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 2014/까미노

꽃길 자갈길 그리고 까미노 길

佳人 2015. 2. 5. 08:00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을 흔히 여행길에 비유하곤 합니다.

인생의 길이나 여행의 길이나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는 말이겠지요.

물론, 앞으로 펼쳐질 모습이나 일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 무척 많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모두 다 알고 간다면 그 또한 재미없는 일이잖아요?

 

그저 그렇고 그런 길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곳이 좋고 자갈길보다는 꽃길이 좋습니다.

지천으로 펼쳐진 꽃길을 걷는다면 피로도 덜하고 기분마저 상쾌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佳人처럼 대부분 많은 사람은 앞으로 펼쳐진 자신의 길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가 봅니다.

늘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그게 그렇게 현실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잖아요?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을 바라고 원합니다.

그러기에 자갈길보다는 꽃길이기를 바라지요.

우리는 자신이 살아오며 가꾼 길을 걸어가며 그 과정은 생각하지 않고 결과만 보기 때문이 아닐까요?

 

꽃길을 원한다면 꽃길을 가꾸어야 하는데 佳人은 지금까지 적당히 자갈길로 내버려 두었다가

인제야 자갈길이라 투덜거립니다.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지금까지 내가 가꾼 길입니다.

 

자갈길로 내버려 두고 꽃길이기를 바라서는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름답지 못한 길이라 투덜거립니다.

내가 걷어가야 할 길은 지금까지 내가 만든 길이 분명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가꾸고 손질했던 길을 나는 지금 걷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이 가꾸신 길은 어떤 길입니까?

 

우리가 흔히 여행길을 인생길에 비유하지요.

여행길에는 배낭을 가볍게 해야 합니다.

욕심부린다고 많은 짐을 싸서 여행길에 오른다면 여행 내내 고생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는 인생길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움켜쥐려고만 합니다.

지금 5kg의 배낭 하나만으로 우리 부부는 한 달 이상을 여행 중입니다.

이 정도 무게만으로도 충분히 여행하고 있는데 살아가며 왜 그리 많은 짐을 짊어지고 가나 모르겠습니다.

 

돌아가면 지금의 이런 생각은 잊어버리고 다시 움켜쥐려고만 할 것입니다.

왜?

佳人은 속된 인간이니까요.

 

길에서 길을 묻고 답을 구해보지만, 다시 보금자리를 찾으면 그때는...

눈에 보이는 게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일지라도 모두 움켜쥘 수 없습니다.

내 손이 아무리 커도 모두 움켜쥘 수 없습니다.

다만 마음에 담을 뿐입니다.

 

결국, 우리는 나그네입니다.

그냥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역시, 살아가는 인생길에서도 우리는 나그네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요?

 

많이 가진 자는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곳간을 채우지만, 곳간 이상은 담을 수 없고

보리쌀 한 되를 가진 손에는 쌀 한 섬을 쥐어준다 한들 더 잡을 수 없습니다.

나는 내가 가진 그릇 크기에만 담을 수 있지만, 늘 그릇보다 더 많은 것을 바랍니다.

 

그러나 그릇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며 살아갈 때는 불행하지만,

내 그릇의 크기를 알고 그릇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행복해집니다.

행복과 불행의 기준이란 바로 내 그릇의 크기를 알 때가 아니겠어요?

 

저 언덕을 넘으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겁니다.

우리가 사는 길도 늘 이와 같을 겁니다.

꽃길을 걸을 수 있고 진창길도 걸어갈 수 있고요.

내가 꽃길을 만들면 난 언제나 꽃길을 걸을 것이고 내가 자갈길을 만들면 난 평생 자갈길을 걷겠지요.

진창길은 제갈공명도 포기한 길이잖아요?

 

여보!

우리가 지금까지 가꿔온 길은 어떤 길일까요?

그게 꽃길이면 좋겠지만, 자갈길이라도 우리는 후회하지 맙니다.

그 이유는 우리 둘이 가꿔온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걷는 길의 끝은 언젠가 누구나 같은 그 종착점에 도착할 겁니다.

젊은이는 걸어온 길보다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았기에 돌아보며 회상하기보다는 앞으로 남은 길을 계획하고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겁니다.

 

더 많은 길이 남았기에 그 길의 끝은 보이지도 상상이 되지도 않겠지만...

그러나 우리 나이가 되면 걸어온 길은 까마득하기에 그 길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지고 앞으로 남은 길은

멀지 않았고 우리 중 어느 사람은 이미 종착점이 보이기 시작하겠지요.

 

그러나 내가 걸어가며 남긴 글과 사진은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면 내가 사라지더라도 내 자식이 볼 수 있고

또 다른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기에 나는 없지만, 그들 마음속에 살아있기에 진정 사라진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식들이 후일 내가 걸었던 이 길을 걸어가며 나를 생각한다면

난 언제나 자식들 마음속에 살아있는 겁니다.

 

비록 죽었을지라도 누구의 기억에 깊이 각인돼 남아있다면 그는 진정히 산 사람이요.

살아있는 사람일지라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 아닐까요?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은 아닙니다.

잊히지만 않는다면 비록,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없지만, 영원히 살아있지 싶네요.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봅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바라봅니다.

젊은 시절의 모습이 그대로 떠오릅니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이미 많이 걸어왔다는 말이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런 시절은 모두 지나고 어느새 나이가 든 늙은이가 되어 있네요.

내 옆에는 평생을 함께한 60대에 접어든 흰머리 여인이 함께 걷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행복합니다.

이렇게 부부가 함께 인생 후반전에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분명 행복입니다.

난 당신이 함께하기에 행복하고 당신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어느새 나에겐 자식이 있고 인생을 정리할 시간이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세월은 이렇게 나에게 젊음을 모두 가져가 버렸습니다.

아웅다웅하고 생활 전선에 있을 때는 느끼지도 못한 일이 이렇게 까미노 길을 걷다 보니 하나씩 되새겨집니다.

까미노란 원래 그런 길일까요?

 

여기도 우리나라처럼 개조심 씨가 사나 봅니다.

이렇게 어느 나라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가 봅니다.

 

이렇게 걷다 보니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 팔라스 데 레이에 거의 도착했습니다.

이제 마을로 들어가 숙소만 구하면 오늘 일과는 끝이 납니다.

그런데 지명을 DE로 써야 하는데 DO라고 썼네요.

외국인도 알아보는 자기네 글자도 틀릴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제가 오지랖이 조금 넓기는 넓죠?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나이가 훌쩍 들은 지금의 심정이 어떠냐고요?

글쎄요...

연습도 하지 못하고 처음 살아보는 나이이기에 그저 담담할 뿐이네요.

젊은이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은 경험을 얻게 되지만, 우리 나이에는 추억만 늘어납니다.

젊은이는 살아갈 시간이 살아온 시간보다 많지만,

우리 나이에는 이제 살아온 시간보다 남아있는 시간이 무척 적습니다.

 

그러나...

비록 남은 시간이 적더라도 우리 부부는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갈 겁니다.

서로 손은 맞잡고 열심히 걸어갈 겁니다.

미소를 잊어버리기 전까지는 서로를 향해 미소 지으며 걸어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