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통원문 공성전

佳人 2014. 4. 12. 08:00

 

어제 이어 오늘은 장비가 머리를 쓴 이야기부터 시작하렵니다.

장비는 병사들에게 지시해 성벽 부근의 산에 올라 나뭇가지 치기와 풀을 베라고 했답니다.

전투를 하다말고 이 무슨 해괴한 짓입니까?

 

멀리 성벽 위에서 엄안이 바라보니 전쟁을 준비하는 병사가 갑자기 풀을 베고 나뭇가지를 치는 그 모습이

괴이하게 생각돼 염탐꾼을 나무 베는 자 속에 끼어들게 해 장비 진영 안으로 들여보냈더니

나뭇가지 치기와 풀을 벤 이유가 이곳을 포기하고 낙성으로 가는 우회 길을 내고 있더랍니다.

당시는 이렇게 우리 군사가 상대 군사 속으로 슬쩍 묻어들어가도 알지 못했다 합니다.

 

이러면 안 되잖아요.

엄안이 지키는 이유가 장비의 발목을 잡아 놓고 먼저 들어간 유비의 군사를 그쪽에 있는 자기편이 무자비하게

공략해 섬멸하려는 목적인데 장비가 여기를 버리고 우회해 그냥 통과한다면 의미가 없어지잖아요.

그러면 그곳에서 독안에 든 쥐처럼 유비와 군사를 모두 도륙하려고 했는데...

 

위의 사진에 보이는 머리는 장비의 머리가 아닙니다.

공성전에 제일 앞장서서 용감하게 오르는 덜수라는 병사입니다.

아주 비장한 모습이 아닌가요?

 

그래서 낙성으로 가는 산길에 매복했다 지나가는 장비군의 식량과 무기만 탈취할 요량으로 병사를 성 밖으로

몰래 이동시켜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수레를 공격하려고 "서프라이즈!" 하려는 순간 장비가 병사를 이끌고

오히려 뒤에서 나타나 급습을 하며 "너도 서프라이즈!" 라고 했답니다.

 

엄안장군...

이거 쑥스럽게 생겼습니다.

오매오매~ 엄안이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했는데 오히려 산전에서 장비에 당하다니요.

장비가 노린 것은 바로 엄안을 성밖으로 불러내기 위함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당해버렸습니다.

 

이렇게 엄안의 병사가 장비가 친 덧에 걸려 오히려 잡히며 파성은 쉽게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산전수전 다 겪었던 엄안도 장비의 수에 걸려버렸습니다.

소 뒷걸음치다 쥐 밟은 꼴이라고요?

그런 말씀 마셔요.

그런 말은 장비를 두 번 죽이는 말입니다.

 

그러나 장비는 항복하는 사람은 모두 살려준다고 했지만, 엄안은 끝내 무릎조차 꿇지 않고 목을 치라고 했다네요.

원래 장수란 전쟁에 패하면 목숨을 구걸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선장이 난파당한 배를 제일 먼저 버리는 일도 안 되는 일이지요.

 

 여기서 장비가 아주 제대로 했지요.

엄안 앞에 오히려 장비가 무릎을 꿇고 엄안의 오라 줄을 풀며 자기라도 적에게 잡히면 항복보다는

목을 쳐달라 했을 거라며...

 

평소 장군을 흠모했노라며 엄안을 포박했던 오랏줄을 풀며 어른에 대한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도원결의의 역사적 탐구부터 시작해 우리가 이렇게 군사를 일으킨 것은 바로 유씨 집안인 한나라를

다시 찾기 위한 명분이라고 영혼의 울림이 있는 호소를 했답니다.

옴마야~

이게 정말 장비의 언행이란 말입니까?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술 먹고 부하장수 때리다가 잠결에 목이 달아나요?

장비도 가끔은 평소와는 다른 면이 있나 봐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재미를 주잖아요.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장비가 이렇게 머리가 명석한 사내였다니...

