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망카에서 루고를 지나 사리아로
까미노 데 산티아고...
이 말의 의미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란 의미라네요.
까미노는 그냥 길이라는 의미지만, 특별히 여기서는 고유명사처럼
순례자가 걷던 그런 길이라는 말이겠지요.
오늘부터 까미노라고 부르는 길을 따라 산티아고로 갑니다.
순례자의 길이라고도 하는 까미노는 원래는 종교적인 의미지만,
요즈음은 그런 의미는 퇴색되고 그냥 걷고 싶은 길이 되었지요.
우리나라 제주도의 올레길이 바로 까미노를 벤치마킹한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도
걷기 운동의 열풍으로 어느 도시나 주민을 위한 둘레길이라는 길을 만들고 있지요.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돈도 들지 않으며 건강도 챙기고 서로 담소하며 걸을 길이 많아진다는 일 말입니다.
우리 부부가 이번 이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일로 2014년
여행이 스페인으로 떠난 여행이며 그곳에 까미노가 있기에 걷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걸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다시 스페인으로 여행 간다는 보장이 없기에
첫 스페인 여행이지만, 도전해 봅니다.
만약, 은퇴를 앞둔 분이시라면 까미노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생활 전선에 부대끼며 살아왔던 자신을 돌아보고 나 보다는 가족 그리고
직장을 위해 헌신하셨으니 자신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 천천히 걸어보며
그간의 일들을 되돌아 보는 일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되네요.
이제 세상 밖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을 신세대도 좋습니다.
이런 길을 걸으며 자신의 인생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온 중년은 또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생각할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제 우리 여행도 46일 중 11일째입니다.
2014년 10월 3일 개천절 새벽 1시에 숙소를 나섭니다.
지금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습니까?
어젯밤에도 야경 구경한다고 밤늦게 돌아다니다가 12시가 다 되어 들어와
샤워만 하고 바로 숙소를 나섭니다.
2014년 10월 3일은 다른 날과는 달리 새벽 1시부터 일정을 시작합니다.
하늘이 열린 개천절이기에 아직 아침이 열리기 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구시가지에서 버스 터미널이라는 에스타시온까지 가는 길은 직선으로 된 큰길입니다.
구시가지는 새벽 1시라도 사람이 흥청거리기에 문제없지만,
터미널로 가는 길은 행인이 별로 없네요.
위의 사진처럼 터미널은 문이 닫혔고 차량이 드나드는 문만 열렸습니다.
처음 계획은 살라망카에서 사리아라는 작은 도시로 가려고 했으나 바로 연결되는
교통편이 없다고 하기에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사리아 근처의 가장 큰 도시인
루고로 올라가 그곳에서 버스로 사리아로 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더군요.
루고라는 도시는 알지도 못했지만,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니 어쩌겠어요.
그런데 여기 살라망카에서 루고로 가는 버스는 새벽 2시에 떠나는
오직 한 편 뿐이라 하니 새벽부터 이 짓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2시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1시간이 지난 3시까지도 출발하지 않습니다.
출발지가 여기지만, 연계하는 버스가 3시 조금 넘어 도착하니 그제야
그 버스를 타고 온 승객을 기다리던 우리와 함께 태웁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출발할 우리 같은 사람을 미리 버스 안에서 기다리게 하든지
앉아 쉴 곳도 없는 승강장에서 그냥 밖에서 기다리게 하네요.
여러분!
우리처럼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오밤중에 캄캄한 버스 터미널에서 한 시간 넘게
덜덜 떨며 기다리다 버스 타고 이동해 보셨수?
우리 해봤수.
야간에 달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니 잠도 오지 않고 내리는 곳을
놓칠까 봐 불안하기도 합니다.
루고는 이 버스의 종점도 아니고 우리는 중간에 내려야 합니다.
더군다나 새벽 2시면 우리나라 시각으로 아침 9시가 되니 이미 잠에서 깨어나
왕성한 활동을 할 시각이니 잠이 오겠어요?
중간에 휴게소에 쉬기도 하고 도시마다 정차해 승객을 태우고 내리기도 합니다.
아무리 캄캄한 밤일지라도 잠시 지도부터 먼저 보고 갑니다.
살라망카에서 북서쪽으로 루고라는 제법 큰 도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사리아라는 아주 작은 도시가 바로 우리가 까미노를 시작하는 마을이네요.
