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 2014/바르셀로나(Barcelona)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Barri Gotic)

佳人 2014. 12. 8. 08:00

위의 사진은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Barri Gothic)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거리 음악가가 많아 악기 연주는 물론, 성악까지 지나다니며 들을 수 있잖아요.

연주가 대부분은 자기의 음악을 녹음한 CD를 보통 10유로 정도에 팔기도 하더군요.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외로워하지 않고 자기만의 노래와 연주에 몰두합니다.

골목길에서 연주와 노랫소리가 들리면 잠시 서서 귀를 기울이곤 했습니다.

 

숙소가 고딕 지구로 정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냄새가 나는 것을 좋아하기에 매일 몇 번씩 숙소를 들고나면서

오랜 역사의 오랜 장맛을 볼 수 있다는 일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매번 골목을 달리해 드나들다 보면 늘 새로운 길이거든요.

 

오늘은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역사가 깊은 고딕 지구 구경에 나섭니다.

이 도시에서 로마 통치 시절의 유적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 고딕 지구라네요.

스페인에는 이렇게 곳곳에 이슬람 문화뿐 아니라 그 이전에 이 지역을 지배했던 로마의 유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좁은 골목길이 특징이고 주로 돌을 이용해 지은 집이 아주 오래된 그런 기분이 들게 합니다.

 

위의 사진은 우선 고딕 지구의 북문에 해당하는 입구입니다.

이곳에 성문을 설치해 로마인들은 안으로 드나들었을 겁니다.

지금은 경사로를 만들어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예전엔 이곳에 다리를 만들어 입구를 여닫았을 겁니다.

 

이 문 옆에 보이는 위의 사진이 로마 시대에 만든 수도교의 흔적입니다.

바르셀로나에 무슨 수도교냐고 하시겠지만, 분명히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로마는 이렇게 그들이 지배했던 곳에는 언제나 기본적으로 만든 구조물이 있습니다.

 

수도교, 성채,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나온 검투사의 원형경기장, 영화 벤허에서 보았던 마차 경기장,

목욕탕 그리고 음악회를 열 수 있는 반원형 공연장 등이지 싶습니다.

 

그런 유적이 남은 곳을 구경하다 보면 그들은 도시 건설의 기본 구조물의 가짓수를 정해놓고

건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삽질도 제대로 된 교본에 의해 말입니다.

 

스페인은 이렇게 오랜 세월 로마의 지배 아래 있었기에 로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막시무스는 나중에 스패냐드라는 이름으로 검투사가 되어 다시 돌아왔지요.

그는 히스파니아 출신이라고 하는데 이는 지금의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 출신이라는 말입니다.

당시 이베리아 반도는 카르타고의 지배에 있었으나 로마와의 전쟁에 패함으로

로마가 이베리아 반도 전체를 지배했지요.

위의 수도도 로마 시대 때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북문 입구 왼쪽에 바로 카테드랄이 보입니다.

고딕 지구의 왕은 누가 뭐래도 카테드랄이 아닐까요?

 

지은 지 700년도 더 넘은 아주 오래된 성당입니다.

사실, 스페인에서 이 정도의 세월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겠지요.

그 앞에 Nova 광장이 있지만, 공간이 좁아 전체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 어려운 형편이네요.

 

대성당 내부 구경을 하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오후 4시 이후에는 무료입니다.

이렇게 무료입장 시간을 알면 여행 경비를 많이 절약할 수 있죠.

유럽 여행에서 성당을 빼면 크게 볼 게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성당 구경이지요.

모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이유는 없지 싶습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은 들어가고 돈을 내야 하는 곳은 몇 곳만 찍어서 구경하면 되지 않겠어요?

 

성당 가운데 성가대석이 있고 성가대석을 삥 둘러 위의 사진처럼 흰 대리석으로 둘렀습니다.

그 대리석에는 바르셀로나의 수호 성녀로 알려진 

산타 에우랄리아의 순교 장면이 조각으로 남아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크게 찍었습니다.

 

남자가 아니라 분명히 여자입니다.

이 조각은 르네상스 시대에 뛰어난 조각가로 알려진 바르톨로메 오르도네스의 작품이라 합니다.

성당 내부는 어느 곳이나 우리 눈에는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이런 것은 여기밖에 없는 것이라 쉽게 구별할 수 있지요.

나중에 다녀온 성당 내부의 차이점을 구분하는 것은 이런 특징적인 것 외에는 기억하기도 어렵습니다.

바르셀로나 카테드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조각상이 아닐까요?

 

그런데 이것은?여러분도 많이 본모습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바로 몬세라트에 모셔진 검은 성모상입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조금 효험이 있다고 소문나면 이렇게 짝퉁 마케팅이 판을 칩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에 가도 검은 성모 마리아상이 있습니다.

성당도 효험 있다는 말에는 짝퉁 마케팅을 서슴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성당 바닥에는 해골도 그려져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네요.

아마도 이곳은 금수저로 살다가 생을 마친 사람의 무덤이 아닐까요?

누구나 다 이렇게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말일까요?

 

카테드랄 근처의 작은 골목 안에는 왕의 광장이라 부르는 작은 광장이 있습니다.

바로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예전 이곳을 다스리던 아라곤 왕의 왕궁이라고 하네요.

볼품없는 곳이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이라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요.

 

바로 궁으로 오르는 계단이 그 유명한 곳이라지요?

첫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콜럼버스가 바로 이 계단을 걸어 올라와 궁으로 들어갔다고 하여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나 봅니다.

오늘은 佳人이 먼저 계단 위에 올라와 콜럼버스를 맞이해 볼까요?

 

오늘은 콜럼버스가 아니라 면사포를 쓴 예비신부입니다.

佳人에는 이미 무서운 마눌님이 계시기에 신부는 사양하렵니다.

이런 역사적인 사실 때문에 이곳을 찾아 웨딩사진을 찍나 봅니다.

 

잠시 고딕 지구 안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구경합니다.

 

위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불안한 느낌이 듭니다.

독수리와 사람이 싸우는 모습인데 독수리는 인간이 휘두르는 칼을 한 손으로 잡고

또 방패도 다른 손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속수무책이라 합니까?

 

무책은 쥐뿔...

다음의 행동을 佳人 혼자 상상합니다.

인간은 손이 묶여 있어도 발이 있어 발로 독수리의 배를 걷어차고 독수리가 벌렁 자빠지는 상상을 하며

佳人 혼자 킥킥거리고 웃고 있는데 옆에 같이 바라보는 외국인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봅니다.

 

그래서 그림을 가리키며 양 손을 앞으로 뻗은 자세로 발로 냅다 차는 흉내를 내니

이번에는 그 친구가 배꼽을 잡는 겁니다.

"짜샤~~ 내게는 속수유책이 있어!!!"

여행이란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으로 다니는 어리석은 佳人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의미를 알게 되면 서로 언어가 달라도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게 여행입니다.

 

아름다운 악기 연주가 들리는 듯하지 않습니까?

 

자세가 조금 야합니다.

노바 광장은 이렇게 이벤트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건망증 심한 천사는 지금 자기 날개를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 고민하나 봅니다.

우리도 가끔 그런 건망증 때문에 내 천사를 곁에 두고도 자꾸 다른 곳으로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바로 손만 뻗으면 나의 천사 손을 잡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고딕 지구는 골목마다 역사가 있고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입니다.

굳이 바쁘게 다니지 않아도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잠시 서서 귀 기울이면

그때의 이야기가 들리는 곳입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역사의 현장 속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자만의 상상을 해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佳人이 정신 나간 사람 같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