이에 감동한 엄안이 벌떡 일어나 장비를 부여안고 이제 새로운 주군을 위해 한나라를 되찾는 일에

몸을 바치기로 했답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지금 충칭인 강주에 있는 파성에서 장비가 엄안을 풀어주며 무례를 용서해달라 하며

함께 대의를 위해 일하기를 간청해 드디어 엄안과 함께 유비에게로 달려갈 수 있었답니다.

이 일이 바로 유비의 목숨을 구하는 대단한 일이었음을 금세 알게 됩니다.

이럴 때는 장비 궁댕이 한번 두드려주고 가야 합니다.

칭찬은 고래만 아니라 장비도 춤추게 할 테니까요.

 

장비가 앞뒤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일을 밀어붙이다 가끔 사고 치며 혼이 나지만, 공명이 이번 출정 길에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말고 민심을 거스리지도 말고 아주 예의 바르게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기에

장비는 이런 면에서는 무척 말을 잘 듣는 편입니다.

오만불손한 관우와는 조금 다른 면을 장비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관우는?

늘 잘난 체,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시거든 떫지나 말지...

이런 성격 탓에 이제 천하의 대의를 거스르는 일을 만들었지요.

 

자기가 뭐 백두혈통입니까?

근본도 없이 흘러들어와 도원결의 하며 맺은 유비의 의형제잖아요.

그런데 하는 행동은 마치 유씨집안 장손처럼 행동하잖아요.

 

드디어 사고를 치고 말았지요.

대형 사고 말입니다.

한 사람의 잘못된 성격이 도원결의했던 형제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갔으며

결국, 천하 통일과 한실 재건은 물 건너 가고 말았습니다.

못된 성격 탓에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모든 사람의 꿈을 날려보냅니다.

늘 공명이 걱정했던 바로 그 오만함 때문에 말입니다.

 

위의 사진을 보니 죽은 병사의 목이 사라졌습니다.

마치 관우가 당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관우는 목이 달아나 목 따로 몽뚱이 따로 다른 곳에 묻혔지요.

그렇습니다.

동생인 장비도 목이 달아나 따로따로 무덤을 만들었지요.

 

유장도 유씨요, 유비도 같은 종친이 아니겠어요?

장비...

역시 이럴 때는 같은 장비라도 딴 사람 같습니다.

우리 장비가 이렇게 변했어요.

이제 혼자서도 잘해요.

 

이렇게 장비는 엄안의 가슴에 호소한 결과 엄안은 유비와 함께 더 큰 일을 도모하기로 마음을 정한 곳이

바로 여기 충칭입니다.

이때 유비는 몐양의 부성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고 낮은 포복자세로 숨만 쉬고 있었지요.

유비는 스스로 무슨 일을 도모하기에는 그릇이 부족한가 봅니다.

물가에 어린아이 세워 놓듯 언제나 불안하고 사고를 쳤잖아요.

 

그러던 어느 날 부성을 에워싼 촉군이 지쳐갈 무렵 황충은 유비에게 이제 공격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고

밤에 야습을 감행해 부성을 에워싼 유장의 군사를 섬멸하고 도망간 병사는 낙성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낙성 공격은 역시 유비의 능력 밖입니다.

이렇게 주변에 변변한 사람 없으면 유비는 아주 평범한 덜수보다도 더 아래 급으로 다운 그레이드 됩니다.

황충이 대단히 용맹한 장수가 분명합니다만.....

지략은 조금 모자란 모양입니다.

 

낙성을 공격하다 오히려 역습을 당해 대부분의 군사를 잃고 겨우 목숨만 건진 유비는 도망하며 생각합니다.

"이제 내 목숨이 풍전등화와 같구나. 어디서 바람 한번 세게 불면 그냥 꺼질 것 같은..."

그렇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여러분이 옆에서 "바람!"이라고만 외쳐도 꺼질것 같은...

 

이러면 유비의 특기가 나타나지요.

이제는 유비의 최대 장점인 신세 한탄에 울며 도망하는 특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그게 자신의 한계임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인물이 유비인 듯합니다.

 

"주군! 후일을 도모하시려면 우선 튀어야 합니다~"

누가 옆에서 이 말을 하며 유비를 바라보니 유비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비는 먼저 튀기 시작해 벌써 저멀리 도망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디로?

