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강산 대한민국/서울

창경궁 문정전에서 숭문당 함인정의 모습

佳人 2015. 7. 18. 08:00

 

문정전은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을 뒤로 돌아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명정전은 동향인데 반해 문정전은 남향으로 앉아있습니다.

문정전은 창경궁의 편전으로 임금이 신하들과 어전회의를 하던 그런 장소랍니다.

 

 

그러나 여기는 우리도 잘 아는 아픈 이야기가 남아있는 곳입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사도세자이지요.

아버지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죽이고 아들 이산인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자결하라고 칼 한 자루 던져주었지만, 세자는 거절했고 결국 영조는 아들이 갇힌

뒤주에 못질하게 되었지요.

뒤주에 갇혀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도세자와 그의 아버지 영조,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 그리고 이를 바라보고 울음소리조차

밖으로 낼 수 없었던 혜경궁 홍 씨...

바로 이런 이야기와 울음소리가 문정전 담 너머로 들려오는 듯하지 않습니까?

 

 

조선왕조는 유교에 근거해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다."라는 기본 이념에 충실하기 위해

국정의 근본을 위민정치에 두었답니다.

따라서 모든 국정은 임금의 독단이 아니라 어전회의를 통해 결정한 후 시행했다네요.

어전회의는 임금과 삼정승 그리고 여섯 판서가 주축이 되었으면 사안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회의에 참석했다네요.

안건은 주로 주관 부서의 신하가 제안했으며 임금은 제안하는 일이 드물었다 합니다.

 

 

모든 사안에 대해 임금은 거의 신하와 독대하지 않고 항상 사관의 입회 아래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그 내용은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고 하니 

무척 공정한 일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이곳에서 벌어졌던 모든 회의 내용은 사관에 의해 낱낱이 기록으로 남아 사초로 귀한

자료가 되어 나중에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실록 편찬에 기본 자료가 되었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가 드문 일로서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위대한 자료를 남기게 되었지 싶습니다.

 

 

재미있는 일은 언관이라는 제도입니다.

만약 어전회의서 잘못된 결정이 내려지면, 사간원, 사헌부나 홍문관 유생들이

시정을 요구했다는데 이들에게는 면책특권이 줘 그 죄를 묻지 않았다 합니다.

물론 목적은 그리했지만, 인간이 운영하는지라 잘못된 일도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시로써는 그런 시도가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되네요.

 

 

뒤로 다시 돌아가면 숭문당이라는 건물이 나옵니다.

이곳은 임금이 신하들과 경연을 열어 정사와 학문을 토론하던 곳이라 합니다.

 

 

이곳은 지면이 약간 경사진 곳에 세운 건물입니다.

출입은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앞쪽에 설치한 누각으로 하였다고 합니다.

지면을 그대로 살려 지은 건물로 앞은 누각 형태로 조금 높아 보이지만,

뒤는 평평한 곳이네요.

 

 

숭문당이라고 쓴 현판은 영조 임금이 직접 쓴 어필이라고 하네요.

글씨에 힘이 느껴지십니까?

 

 

숭문당 옆으로 난 빈양문이라는 문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나가면 뒤로 이어지고

그곳에 정자 하나가 보입니다.

함인정이라는 정자입니다.

 

 

함인정이라는 말의 의미는 "세상이 임금의 어짊과 의로움에 흠뻑 젖는다."는

말이라 합니다.

이곳은 임금이 문무 과거에 급제한 신하를 접견했던 장소라 합니다.

이제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딛는 그런 사람을 격려하는 장소가 아니겠어요?

 

 

정자의 바닥은 평평하지 않고 가운데가 약간 올라왔습니다.

아마도 임금과 신하가 같이 앉지 않았다는 의미일까요?

이런 모습은 경회루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는 2단이지만, 경화루는 3단으로 만들었더군요.

지금은 사방이 모두 열린 모습이지만, 예전에는 뒤쪽은 가려졌을 겁니다.

그 방향이 내전이기 때문이겠죠.

 

 

누각 안쪽으로 네 곳에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동서남북 각 방향에 따라 춘하추동을 읊은 편액이 걸려있습니다.

이 편액에 쓴 내용은 도연명 사시(四時)에 나온 글이네요.

 

 

동쪽에는 봄을 읊은 글이 있습니다.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

눈 녹은 봄물은 못마다 가득하고.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峯)

여름의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마다 걸려있네.

 

 

추월양명휘(秋月揚明輝)

가을 달은 천지를 밝게 비추니.

 

 

동령수고성(冬嶺秀孤松)

겨울 산봉우리 외롭게 선 소나무는 빼어나구나.

 

계절별로 그 의미가 다른 자연의 모습을 읊었지 싶습니다.

봄의 물, 여름의 구름, 가을의 달 그리고 겨울의 소나무는 제각기 그 계절에 따라

모습이 독특하게 보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