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 2014/코르도바

푸엔테 로마노를 건너 코르도바의 야경을 즐깁시다.

佳人 2016. 2. 2. 08:00

 

밤에 코르도바의 로마 다리인 푸엔테 로마노를 건너가 메스키타를 바라본 풍경으로

다리 끝 왼쪽에 보이는 문이 바로 푸에르타 푸엔테라는 다리의 관문입니다.

그 뒤로 불을 밝힌 기다란 건물이 코르도바의 자랑인 메스키타고 그 위로 높이

솟아오른 건물이 바로 메스키타 가운데를 허물고 지었다는 가톨릭 성당입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중간을 허물고 그 안에 성당을 짓는 일이 이곳에서 벌어졌는데

세상의 어느 것이나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파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을 대주교가 했다고 했나요?

세상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도 많습니다.

 

 

망아지 광장인 표트로 플라사를 구경하고 천천히 강을 따라 서쪽으로 갑니다.

저 멀리 로마 다리인 푸엔테 로마노가 저녁을 맞아 불을 밝히네요.

 

 

다리의 모습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묘한 빛을 받아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바로 방금 해가 넘어간 서쪽이거든요.

메리다에서는 조명을 밝히지 않았는데 코르도바는 조명을 밝히네요.

 

 

같은 다리라도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다릅니다.

어디 방향뿐인가요?

시간이 몇 분 더 흘렀다고 불빛의 모습도 달라졌는걸요.

매직 아워를 전후한 하늘의 모습은 느낌조차 다르네요.

 

 

이 다리는 전쟁이 있을 때마다 부수고 또 복구하고 했을 겁니다.

가로등의 모습이 조금 특이하죠?

난간 위로 불을 밝히지 않고 다리 바닥에 불을 밝혔습니다.

 

 

다리 중간에 접어들어 뒤돌아봅니다.

이미 여러분도 보신 풍경입니다.

다리의 관문이라는 푸에르타 푸엔테와 왼쪽에 가늘게 솟아있는

라파엘 승리 기념비(Triunfo de San Rafael)입니다.

 

 

로마 제국의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만들라고 해 완공된 다리라지요?

천하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라도 세월이 지나니 큰 힘을 쓰지 못하나 봅니다.

그 후 이슬람이 지배할 때 만들었다가 지금의 모습은 레콩키스타 후에

만든 모습이라고 하니 로마 다리라고 해도 사실은 원형에

얼마나 가까운지는 알 수 없겠죠?

 

 

푸엔테 로마노에는 로마 시대는 로마인이 지나다녔을 것이고

이슬람 무어인이 이곳에 왕국을 만들어 지배했을 때는 무어인과 유대인도

지나다녔을 것이고 레콩키스타 운동 후에는 에스파냐인이 건너 다녔을 것이고

 오늘 우리 부부도 건너가 보렵니다.

 

 

사적 관리관으로 이곳에 왔던 카르멘의 작가 메리메(Prosper Merimee, 1803~1870)는

이 다리를 건너가는 아름다운 집시 아가씨의 모습에 반해 카르멘의 작품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혹시 동양인 우리 부부가 건너가는 모습을 누가 보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품을

구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리 한가운데에는 성 라파엘 대천사의 조각(St. Michael the Archangel)이 있습니다.

1651년에 만든 조각으로 코르도바의 수호신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코르도바의 수호성인으로 불리는 라파엘의 석상이 지나다니는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이 석상을 세운 이유는 중세에 전 유럽을 휩쓸던 흑사병이라는

페스트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하지요.

 

 

그때 우리의 팔만대장경처럼 어느 강력한 슈퍼파워 같은 힘에 의지하고자 많은 사람이

염원을 담아 기도하며 만든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유럽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광장 가운데 만든 성 삼위일체 탑 말입니다.

그 무서운 역병이 사라지며 다시는 그런 질병이 오지 말라는 염원을 담아 만든 게

바로 이런 석상이나 탑일 겁니다.

 

 

다리를 건너면 다리 끝에 칼라오라의 탑이 있습니다.

이 탑에 올라 구경하려면 입장료 4.5유로를 내야 한답니다.

 

 

지금은 내부를 박물관(Museo Vivo de Al-Andalus)으로 꾸며 개방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밤에는 들어갈 수 없어 철문 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밀고 입구 사진만 찍었습니다.

 

 

이곳은 이슬람 시대의 요새였던 곳이라네요.

요새 뒤로 돌아와 찍은 사진인데 정말 우악스럽게 생겼습니다.

아름다움보다는 튼튼함을 먼저 생각하고 건설했나 봅니다.

 

 

과달키비르 강에는 로마교가 있고 그 다리를 건너면 칼라오라 탑이 있어

세대를 초월해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로마가 만든 다리를 지키기 위해 이슬람이 요새를 만들어 지킨다는 말이잖아요.

서로 이질적인 문화라도 인간에 이로운 것은 함께 힘을 모아 지키나 보네요.

 

 

옛날에는 코르도바로 들어가는 관문이 바로 이 다리였으니 당연히 이 탑의 목적은

다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겠죠.

일찍이 로마 제국이 만든 다리는 워낙 튼튼하기에 후일 그 지역을 접수한 이슬람은

그 다리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감시탑도 세우고 알카사르도 세웠습니다.

 

 

이슬람이 얼마나 코르도바를 소중하게 여겼나 알 수 있는 대목이지 싶습니다.

세상에... 로마가 세운 다리를 지키기 위해 이슬람 세력인 무어인이 감시탑을 만들었다니...

이번 여행에서 자주 보는 풍경이네요.

 

 

이제 다시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가야겠습니다.

로마 다리는 밤에도 많은 사람이 왕래하고 밤에도 불을 밝혀 산책하기는 무척 좋습니다.

 

 

로마 다리를 다시 건너와 Puerta del Puente 위로 17C에 만든 Triunfo de San Rafael

즉 산 라파엘로 승리 기념비가 보입니다.

낮에 본 모습과 다른 느낌이 드네요.

코르도바를 수호한다는 의미가 있는 탑이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풍경이란 이렇게 같은 사람이 같은 곳을 보아도 밤과 낮의 느낌이 다릅니다.

해 지기 전에 보았던 풍경은 물을 밝힌 후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여행 중에도 같은 곳일지라도 시간만 달리하며 또 하나의 풍경을 더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