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망카와 조개의 집
아빌라 구경을 마치고 살라망카로 가는 날입니다.
하루씩 머물고 이동하니 무척 바쁩니다.
사실, 이런 작은 도시는 하루 이상 머물면 지루하지 싶네요.
살라망카로 가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들판을 달려가는 길입니다.
2014년 10월 2일의 일정입니다.
아침 8시부터 식당을 기웃거립니다.
방은 2층이고 식당은 1층이기 때문이고 어제 식당에 연락해 원래 8시 30분에 열지만,
일찍 떠나야 하는 우리 부부를 위해 8시 10분에 열어준다 했으니까요.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일이 아닌가요?
아무도 없는 식당에 들어가 자리 잡고 앉아 우리 식대로 토스트 빵을 굽고
치즈, 햄에다 잼도 바르고...
이곳은 식당 관리인도 없고 순전히 셀프로 스스로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합니다.
주스에 요구르트도 가져다 먹고... 배를 꽉꽉 눌러서 채웁니다.
제법 먹을 게 많습니다.
넓은 식당을 우리 부부 둘이서 전세를 내고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마시고 8시 30분에 식탁에서 일어납니다.
부지런히 걸어 버스 터미널이라는 에스타시온 아우토부세스에 도착하니
20분 걸린 8시 50분이네요.
어제 도착해서 미리 출발 시각을 확인했고 버스 터미널부터 숙소까지 걸어서 가며
소요 시간도 확인했기에 한 치의 틀림도 없었습니다.
9시 버스를 타고 이제 살라망카로 갑니다. (1인에 6.69유로)
이곳은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매표소 창구가 열렸습니다.
아빌라에서 1시간 40분 걸려 살라망카에 도착합니다.
세고비아, 아빌라 그리고 살라망카는 모두 마드리드의 주변 도시들인데
그런 도시들 간의 승객 이동이 많지 않나 봅니다.
이들이 왜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버스 운행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나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살라망카 터미널에 도착해 내일 루고로 가는 버스 편을 알아보니...
옴마야!!!
터미널 안에 있는 예약 컴퓨터를 통해 확인해 보니 새벽 2시에 출발하는 한 대밖에 없네요.
도착은 7시 30분이고 23.64 유로에 남은 좌석은 26개가 있다는 말이네요.
살라망카는 터미널 건물 안에 자동 발매기가 있어 그곳에서 버스 편과 출발시각 요금 등
모든 정보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거 어쩌면 좋겠습니까?
새벽 두 시면 잠은 어쩌라고요?
자동 발매기에서 좌석까지 지정할 수 있습니다.
새벽 2시에 버스에 올라 좌석에 앉아 잠을 청하면
혹시 숙박료를 더 내라고는 하지 않겠지요?
그럼 미리 예약한 숙소에서 잠도 자지 못하고 잠시 쉬다가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요?
이미 숙소는 아침 식사까지 포함된 곳으로 정했건만, 식사도 포기하고 숙박도 포기하고...
바로 이웃에 있는 큰 도시 사모라로 가서 이동하는 방법을 알아봐도 여기서 출발하는
이 버스가 사모라를 지나가며 손님을 태우기에 그것도 도루묵...
이번 여행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이럴 때는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루고로 가는 이유는 까미노 길을 걷기 위해 사리아라는 마을로 가기 위함입니다.
사리아에서 출발하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116km로 까미노 완주를 인정받는
최소한의 거리인 100km를 넘기 때문이죠.
사리아는 워낙 작은 마을이라 바로 연결되는 차편이 없어 큰 도시인 루고로 올라가
그곳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와야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기에 일단 표는 사야지요.
오늘까지만 숙소 예약을 했기에 내일부터는 숙소로 인한 문제는 없습니다.
예약하지 않았기에 현지에 도착해 구하면 되기에...
루고 행 버스비는 1인에 23.64유로로 제법 비싸네요.
이제 내일 이동할 곳에 대한 예매까지 마치고 터미널에서 걸어서 살라망카 숙소를
찾아갔는데 숙소 이름이 에라스무스 호스텔입니다.
구시가지 한가운데 있어 드나들기 좋은 곳으로 미리 예약했기에 모바일폰의
구글 지도에 숙소 위치가 뜨기에 어렵지 않게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숙소는 미리 한국에서 예약했던 곳으로 2인실 34유로였습니다.
그런데 보증금을 5유로 달라고 합니다.
젠장!!! 우리는 잠도 자지 못하고 새벽 2시 차를 타려면 새벽 1시에 나가야 하는데...
잠도 자지 못하고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떠나는데 보증금이라니?
그래도 열쇠 때문이니 어쩌겠어요.
카운터는 24시간 근무한다고 하니 문제가 될 게 없네요.
체크인하니 시내 지도와 열쇠와 침구 카바를 줍니다.
집에서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이 먼 이국땅에 와서 하다니...
