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 2014/까미노

부엔 까미노(Buen Camino)!!! 다양한 모습들...

佳人 2015. 1. 28. 08:00

새벽 1시부터 법석을 떨며 한숨도 자지 못하고 새벽 야간 버스로 루고로 올라가

다시 사리아행 버스로 갈아타고 도착했습니다.

이제 하루 쉬었다 출발해야 하는데 그냥 걷기로 하고 뚜벅뚜벅 걷습니다.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을 실제로 경험해 보렵니다.

새벽에는 안개가 자욱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사리아 버스 터미널과 성당 그리고 까미노길로 들어가는 방향입니다.

혹시 사리아에서 출발하시려는 분은 위의 지도를 참고하시면 쉽게 까미노로 들어서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처럼 크레덴시알로 말미암아 우왕좌왕 고생할 이유가 없습니다.

가는 도중에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까미노라는 순례자의 길에는 참 다양한 모습의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왜 아니겠어요?

세상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모습을 하며 이 길을 걷는 걸요.

 

어느 사람은 마치 이민이나 가는 듯 아주 무거운 배낭을 메고 힘들게 걷고 있고

어느 누구는 물병 하나만 달랑 들고 걷습니다.

또 누구는 마치 수도자의 모습처럼 묵묵히 걷습니다.

묵언 수행이라도 하는 건가요?

 

또 강아지를 끌고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설마 비상식량은 아니겠죠?

사람이야 이 길의 의미를 알고 깨달음을 얻고자 걷는다고 하지만, 개는 무슨 깨달음을 얻을까요?

저 개는 아마도 까미노를 완주하고 나면 인간이 되어 있지 않겠어요?

 

가족과 함께 즐겁게 걷는 일행도 보입니다.

마치 마을 뒷동산에 오르듯 즐거운 표정으로 걷습니다.

 

또 누구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갑니다.

 

또 다른 사람은 카트를 끌고 걷기도 하죠.

이렇게 사람마다 자기가 추구하는 방법으로 까미노를 걷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람이 방법은 달라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뿐이겠지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무사히 도착하는 일 말입니다.

 

일찍 숙소를 떠나 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일출을 만나기도 합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완주하기를 기원합니다.

아침 해는 어느 장소에서 보더라도 아름답고 경건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치면 누가 먼저라고 하기 전에 "부엔 까미노"로 인사합니다.

서로 상대에게 축복의 의미를 부여하는 말이겠죠.

힘들게 걷다 보면 그 인사말이 단순한 의미 이상의 느낌을 줍니다.

 

이 순례자의 길만이 아니고 인생의 길에서도 좋은 길이 되라고 서로 격려하고 이야기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부엔 까미노"입니다.

 

걷기 시작한 첫날의 느낌은 무척 힘이 든다는 생각입니다.

평지만 걷는 게 아니라 언덕을 오르내리며 걸어야 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보다는 지난밤에 잠을 전혀 자지 못한 점도 있고 날도 무척 덥기 때문이죠.

 

이렇게 걷기를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작은 마을이 보이고 알베르게가 보입니다.

또 작은 가게도 보이네요.

입구에 노란 조개...

그리고 바닥에 왕 조개가 보입니다.

제대로 왔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얼른 가게에 들어가 크레덴시알을 외치니 여기에 있습니다.

1.5유로랍니다.

여러분! 만약 사리아부터 출발하실 때 공연히 크레덴시알을 구한다고 왔다 갔다 하지 마시고

일단 까미노를 시작하세요.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면 작은 마을이 나타나고 그곳 가게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그 길을 걷다가 만나는 첫 번째 작은 마을의 가게에서 크레덴시알을 판매합니다.

크레덴시알을 산 기념으로 첫 번째 도장과 날짜까지 적어줍니다.

여기가 정확하게 108km가 남았다는 도장입니다.

 

여기서 쉴까?

더 걸을 수 있겠어?

우리 부부는 서로를 격려하고 더 걷기로 합니다.

겨우 한 시간 정도 걷고 하루를 쉰다는 게 너무 안이한 생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죠.

가장 중요한 물도 사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이렇게 하나씩 도장을 채워가면 나중에 가득 채워질 것이고 그러면 우리 까미노도 그 마지막 종착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달하겠지요.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끝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지요.

 

크레덴시알을 완주한 후 버리지 않고 지니고 다니다가 나중에 이 크레덴시알이 8유로의 할인까지 받았으니

1.5유로의 몇 배를 벌게 해 준 겁니다.

까미노와 관련 없는 먼 곳에 있는 코르도바의 숙소가 알베르게였습니다.