제법 먼 거리지요?
원래 5시간 30분 후 우리의 목적지인 루고에 도착 예정이었던 버스는 1시간이나 늦게
출발했지만, 예정시각이었던 7시 30분이 조금 지난 7시 50분에 루고에 도착하네요.
밤이라 교통경찰도 없고 도로는 차도 다니지 않으니 정말 신나게 달렸습니다.
다시 지도를 확대해 보겠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루고가 아닙니다.
다시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 사리아(Sarria)입니다.
그 이유는 왼쪽에 보이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사리아에서 출발해야
까미노를 인정받는 100km가 넘기 때문이죠.
루고는 100km가 조금 안 되기에...
끝까지 걸은 후 완주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걷는 사람은 100km이고 자전거나
말을 타고 오는 사람은 200km 이상이어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여러 곳이 있지만, 우리가 택한 마을이 바로 사리아라는
작은 마을로 정확히 산티아고로부터 116km 떨어진 곳이라네요.
완주증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도하는 일인데 가능하면
그 조건을 충족시키고 싶기 때문이죠.
설령 자동차를 타고 부산에서 출발해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오더라도 까미노에서는
반칙으로 차량을 이용하여 까미노 길을 한다 해도 단언컨대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버스는 아직 날도 밝지 않은 컴컴한 시각에 도착합니다.
그러고 버스 터미널 안의 모든 창구는 닫혀있습니다.
위의 시각표가 루고와 사리아 간을 다니는 버스 시각표이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운행 횟수가 확 줄어든다는 것도 나오네요.
우리가 갈 사리아로 가는 버스 티켓을 어디서 사야 하나 서성거리며 터미널 안을
두리번거리는데 까미노 길을 걷기 위한 복장을 한 듯한 스페인 사람들이 다가와 우리의
목적지를 물어보고 여기저기 다니며 알아보고 17번 창구에서 8시 30분 전에
문을 열 거라고 알려주고 떠납니다.
그들이 떠나며 우리에게 "부엔 까미노"라고 하면서 그 말은 영어로
"Good Way"라는 인사말이라 알려줍니다.
나중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만날지 모른다면서요.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어리숙한 늙은 동양인 부부가 애처로워 그들은 다른 길로 가는 일행이지만,
우리를 대신해 수고를 합니다.
우리도 그들에게 "부엔 까미노"라고 큰 소리로 인사했습니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이 말은 까미노 길을 걷는 내내 하루에도 수백 번 듣고 우리도 만나는 사람에게 했던
인사로 이 말과 함께 "올라!"라는 스페인 인사도 수시로 주고받았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루고에서 사리아로 가는 버스 티켓을 샀고 무사히 사리아로 갑니다. (3.70유로)
루고에서 사리아는 그리 먼 곳이 아닙니다.
버스로 40분 만에 도착하네요.
버스도 자주 다니는 편이고요.
그러나 토요일과 일요일은 운행횟수가 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것을 알고 다녀야겠습니다.
혹시 우리와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실 분이 계시면...
사리아에 도착할 무렵 어둠이 서서히 걷히며 날이 밝아오지만 짙은 안개로 시야가 좋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한 도시에 머물며 숙소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기에 돌아다니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오늘부터는 매일 길을 걸으며 제대로 방향을 잡고 걷는가에 대해 두려움이 있지요.
길을 잘못 들어서 미아가 되어 이름도 모르는 스페인 시골에서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 죽어 귀신이 된다면 스페인어도 모르는 귀신이 된다는 게 제일 두렵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신 분께서 까미노에서 혹시 "부엔 까미노"만 외치고 다니는 부부 귀신을
만나시거든 그게 우리 부부라고 생각해 주세요.
원래 계획은 아침에 출발해 이곳으로 이동 후 하루를 자고
내일부터 까미노를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착 시각이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라 지금 자러 숙소를 찾기도 이른 시각이네요.
지난밤 한숨도 자지 못해 피곤도 하고...
어떻게 할까 고민합니다.
이럴 경우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우리는 하루 일찍 출발을 결정합니다.
가다가 처음 만나는 숙소에서 자면 된다고요.
처음 계획보다 일정이 하루 당겨집니다.
