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 2014/그라나다

나스르 궁전, 코마레스 궁에는 대사의 방이 있습니다.

佳人 2015. 11. 25. 08:00

 

아라야네스 정원이 있는 코마레스 궁에는 대사의 방(Salon de Embajadores)이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늘 이웃하고 살았던 가톨릭 국가의 대사를 접견했던 방이라 합니다.

한때는 이웃사촌처럼 잘 지내는 듯했지만, 당시 이들은 서로 적국의 상항이었을 겁니다.

오월동주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오늘은 코마레스 궁에 있는 아름다운 방이라는 대사의 방을 구경합니다.

 

 

가톨릭 국가는 국토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레콩키스타 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전이었습니다.

무어인은 처음 조상이 이베리아 반도로 건너와 광풍이 휘몰아치듯 이베리아 반도의

대부분을 손아귀에 장악했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적은 인원으로

모두 관리하기에 벅찼나 봅니다.

워낙 적은 인구에 많은 영토를 관리한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 싶어요.

 

 

북에서 힘을 키운 가톨릭 국가들은 하나씩 재정비하여 남으로 남으로 밀고 내려왔을

것이고 게다가 환장하게도 하나씩이라면 해볼 만한데 레온 왕국과 카스티야 왕국이

서로 힘을 합쳐 하나의 나라가 되고 나중에는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여왕은 그의

신랑감으로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로 찍는 바람에 기쁨 두 배, 힘도 두 배가 되는

바람에 하나씩 이웃 무어족의 왕국은 오뉴월 삼배 바지 뭐 새듯 사라지고 이제 마지막

보루로 여기 알람브라에 똬리를 틀고 있는 나스르 왕국만 남았으니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가톨릭 왕국의 대사들이 수시로 여기를 찾아와 여기마저 돌려달라고 하니

 환장하고 미칠 지경이었을 겁니다.

사실 781년이나 이곳에 터를 마련하고 살아왔던 무어인에게는 여기가 고향이나

다름없고 그뿐인가요?

두 사람은 서로 합체를 선언하고 부부는 일심동체이며 동시에 일신동체가 되면 힘은

 두 배 이상으로 증강되기에 직접 군사를 몰아 여기 알람브라 궁전 아래에 진을 치고

빨리 결정하라고 하루에도 서너 차례 대사를 들여보냈을 겁니다.

 

 

여러분도 봤쮸?

알람브라 턱밑까지 다가와 방 빼라고 하던 그 장면 말이유~

글쎄, 이사벨 여왕은 알람브라 궁전까지 내놓고 아프리카로 돌아가기 전까지

갑옷도 벗지 않고 있겠다고 했잖유~

바로 그때의 모습을 유화로 그린 그림이 위의 사진에 있습니다.

젠장 말도 주인의 마음을 아는가 백마는 머리를 꽂꽂이 세우고 흑마는 숙였습니다.

 

 

알라는 유일신이니 뭐니 했지만, 결국 그것은 인간의 힘이었나 봅니다.

이게 마치 카드빚을 지고 사채 끌어다 쓴 것처럼 밤낮으로 찾아오니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밤에는 사채업자는 전화하지 못하게 법으로 되었지만,

이곳은 그런 법이 없지 싶네요.

바로 이 방에서 말입니다.

 

 

북쪽 콜로네이드 안쪽으로 바르카의 방과 대사의 방이 이어집니다.

여기 코마레스 궁에 무어인의 왕이 거처했을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주궁으로 추측한다 하지요.

여기서 왕은 늘 이곳을 찾아온 주변국의 대사를 온갖 위엄을 다 갖추고

맞이했을 것이고 그게 신비 마케팅이라는 것까지 동원하며 말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대사의 방 입구 아치는 넋을 잃고 바라보아도 좋습니다.

왜?

그만큼 아름다우니까요.

 

 

아직도 남아있는 금박의 모습은 이곳이 얼마나 화려 했나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방안의 벽에는 모자이크로 전체를 도배해 그 영화로웠던 왕조를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이슬람의 왕은 많은 여자를 거느렸고 그 여자들이 머물던 곳을 하렘이라고 한다지요?