산길로...

왜?

본능이고 느낌 아니까...

누구와?

언제나 튈 때는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튀었기에 모릅니다.

자식도 마누라도 버리고 혼자만 살겠다고 늘 튀었으니까요.

오늘은 마누라도 자식도 없기에 더 빨리 튀잖아요.

 

날은 어두워 산길로 튀다 보면 캄캄해 숨기가 좋다는 것을 유비는 동물적인 감감으로 알기 때문이죠.

장임에 쫓겨 산길로 도망하며 혼잣말로 이야기합니다.

"오! 하늘이시여~ 이제 유비를 버리시나이까?"

 

하늘은 정말 맹세코 버리거나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왜 인간은 이럴 때만 되면 하늘에 원망합니까?

잘 되면 늘 자기 능력이고...

 

이때 하늘의 소리가 들립니다.

원래 이럴 때는 하늘의 소리가 들립니다.

"미스터 유! 하늘이 버린 게 아닐세~ 모든 것은 인간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네.

왜 인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하늘을 들먹거리는가?"

그래요.

인간은 늘 자기가 저지른 일에 잘못되면 조상 탓에 하늘 탓만 합니다.

 

그럼 잘 되면?

물론 자기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 하지요.

공연히 무덤 속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조상 성질 건드리지 맙시다.

죽은 조상은 아무 짓도 할 수 없걸랑요.

 

그때 어두운 언덕 위로부터 한 무리의 군사가 질풍노도처럼 달려옵니다.

순간, 유비는 대경실색하며 거의 혼이 육체를 이탈해 껍데기만 남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 여기도 또 복병이구나... 하늘이시여~ 이제 유비의 운명은 이것으로 끝나는 겁니까?" 라며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눈을 감으려는 순간...

 

"아니? 따거 아니십니까?"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장비가 군사를 이끌고 오는 게 아닙니까?

"그래 내가 바로 니 따거다~"

 

지금까지 유비를 쫓던 장임의 병사는 장비의 장팔사모 창 앞에 모두 굴비 꿰듯 하나씩 사라지고 장비는

그 여세를 몰아 낙성 앞에서 고전하는 황충의 군사를 도와 바로 낙성 안으로 진격해 들어가 순식간에

낙성을 접수하고 맙니다.

이렇게 꺼져가던 불씨를 장비가 장작불로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합니다.

장비가 적시에 출현한 것은 바로 유비에게 귀순하려고 한 엄안이 앞장서서 길 안내를 했기에

빨리 올 수 있었답니다.

장비의 이번 전략은 유비의 목숨마저 살리고 불리했던 전세를 일거에 뒤집는 대단한 일을 한 겁니다.

 

이렇게 장비는 유비의 목숨도 살리고 엄안이라는 장수도 얻고...

평소 장비답지 않은 행동을 함으로 기쁨 주고 칭찬 받는 일을 한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장비가 잘했다고 엉덩이 한번 두드려 주고 가야 합니다.

 

자꾸 엉덩이 두드리다 보면 성추행이라고 잘릴지 모릅니다.

그러면 허리나 한 번 툭~ 치면 어떨까요?

이때도 꼭 말을 해야 합니다.

"열심히 해~"라는 격려의 말 말입니다.

 

그런 이야기가 남아있는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요?

내일은 이곳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를 돌아볼 예정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장강과 가릉강이 만나는 합류점이 바로 조천문 광장이라고 부르는 곳 앞입니다.

지금도 중국 서부로 들어가는 대부분의 물류가 뱃길을 따라 이리로 올라와 여기부터 육상을 이용

해 서부로 들어간다 합니다.

바닷가 어느 항구보다도 많은 물류가 바로 이곳 충칭의 강가에 있는 항구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도시의 입지조건으로는 모자라는 곳이지만, 물류의 거점으로는 대단히 훌륭한 곳이라는 말이 되겠네요.

예전에 장강을 따라 서천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충칭을 거쳐야 하기에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곳이죠.

그때는 충칭을 강주라 불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