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 2014/코르도바

안달루시아 그라나다에서 코르도바로

佳人 2016. 1. 26. 08:00

어두운 밤에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았던 풍경입니다.

하얀색을 칠한 담장에 그린 그림 한 폭.

하얀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나무에 핀 꽃 그림일까요?

아니면 나무 잎사귀를 그린 그림일까요.

마치 설중매라도 본 듯 아름답게 느꼈습니다.

이곳은 코르도바 유대인 거리의 골목 풍경이었습니다.

 

이곳에 살았던 유대인은 사실은 이슬람이 지배했을 때 이곳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그런 사람들이죠.

그라나다뿐 아니라 코르도바에 살았던 사람도 마찬가지였지요.

워낙 이재에 밝고 회계나 관리에 철두철미했기에 왕실의 재정관리마저도 이들에게 맡겼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 도시가 가톨릭 왕국에 이양되고 난 후 추방령이 내려져 모두 떠나버렸다고 하며 그 일로

가톨릭 왕국은 한때 암흑기에 접어들기도 했다고 하니 이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나 봅니다.

이슬람은 유대인을 크게 등용해 그들의 재능을 마음껏 이용했지만, 카스티야 왕국은 배척했나 봅니다.

 

그라나다에서만 꼬박 3일을 머물렀습니다.

3일 동안의 이야기가 너무 길었지 싶습니다.

그러나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은 천일야화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곳이 아니겠어요?

2014년 10월 29일 수요일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무어족이 이베리아 반도로 넘어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많은 도시를 만들었지만,

가장 융성한 도시로 만들었다는 코르도바로 가는 날입니다.

코르도바도 워낙 많은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에 2박을 하려고 합니다.

 

12시 그라나다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터미널까지 천천히 걸어갑니다.

올 때는 길을 몰라 버스를 타고 숙소로 찾아왔지만, 갈 때는 그 길을 알기에 걸었습니다.

천천히 시내구경을 하며 한 30분 걸었나요?

 

코르도바까지는 14.84유로네요.

시간은 2시간 45분 걸립니다.

 

버스에 오르자 생수를 한 병씩 나누어 줍니다.

버스는 직통으로 가는 게 아니라 중간 도시에 두 번이나 정차하여 승객을 내리거나 태우고 가네요.

 

코르도바로 가는 길에 높은 언덕만 있으면 언덕 위에 봉화대처럼 생긴 탑을 만들어 놓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 망루처럼 생긴 탑이 바로 봉화와 같은 역할을 하는 연결망이라지요?

무슬림이 세운 작은 왕국이 하나씩 무너질 때 저 봉화대를 통해 점차 코르도바나 그라나다 등

남부지방에 자리잡은 왕국으로 그 소식이 전해졌지 싶습니다.

 

모든 다른 도시의 소식이 빠르고 정확하게 그라나다로 전달하기 위해 만든 이슬람의 통신망이라고 하더군요.

이슬람은 저런 통신망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한 민족이랍니다.

 

실제 그라나다를 지키기 위한 아주 중요한 첨병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하엔이라는 도시가 함락되자

그 소식이 그라나다의 벨라 탑까지 도달한 시간은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는 봉화보다는 구리거울인 동경을 이용해 정확하고 빠르게 소식이 전달되었다는군요.

그 속도가 LTE보다도 더 빨랐지 싶습니다.

그렇군요?

거울을 이용했으니 빛의 속도가 맞습니다.

 

비도 자주 내리지 않고 태양이 작열하는 안달루시아이기에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구리거울이

소식을 전달하기에는 무척 요긴하게 사용되었겠지요.

더군다나 북에서 남으로 소식을 전하는 것은 태양을 마주 보고 알리는 일이기에 쉬웠다고 합니다.

 

그라나다에서 코르도바로 오는 도중 볼 수 있는 풍경 중 또 하나가 바로 위의 사진에서 보는 그런 넓은 벌판입니다.

그러나 토질은 그리 비옥한 토질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비가 적게 내려도 잘 자라는 올리브 농사를 많이 짓나 봅니다.

 

그라나다에서 출발한 지 2시간이 조금 넘자 큰 도시가 보이네요.

제법 큰 강도 보이고요.

멀리 보이는 다리가 코르도바의 로마 다리(Puente Romano de Córdoba)가 아닐까요?

 

버스 터미널이 가까워 오자 이번에는 유적 발굴 현장으로 보이는 곳이 있네요.

여기도 유적이라면 어느 도시 못지않은 곳이라죠?

제대로 관리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지천이었나 봅니다.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은 큰길을 보고 마주하고 있습니다.

구시가까지 거리는 약 2km 정도로 걸어서 30분 걸린다 봐야 하겠습니다.

구시가까지 버스는 3번이나 4번을 타면 쉽게 접근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물론 걷습니다.

 

우리가 정한 숙소는 알베르게 인트르호벤 코르도바 호스텔(Albergue Inturjoven Córdoba - Hostel)이라는

외우기도 쉽지 않은 곳으로 유스 호스텔인 알베르게 후베닐(Albergue Juvenil Córdoba)과 함께 운영되는 곳입니다.

스페인에는 이 숙소 체인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곳은 미리 앱으로 예약한 곳입니다.

아침 식사 포함해 2인 1실 80유로/2박입니다.

그러니 하루에 40유로라면 그리 비싼 곳이 아닙니다.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위치가 바로 메스키타 부근이고 유대인 거리 입구에 있기에 정한 곳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우리가 배낭을 메고 들어가니 접수하는 사내가 혹시 까미노를 걸었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만큼 우리 차림이 거지(?) 같았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순간 망설였습니다.

 

왜냐하면, 까미노를 걸은 사람은 베드 버그 때문에 가끔 숙소를 거절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런데 그런 것은 까미노에서 가까운 곳의 이야기고 여기는 북부지방의 까미노와는 거리가 제일 먼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이 아닌가요?

 

까미노를 한 달 전 걷고 내려오는 중이라고 하니 까미노를 걸으며 스탬프를 받은 크레덴시알이 있느냐고 묻네요.

버리지 않고 배낭 제일 아래 넣어두었던 크레덴시알을 꺼내 보여주니...

숙박 요금의 10%를 할인해준답니다.

 

이곳에 2박을 예약했으니 무려 8유로나 벌었습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도 제법 먹을 만하고 모든 여건이 아주 자유로운 숙소로

할인까지 받았으니 횡재한 기분입니다.

세상에 수천 리나 더 떨어진 북쪽에서 있었던 일로 이곳 남쪽 지방에서 혜택을 주다니...

 

혹시 우리처럼 까미노를 걷고 다른 지방에 있는 알베르게에서 머무실 분은 이런 혜택을 줄지 모르니

크레덴시알을 버리지 마시고 보여주세요.

방은 무척 넓고 좋았습니다.

 

얼른 배낭을 내려놓고 내려와 카운터에 근무하시는 나이가 얼추 우리 정도 되시는 분에게 어디를 구경해야

하느냐와 식사할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도부터 챙겨주며 볼펜으로 자세하게 구경해야 할 곳을 알려줍니다.

 

권역별로 표시한 지도로 식당의 위치를 확인하고 식사부터 해결했습니다.

세트 메뉴가 모두 포함해 10유로/1인의 식사였습니다.

식사 전에 또 커피부터 주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코르도바는 워낙 정원 꾸미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기에 눈요기하기에는 그만인 곳입니다.

숙소를 찾아가며 두리번거리는 것도 좋습니다.

유적도 많지만, 가끔은 유대인 거리라는 골목길 투어도 무척 즐거운 곳입니다.

이곳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그런 도시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