그들은 노숙자와 같은 우리 차림을 보고 까미노를 걸었냐고 묻길래 그랬다고 답하자 크레덴시알을 보여달라

하기에 보여주었더니 88유로였던 숙박비를 10% 할인된다고 깎아주더군요.

 

걷다 보니 사과 수확을 하는 농부를 만납니다.

우리를 보고 부엔 까미노라고 격려합니다.

 

우리도 답을 하니 마침 수확한 사과 중에 제법 알이 실한 몇 개를 건네줍니다.

사실 사과는 우리나라 사과처럼 알이 크거나 맛이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사과를 가축 먹이로 사용하기 위해 재배하나 봅니다.

길가에 무수히 많은 사과가 뒹굴지만, 별로 집어 먹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사과라고 하지만, 맛도 없고 텁텁하기만 하더군요.

 

사과뿐 아니라 밤송이도 무수히 뒹굴고 도토리는 그냥 발밑에 귀찮을 정도로 밟힙니다.

이런 도토리를 먹고 자란 돼지의 다리가 최고의 하몽으로 변신한다 했나요?

하몽의 최고 등급은 바로 도토리를 먹고 자란 돼지의 뒷다리라 합니다.

 

이렇게 걷기를 얼마나 걸었나 조그만 집이 보이고 그곳은 식사와 잠을 잘 수 있는 사설 알베르게입니다.

알베르게는 공립과 사립이 있는데 공립이 더 저렴합니다.

다만 시설 차이는 있습니다.

 

방을 물어보니 이미 도미토리는 만실이고 29유로의 2인실 방이 하나 남았다고 하기에...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30분 경입니다.

밤새 잠도 자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루고를 거쳐 사리아까지 왔고 다시 걸어서 여기까지 왔지요.

 

그래서 오늘의 숙소를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도미토리는 한 사람이 10유로라네요.

숙소 이름이 Casa Morgade로 www,casamorgade.com

 

이 마을 이름은 사리아로부터 15km 정도 떨어진 페레이로스(Ferreiros)라는 곳입니다.

페레이로스라는 말은 대장간이라는 말이니까 아마도 예전에 이 집이 대장간을 하다

지금은 알베르게 겸 바르도 하나 봅니다.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시고 또 시원한 콜라로 오늘을 정리합니다.

 

이는 이번 전체 까미노 중 아주 작은 걸음입니다.

 

일찍 도착해 햇살 좋을 때 빨래도 하고 편히 쉽니다.

빨래는 잘 마르는 게 좋고 빨래집게 대신 작은 옷핀을 준비해 가는 게 빨래 널 때 아주 좋습니다.

까미노길에서는 빨래 시설이 대부분 있기 때문에 옷을 빨아 입으며 다닐 수 있습니다.

프랑스 여자는 큰 보자기를 가지고 다니며 옷을 빨아 널 때는 보자기를 치마 대용으로 두르고 있더군요.

치마 대용이겠어요?

타올로도 쓰고 침대 깔개로도 사용할 겁니다.

 

까미노의 물가는 그렇게 많이 비싸지 않습니다.

보통 물 500ml 정도 하고 큰 것도 가격차이가 별로 없지만, 배낭 무게 때문에 중간 크기의 물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의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골라 담기 할 때 사용했던 저 포장지 아주 유용합니다.

시원한 물을 넣어두면 제법 긴 시간 차갑게 유지되고 어디 차가운 바닥에 앉을 때 깔고 앉을 수 있습니다.

무게감도 없으니까 여러 개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캔 콜라도 1.2유로 정도 합니다.

물론, 대도시 큰 슈퍼에 가면 0.42유로에 살 수 있지만... 

 

길을 따라가면 절대로 길을 잃을 염려가 없습니다.

바닥이나 어디나 노란 페인트로 화살표가 있거나 조개 모양의 그림이 있어 그 방향으로만 가면 됩니다.

세상에 이렇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인생의 길에서 말입니다.

그러면 절대로 방황하는 일은 없지 싶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설 알베르게는 침구가 마련돼 있어 문제 되지 않지만, 공립 알베르게는 침구가 거의 없습니다.

미리 공립 알베르게에서 주무시려면 침낭을 가져가셔야 합니다.

10월 초 날씨는 낮은 덥지만, 밤엔 제법 춥습니다.

도미토리 형태의 공립 알베르게는 1박에 6유로 정도고 사립 알베르게는 10유로 안팎입니다.

물론, 기부금처럼 2-3유로만 받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2인실 숙소는 30유로 내외면 하루 쉬었다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