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장강에서 엉뚱한 생각(적벽대전)

佳人 2014. 5. 16. 08:00

 

오늘은 아주 심심합니다.

왜?

이렇게 장강 천 리를 유유자적 흘러내려 가며 배 안에서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날씨마저 운무 때문에 뿌연 날씨에 같은 풍경만 계속 2박 3일간 봐야 한다는 일은

도를 닦는 일이잖아요.

더군다나 이동도 하지 못하는 배 안인걸요.

 

그러나 佳人에는 이런 시간에 소일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네..

바로 혼자만의 생각인 삼국지와의 엉뚱한 한 판 뒤집기 말입니다.

 

밖에 나가 잠시 바라보면 그 풍경이 또 같은 풍경이고 들어와 방안에 있으면 답답하고...

佳人 같은 소인은 이렇게 무료하면 엉뚱한 상상을 합니다.

佳人이 여러분과 다른 소인배이기에...

 

그 엉뚱한 생각이란 살아가는데 아무 쓸모도 없는 그런 생각이지요.

그래서 2박 3일간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을까 생각합니다.

모처럼 여행 중 이렇게 한가한 시간을 갖습니다.

삼국지에 관한 이야기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넓고 긴 장강을 따라 가다 보니 문득 삼국지 중에 물 위에서 싸웠던

이야기인 적벽대전이 생각납니다.

적벽대전이라 함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전쟁 중 최대의 전투라 생각합니다.

관도대전, 이릉전투 그리고 오장원전투도 큰 전투였지만...

그때 조조가 적벽대전에 동원한 군사가 100만 명이라고 했던가요?

 

과연 그렇게 많은 군사를 동원하며 전쟁을 했을까에 대해 무척 궁금합니다.

여기에 의심을 품는 이유는 워낙 중국의 이야기는 늘 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뻥이 없는 이야기는 재미가 많이 떨어지죠.

 

이릉전투때는 바로 이 장강을 유비가 촉군을 이끌고 내려간 바로 그길입니다.

유비도 그 뻥이 조조에 지기 싫다고 80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이 강을 내려갔지요?

당시 촉한의 인구가 모두 100만 명이 되지 않았다는데 말입니다.

 

삼국이 치열하게 싸웠던 그 시대는 워낙 잦은 전란으로 많은 군사를 동원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100만 명을 동원해 전쟁한다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한번 따져보고 싶습니다.

전쟁은 글자 그대로 군사들끼리의 전투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적벽을 들리지 못했습니다.

여행 일정이 끝나갈 즈음이 되니 그냥 대강 지나쳐버리게 되네요.

사실, 삼국지 기행을 한다 하면 적벽은 빼면 안 되는 중요한 곳이지요.

이번에 못 들렸으니 다음 기회에 한번 가봐야겠어요.

 

그러나 우리 부부는 그곳에 들리지 못했습니다.

어디 그곳뿐인가요?

공명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살았던 융중(隆中)도 들리지 못했고 장판파도 그냥 지나쳤네요.

이번에 들리지 못한 곳은 나중에 시간이 나면 마저 구경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갑자기 준비했던 여행이고 함께 여행했던 두 사람은

삼국지에 흥미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혼자만 좋다고 모두 가자고 하면 눈총 받잖아요.

 

오늘은 적벽대전이 일어났던 그 시절로 돌아가 봅니다.

노숙은 유비를 만나고 돌아와 보니 조조로부터 동오의 손권 앞으로 최후의 통첩과도 같은 편지가

도착해 있었는데 내용은 '강하의 유비를 치려고 하는데 나에게 항복해 유비를 함께 칠 것인가

아니면, 우리 백만 대군과 일전을 벌여 오나라를 멸망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

결정해 알려달라는 말입니다.

 

이런 게 공갈협박이지요.

물론, 조조의 말대로 항복하고 유비를 치고 나면 그다음은 동오를 해체작업 하겠다는 게 아니겠어요?

원래 수순이란 그렇게 진행되잖아요.

먼저냐 나중이냐의 차이지 결론은 같은 겁니다.

 

조조의 군사가 백만 명이라고 편지에 적혀있네요.

당시 동오는 최대 동원 가능한 군사가 10만으로 조조의 부가세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다 합니다.

그러니 이 편지를 받고 아침부터 손권의 주재로 회의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는

회의감만 빠져들어 가고 있습니다.

왜?

