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토스의 시장문, 이슈타르 문, 므샤타 궁전.
어제와 같이 페르가몬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또 구경합니다.
오늘은 어제와는 조금 다르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올려볼까 생각합니다.
제우스 대제단을 구경하다 보면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문으로 들어서면 아주 화려한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기원전 2세기 로마시대의 걸작품이라는 밀레투스의 시장문(The market Gate of
Miletus)이라는 문을 통째로 이곳에 옮겨놓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웅장하지 않습니까?
아니라고요?
이것을 그 오래전에 어떻게 여기로 옮겨왔을까가 더 놀랍다고요?
그렇습니다.
그 시절 이런 거대한 유적을 통째로 옮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처음 본 순간, 순간적으로 얼어붙어버렸습니다.
얼마 전 터기 여행에서 본 에페소스 유적 중 셀수스 도서관의 입구를 보는 착각에
빠지게 했는데 그래서 비교하시라고 제가 터키의 에페소스에 얼른 날아가
그곳 셀수스 도서관의 문을 옮겨왔으니 비교하시기 바랍니다.
佳人도 이렇게 통째로 옮겨옵니다.
당시 두 유적은 쌍벽을 이룬다 했나요?
그러나 셀수스 도서관은 원래자리에 있고 밀레투스의 문은 옮겨왔다는 점이 다릅니다.
문의 크기는 밀레투스의 문이 약간 작은 듯 보입니다.
밀레투스라는 지역은 기원전 1500년 경에 처음에는 미케네 인들에 의해
항구도시로 발전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500여년이 흐른 뒤 그리스 사람들이 정착하게 되며 점차 도시 문명이 꽃피웠나 봅니다.
이오니아 지방의 중심도시로 항구만 4개를 거느린 대단히 큰 대도시였던 모양입니다.
관광객은 제단으로 오르는 계단에 앉아 그때의 영화에 빠져 로마시대로 돌아간 듯합니다.
우리도 그렇게 여유를 부려보고 싶지만, 가이드의 불호령과
다른 일행의 눈총이 따가워 그리할 수 없지요.
배낭여행에 너무 오래 길들여졌나 봅니다.
자꾸 신경이 쓰여 마음만 조급해집니다.
바빌론의 이슈타르 문(Ishtar Gate)을 보세요.
정말 입이 딱 벌어지지 않습니까?
입이 아니고 문이 딱 벌어졌다고요?
기원전 575년전 느부갓네살 2세 왕에 의해 만들어진 문으로 구운 벽돌로 만든
바빌론의 이슈타르 문은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 지역은 함무라비 법전이 탄생하고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가 태동한 곳이라 했나요?
하늘에 닿겠다고 바벨탑을 쌓으며 유일신에 맞서 보려다
모두 사라진 바로 그곳 바빌론의 유적인가 봅니다.
그들이 섬긴 태양신 마두르크의 날렵한 형상이 벽면을 따라 새겨져 있습니다.
이 문을 통해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는 말인가요?
이 문은 당시 도시로 들어가는 문 8개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여기 전시된 문은 바빌론 시의 북서쪽으로 드나드는 문이었다고 합니다.
벽면은 마치 양탄자를 널어둔 모습이 아닙니까?
이슈타르라는 말은 바빌로니아의 신화에 나오는 여신으로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이며
전쟁의 여신이기도 하다고 하네요.
이슈타르의 상징 동물이 사자이기에 여기에도 사자 문양이 많습니다.
통로를 따라 원래 그려진 사자가 무려 1.200마리나 된다고 하니...
동물원도 아니고 말입니다.
물론 이곳에는 크기를 축소해 전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바빌론 유적의 모형도입니다.
문을 향해 들어가는 이런 길을 모형으로 전시해 놓았습니다.
지금은 모두 재가 되고 오직 여기에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니...
오! 이 화려함의 극치...
미치고 환장할만큼 화려합니다.
유적을 그대로 두었다면 오히려 잘못된 일이고 이렇게 통째로 뜯어와 이곳에 보관하니
그나마 이런 유적을 온전하게 볼 수 있다니 이 또한 아니러니가 아니겠습니까?
지금 이 유적이 있었던 곳에는 나머지 문은 모두 티끌이 되어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고 합니다.
다른 방에는 밀레토스의 시장문, 바빌론의 이슈타르 문, 요르단의 므샤타 궁전 유적
등도 있는데 므샤타 궁전 유적은 이슬람 왕조인 우마야드 칼리프 알 알리드에 의해
현재 요르단의 암만 남쪽 지방에 만든 미완의 초기 이슬람식 궁전의 일부를
그대로 뜯어와 여기에 전시했답니다.
위의 사진처럼 삼각형과 역삼각형의 형태로 만든 궁전으로 삼각형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사자, 새 또는 반인바마인 켄타우로스 등
상상의 괴물이나 동물을 새겨 넣었으며 오른쪽에는 그런 형상이 없습니다.
다만, 식물문양이 있을 뿐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오른쪽 뒤로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가 세워져 있어
이슬림의 종교적 특성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전시물은 그냥 가져온 게 아니라 오스만 제국의 술탄인 압둘 나미드 2세가 통 크게
독일의 빌헬름 2세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2세라 그랬나요?
정말 통 크게 쏘셨습니다.
궁전의 나머지 부분은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합니다.
오스만의 술탄은 무슨 생각에 이런 유적을 통째로 선물할까요?
자기 조상이 만든 유적이 아니라서?
독일의 아인리히 슐리만이라는 사람은 일찍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트로이 목마의
이야기를 읽고 고고학에 관심을 두고 터키 트로이의 유물을 발굴한 고고학자라 했나요?
그가 이곳의 유적도 관심을 두었더란 말인가요?
고고학자란 도굴범이고 유물 절도범이란 말입니까?
원래 직업은 무엇인가 헷갈립니다.
우리도 조상이 힘이 있었다면 외국에 가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세계적인 유물을 모두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실상은 아직도 빼앗긴 우리의 유산도 되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 인디?
오늘까지 박물관을 모두 보려고 했으나 아직 사진이 남아 끝내지 못했습니다.
몇 개 유물이 더 남았습니다.
내일 더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정말 대단한 박물관입니다.
이런 문화유산을 통째로 훔쳐왔다는 말이 아닙니까?
세상에 모든 것은 제자리를 지킬 때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게 아닐까요?
오늘은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보았지만, 또한 절도한 유적이라는 게...
터키에서 돌려달라고 하겠지만, 터키 또한 그리스를 침공해 훔쳐온 유물이 많지 않겠어요?
세상의 문명국이고 잘 사는 나라 대부분은 모두 다른 나라의 보물을 도둑질하지 않은 나라가 없지요?
지금 일본도 우리의 역사적인 유물을 훔쳐가 감추어두고 알리지도 않은 게 얼마나 많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