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브라 알카사바(Alcazaba)
알람브라 궁전에서 입장권을 끊어야 들어가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한 곳인 알카사바(Alcazaba) 이야기입니다.
알카사바는 알람브라 궁전에서 가장 먼저 생긴 곳으로
무어인이 이곳으로 진출하기 전인 로마 제국 때부터 있었던 군사 요새였습니다.
알카사바로 들어가는 문의 위치는 카를로스 5세 궁전 앞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알카사바로 들어가는 문을 다른 말로 포도주의 문(Puerta del Vino)이라 부른다네요.
문 어디에 포도주가 나오는 꼭지라도 있답니까?
안으로 들어와 뒤돌아본 모습입니다.
문 위로 열쇠처럼 생긴 문양이 보이네요.
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라면 오죽 좋겠습니까?
이곳은 아직 복원 전인가 봅니다.
세월이 흘러 예전의 곱던 모습은 사라지고 많이 낡아버렸습니다.
문의 이름은 옛날 이곳에 주둔한 군인이 나올 수 없어 바로 이 문에서
민간인과 포도주를 사고팔았다고 해 붙인 이름이라네요.
또 다른 말은 알람브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의미가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도 하고요.
지금은 기념품만 팔고 있습니다.
원래 이 자리는 로마 제국이 이 지역을 관리하기 위해 세운 군사시설로 요새로 만든 곳을
무어인이 리모델링해서 사용 중이죠.
그 요새로 만든 곳에 전쟁으로부터 안전한 알람브라 궁전을 만들었으니 어찌 보면 이 자리가
알람브라 궁전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역사적 유물인 셈이네요.
그래서 로마가 패망하며 버리고 간 요새에 이번에는 무어인이 들어와 아주 높고 견고한 성벽과
외부의 침입을 미리 감시하기 위해 높다란 망루를 세우게 되었답니다.
이때가 13세기 경이라 하네요.
알카사바의 모습을 살펴보고 갑니다.
사진에서 왼쪽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든 방향이 낭떠러지로 된 곳이기에
요새로는 제대로 고른 곳입니다.
로마는 이런 곳만 찾아다니는 전문가가 있었나 봅니다.
문을 통과하면 알히베스 광장이 나옵니다.
여기까지는 입장권도 없이 그냥 드나들 수 있습니다.
이곳 알카사바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았던 알람브라의 모든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야 합니다.
아름답고 우아했던 궁의 모습과는 다르게 여기 알카사바는 남성적이고
우악스럽고 딱딱한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그러나 사실 알람브라는 이게 바로 이곳의 참 얼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작이 바로 여기서였다고 하니까요.
이곳에서 좁은 문 사이로 알카사바로 들어가는데 입장권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제일 처음 만나는 망루가 바로 쿠보 탑(Torre del Cubo)이라는 곳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많은 사람은 나스르 궁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인 관람객의 줄입니다.
나스르 궁은 시각 예약제이기에 입장시각을 정확히 지켜서 대기했다 들어가야 합니다.
올라가 보니 왼쪽인 서쪽을 보니 제일 높다는 벨라 탑(Torre de la Vela)이 보입니다.
그 아래 더 넓은 망루에도 사람이 많이 올라가 전망을 구경하네요.
두 곳 모두 올라보았지만, 벨라 탑에 올라야 사방의 전경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알바이신 지구가 보이고 낮은 지역에는 규모가 제법 큰 저택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지역은 주로 유대인이 많이 살았나 봅니다.
여기도 언덕 높이에 따라 집의 규모가 달라지네요.
뒤로 돌아서면 나스리 궁을 포함해 카를로스 5세 궁이 보입니다.
왼쪽의 높은 탑이 코마레스의 탑입니다.
그 뒤로 언덕 위의 하얀 집이 바로 헤네랄리페의 여름 궁전이네요.
망루에서 내려와 알카사바의 안으로 들어갑니다.
알카사바 내부에서도 쉽게 이동할 수 없게 미로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방어를 제일로 하는 곳이라 그렇겠지요?
이제 알카사바의 안마당 격인 광장이 나오는데 아르마스 광장이라네요.
이 광장은 건물터만 남고 모두 무너져버렸습니다.
잠시 오른쪽에 보이는 성벽을 따라 걸어가면 북쪽으로 불쑥 돌출된 망루로 갑니다.
이곳을 아르마스 탑이라 하나 봅니다.
지금은 전망대 역할에 더 충실합니다.
물론 벨라의 탑에 오르면 더 넓은 지역을 볼 수 있겠지만,
여기서 벨라의 탑을 포함해 보는 풍경도 좋습니다.
벨라의 탑에 오르면 벨라의 탑을 볼 수 없잖아요.
어디 벨라의 탑뿐인가요?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망루가 무척 많은걸요.
내일은 알카사바의 꽃이라는 벨라의 탑에 올라보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렇게 튼튼한 알카사바 덕분에 가장 긴 시간을 무어인이 이곳에서 발을 붙였지 싶습니다.
천혜의 요새에 인간이 쌓은 성벽 덕분에 이사벨과 페르난도 2세가 군사를 이끌고
이 밑까지 다가와 바로 공격하지 못하고 일 년 가까이 기다렸다는 것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