바깥에 도자기를 붙여 예쁘게 장식했습니다.
팔라시오 데 크리스탈(Palacio de Cristal)이라고 부르는 유리 온실입니다.
우리말로 수정궁이라고 해야 할까요?
궁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곳의 건물 자체를 그리 부르나 봅니다.
1887년 멀리 필리핀으로부터 가져온 열대식물을 키우기 위해 지은 온실이죠.
필리핀은 스페인의 지배를 333년이나 받은 나라가 아니겠어요?
레티로 공원의 지도입니다.
정말 어머어마한 크기의 공원이죠?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지금도 엄청나게 넓은 공원인데 처음은 지금의 세 배나 되었다네요.
점차 마드리드의 도시규모가 커지며 공원을 줄이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뉴욕의 센트럴 파크 등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세계 10대 유명 공원에도 들어갈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세계 10대 공원...
이런 것은 누가 정하나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