그렇다면 알람브라 궁전의 하렘은 어디일까요.

그곳은 코마레스 궁보다 더 깊은 사자의 궁이 분명합니다.

 

 

코마레스 탑의 안쪽은 모카라베(Mocarabe)라고 부르는 종유석 모양을 아름답게

장식한 방이 있는 데 이 방이 대사의 방입니다.

모카라베 장식은 가장 이슬람스러운 건축기법이지 싶네요.

 

 

이 장식은 그동안 새가 날아와 더럽혔답니다.

죽은 권력은 새도 우습게 보나 봅니다.

새가 앉기 아주 좋은 구조가 맞네요.

 

 

더러워진 곳은 알라도 어쩌지 못하지요.

2012년 3월부터 다시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하네요.

 

 

코마레스 탑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대사의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바르카 홀이

나타나며 대사의 방은 코마레스 탑 아래 있기에 천장이 무척 높습니다.

가로 세로 각각 12m에 높이가 23m로 엄청나게 높죠.

 

 

여기에 서서 아라에네스 정원을 바라보면 정말 그 모습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러기에 여기는 많은 관광객이 언제나 북적이는 곳이네요.

이 방은 콜럼버스가 이사벨 여왕으로부터 신대류 탐험을 지원하는

임명장을 준 방으로 알려졌다지요.

 

 

이 방에서 왕은 다른 나라의 대사를 접견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빛이 아련히 비치는 창문 세 곳 중 위의 사진에 보이는 가운데가 왕의 자리였지 싶네요.

이곳에서 바라보니 왕의 모습은 실루엣으로만 보였을 것이고 눈이 부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을 것이며 접견을 했을 때 어깨에 엄청나게 힘을 주고 목소리 조차 위엄 있게 했지 싶어요.

 

 

바로 이 방에서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인 보아브딜은 이곳을 털끝도 건드리지 않고

고스란히 넘겨준다는 증서를 아사벨 1세 여왕과 페르난도 2세인 양왕에게 전한

눈물의 장소이기도 하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저곳이 바로 왕의 의자가 놓였던 자리일 겁니다.

저 자리에 앉아 실루엣으로만 보이는 왕을 바라본다면 누구나 쫄게 되지 싶습니다.

그러나 영광의 장소가 눈물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화무십일홍...

 

 

바닥에는 이슬람 전통 문양의 장식을 한 타일 바닥이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았네요.

알람브라 궁전을 방문한 가톨릭 국가의 대사는 바로 저 자리 가운데에 앉아있는

왕을 알현했을 겁니다.

 

 

돌아가며 벽에는 작은 감실 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용도는 어떤 용도일까요?

그냥 장식품을 두었을까요?

이 또한 방안의 울림을 생각한 구조는 아닐까요?

아니면 기도를 위한 장소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방 안에서 내다보면 밖에 있는 연못에 햇빛이 비쳐 반사됨으로 마치 거울처럼 방안을 눈부시게

비춰주는데 여기에서 왕은 뒤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등지고 앉아 대사들을 접견했다고 하니

빛을 기막히게 이용해 이곳을 찾은 주변국의 대사가 황홀감과 신비로움을 주었고

무언의 경외심을 불러 일으켜 겁을 먹게 했을 겁니다.

 

 

대사의 방 천장에는 돔 형식으로 만들고 삼나무를 상감기법으로 조각하였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삼나무 조각의 숫자가 8천여 개나 되고 천장에는 이슬람의

일곱 개의 천국을 의미하는 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실제로 이 방안에는 "작은 소리로 말하라! 그리하면 평화를 얻을 것이다."라는

글이 있어 이곳에 들어온 관광객은 서로 반대편 벽에 서서 속삭여 본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런 글까지 적어 왕은 더욱 위엄 있게 보이고 상대는 목소리조차 내기

어렵게 만들었나 본데 위엄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폼 잡는다고 하지요.

정말 별걸 다 가지고 상대를 쥐락펴락하려 했나 보네요. 

이런 게 신비 마케팅의 시작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