화사한 꽃무늬 카바를 베개까지 하고 나니 개운하기는 하네요.
이걸 우리 보고 씌우라는 말이네요.
이곳에서 잘 일도 없고 해서 그래서 하나만 씌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 욕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주 작은 턱만 있고 샤워 커튼은 짧습니다.
나중에 울 마눌님이 저기에 들어가 샤워하고 나니 짧은 샤워 커든 밑으로
물이 튀어 바닥은 물바다...
바닥에 흐른 물을 수건으로 닦아 모두 치우느라고 혼났습니다.
누가?
누구겠어요?
바로 머슴 같은 돌쇠 佳人이 아니겠어요?
정말 먼 나라까지 와서 욕실 바닥까지 깔끔하게 닦았으니
지금 佳人이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침구 카바 씌우고 욕실 바닥 수건으로 훔치고...
이렇게 해도 우리 부부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마눌님... 다음부터 샤워할 때 커튼과 바닥 높이까지 미리 생각하고
샤워하시면 안 될까요?
욕실 바닥 청소까지 낑낑거리며 열심히 하는 머슴 하나 거느리고 유람하시니 좋으세요?
그리고 이 집은 왜 욕실 턱을 저렇게 낮게 만들고 커튼 길이는 짧게 만들어 놓았을까?
바로 거기에 비밀이?
비밀은 숙박객에서 바닥 청소까지 시키려고!!!
이 집의 좋은 점은 바로 살라망카의 주요 구경거리의 한가운데인 조개의 집 뒤에 있어
드나들기 편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방의 형태가 대부분 도미토리로 운영하고 있어 배낭여행자가 많다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는 2인실로 정했지만...
분위기가 산만하지만, 반대로 외국인과 자유롭게 접할 수 있어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곳이죠.
그래도 구경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새벽에 떠날 땐 떠나더라도...
우리 숙소가 있는 골목을 빠져나오면 바로 구시가지 중심부입니다.
옴마? 조개를 벽에 장식한 건물이 보입니다.
이 건물이 일명 조개의 집이라는 곳이네요.
아마도 이 집의 주인이 조개구이로 돈을 번 곳이 아닐까요?
왜 조개를 붙여놓았을까요?
그런데 관광객이 조개의 집 입구에 많습니다.
오늘 조개구이 정식이라도 한 상 거하게 차리라 할까요?
대문까지 조개로 장식했습니다.
오늘 여기 서서 조개가 모두 몇 개나 되나 세어보고 갈까요?
굳이 시간 없는데 세지 마세요.
그곳에 모두 350개의 조개가 붙어있다고 쓰여있습니다.
괜히 시간도 없는데 조개나 세고 있을 뻔했습니다.
이 숫자는 가이드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콩물 장사로 돈은 번 왕 서방이 큰 부자가 되어 개휴 부근에 3천 명이
함께 사는 엄청나게 큰 왕가 대원을 지어 사는 모습을 보았지만...
여기도 중국의 사합원처럼 네 곳이 모두 건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천장에는 예수를 의미하는 라틴어인 JHS가 보입니다.
중국은 인구나 많아 뭐든 한 가지만 성공하면 돈을 벌 수 있지만,
여기는 인구가 겨우 16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대학 도시인걸요.
옛날에는 그 숫자의 반도 되지 않았겠지만...
이곳에서는 파티오라고 부르는 중정 가운데 우물이 보이고요.
설마 조개구이 장사를 하기 위해 조개를 씻은 곳일까요?
이건 골뱅이인가요?
조개와 골뱅이를 함께 취급해서 계단을 이렇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러나...
조개의 의미는 바로 까미노를 걷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랬습니다.
이 조개의 집은 바로 까미노와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죠.
조개는 까미노 길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내일부터 걸어갈 길 말입니다.
15세기 말에 지은 고딕 양식의 건물이라네요.
처음 목적은 산티아고 순례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기사단이 거주했던 숙소로 사용되었답니다.
지금은 관광안내소와 공공 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네요.
건물 벽에는 350개의 조개 장식이 유명해 조개의 집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편의상 조개라 했지만, 가리비가 정확한 표현이지 싶습니다.
이 건물에는 산티아고로 가던 순례자를 보호하던 기사단이 머물던 곳이라 합니다.
입장료가 당연히 무료입니다.
그러나 명성과 비교하면 조개 장식 외에는 그리 볼 게 없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이름만 유명한 곳이 있습니다.
그럼 왜 들어갔을까요?
바로 우리 숙소 앞에 있었고 많은 관광객이 단체로 드나들고 무료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살라망카는 대학도시라 합니다.
살라망카 대학은 그 역사가 무척 오래되어 800여 년이나 되었다네요.
유럽에서도 유명한 대학 도시로 학생 수가 3만여 명으로 도시 인구에서도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높다고 합니다.
내일은 제일 먼저 살라망카 대학을 찾아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