숙소 예약은 미리 하지 않았기에 전혀 문제 되는 일이 없습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지나는 행인에게 카테드랄을 물어보니 처음엔 어리둥절...
그렇지요.
이 작은 마을에 카테드랄이 있겠어요?
이글레시아라고 해야지 알아듣지요.
성당을 찾는 이유는 까미노 길을 걸으며 가는 곳마다 도장을 받아야 하는 일종의
순례자 여권과 같은 크레덴시알이라고 부르는 증명서를 얻기 위함입니다.
알려준 대로 언덕 위에 있는 성당을 힘들게 올라 찾아가니...
그러나 성당은 이른 아침이라 문이 굳게 닫히고...
이미 까미노를 시작한 사람들은 우리 곁은 지나며 "부엔 까미노!"를 외칩니다.
이게 무슨 무슨 좋은 길입니까?
퉁퉁 부은 눈으로 아직 크레덴시알도 준비하지 못했는걸요.
우리는 까미노에서 가장 기본이라는 크레덴시알도 없는 걸요.
그래서 지나는 사람에게 묻습니다.
크레덴시알을 어디서 구하느냐고요.
그랬더니 알려주는데 다시 왔던 길을 내려가야 합니다.
저기 위의 사진에 보이는 혼자 길을 걷는 프랑스 여인을 까미노 내내
몇 번을 만났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여인이 가르쳐준 곳은 호텔인데 그곳에 가서 크레덴시알을 파냐고 하니 젠장...
도장을 찍어주는 곳이랍니다.
그러니 우리는 아까 그 사람에게 크레덴시알 주는 곳을 물었는데
그 여자는 도장 찍는 곳으로 알아들었던 겁니다.
영어가 객지에 나오면 이렇게 서로 오해를 받습니다.
그러면서 호텔 직원은 위의 지도를 주며 노란 선으로 표시한 까미노 길을 따라가다가
관광안내소라는 오피시나 뚜리스모에서 물어보라고 알려줍니다.
이런!!! 아까 성당에서 내려왔던 가파른 언덕길을 다시 빡세게 올라가야 합니다.
오늘 여기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진을 다 빼버립니다.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고 5km 이상은 걸었나 봅니다.
준비 운동치고는 제대로 하고 출발합니다.
길을 지나는 아주머니에게 크레덴시알 파는 가게를 아느냐고 했더니만,
직접 우리를 데리고 까미노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파는 가게로 인도합니다.
그러나 그곳도 크레덴시알이 모두 팔려 없다고 하네요.
포기하고 싶습니다.
잠시 후 지도에 나온 오피시나 뚜리스모에 들렸더니 크레덴시알이 없다고 까미노 길을
따라가다가 첫 번째 마을이 나오면 그 가게에서 판다고 합니다.
작은 마을에 뭐가 이렇게 혼란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복잡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전에 이런 정보를 알았다면 그냥 걷다가 크레덴시알을 구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식당이 보이길래 아침을 먹기로 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가게 간판이 동네 깡패들이 모이는 곳처럼 생겼습니다.
건들거리는 동네 양아치들만 모이는...
껌이나 짝짝 씹고 침이나 뱉는 그런 귀여운 건달 말입니다.
위의 사진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세요.
동네 건달들의 모습이 아닙니까?
간단한 아침 식사인 데사유노가 4유로 내외합니다.
먹음직한 보까디요라는 빵에 스페인의 유명한 하몽을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빵이 먹음직합니다.
크기는 또 얼마나 큰지 신생아 크기만 합니다.
그러나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입천장이 뚫리는지 알았습니다.
이것은 빵이 아니고 돌덩어리였습니다.
잘린 부분은 흉기처럼 날카로웠습니다.
질기기는 또 자동차 타이어처럼 질기네요.
그리고 하몽이라는 유명한 스페인 돼지 다리 고기는 생고기 씹는 그런 기분입니다.
질기고 살아있는 이상한 느낌...
사람마다 그 맛의 느낌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은 그런 고기였습니다.
돼지만 불쌍해...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 정말 힘든 날입니다.
잠도 자지 못하고 도착해 새벽부터 크레덴시알 구한다고 언덕을 수차례
오르락내리락하고 아침이라고 먹은 빵은 흉기처럼 단단하고...
결국, 그냥 냅킨에 싸서 길을 가면서 우물거리며 먹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공포의 보까디요라는 샌드위치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