화친과 항복 두 안이 팽팽하게 맞서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선 항복하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안이 우세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일부 장수 중에는 조조의 대군은 육군으로 수전에 약하기에 전쟁은 숫자가 아니라고

결전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노숙은 회의를 중단시키고 함께 동오로 온 공명을 손권에게 소개합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이번 전투에 큰 위력을 나타내게 합니다.

그러니 공명을 데려온 노숙은 공명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공명의 입을 빌려 적벽대전을 시도한 최대의 공로자인 셈입니다.

 

우리는 흔히 적벽대전을 수전의 대가인 주유와 기문둔갑으로 동남풍을 부른 공명이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노숙은 그냥 노숙자 대표로만 생각하고 크게 부각하지 않지만,

사실 노숙이야말로 적벽대전의 지존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시종일관 조조와의 전쟁을 주장한 사람은 노숙뿐이었잖아요.

 

노숙은 공명과 주유 그리고 손권으로 오가며 모두가 하나로 뭉쳐지도록 막후절충을 한 사람으로

그 막후 절충이란 공명에는 긴박하게 살아남는 방법인 조조와의 전투에 동오를 끌어들여야 했고

그와 뜻을 같이하는 노숙이 최종결정을 하지 못해 머뭇거리는 손권과 주유의 결심을 이끌어 내는데

막대한 공헌을 했기 때문이죠.

 

이윽고 공명과 오나라의 대신들 간에 불꽃 튀는 설전이 벌어집니다.

화친파는 공명이 오나라의 군대를 빌려 전쟁을 하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들과 설전을 벌여 공명의 화려한 세 치 혀는 그 위력을 발휘하지요.

심외무도(心外無刀)... 공명에게는 칼이 없고 오직 마음뿐이라는 말.

전투란 칼을 쥐고서만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공명의 세 치 혀에 오나라 대신들은 추풍낙엽...

어디 수준이 비교나 되겠었요?

그야말로 공명의 독무대가 되고 맙니다.

 

결국, 공명의 지혜를 묻는 손권에 오히려 항복을 권하고 목숨이나 부지하는 게 좋겠다고

자존심을 긁어놓고 왜 너의 주군인 유비는 항복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조조 따위의

천한 인간에 항복을 권하느니 차라니 먼저 자신의 목을 쳐 자결하겠다고 속을 뒤집습니다.

 

그러니 유비는 대의를 아는 사람이라 목숨을 걸고 손권은 소인배니 목숨이나 구걸하라는 말이나

같으니 젊고 유능한 손권의 처지에서는 염장 지르는 말이아닌가요?

이렇게 세상을 설득하는데 자기가 원하는 방법만 이야기하지 말고 반대의 의견으로 몰고 가

그게 무엇이 문제인지 자세한 설명으로 심기를 건드리는 게 세상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선을 제압하고 화가 나 돌아선 손권에게 승리하는 방법을 묻지 않고 다른 말만 물었기에

승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노라고 궁금증만 유발시킵니다.

이게 손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일이잖아요.

천하의 공명이 오나라 주군인 손권을 데리고 놀고 있습니다.

 

다시 손권이 찾아오자 조조와의 결전을 마음먹도록 했는데 많은 신하가 전쟁을 반대해

다시 혼란에 빠집니다.

결국, 손권은 주유의 의견을 구하기에 이릅니다.

 

주유는 손권의 형인 손책과 같은 나이로 교씨 자매를 부인으로 둔 손권과는 사돈지간입니다.

게다가 형이 죽으며 나라 밖에 큰일이 생기면 주유와 상의하라 유언했지요.

 

물론, 주유 또한 처음부터 화친과 항전의 기로에 서서 갈팡질팡하며 화친으로 기울자

공명은 여기서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듭니다.

오히려 싸우지도 않고 항복하지도 않고 쉽게 적을 물리칠 방법이 있다고요.

주유는 눈이 번쩍 뜨입니다.

세상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있다니!!!

 

왜?

누구나 바라는 싸우지도 않고 항복하지도 않는 방법 이상의 좋은 안이 있다고 하니까요.

그 좋은 안이란 내일 들어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실, 적벽대전의 최대 공신은 주유도 공명도 아닌 노숙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노숙이 없었다면 동오는 조조와 화친했을 것이고 전투는 없었을 겁니다.

조조와의 전투가 절실했던 유비의 제갈량을 손권이나 주유에 소개한 사람이 노숙이었고

손권에게 화친하면 신하는 호사로움을 그대로 누리지만, 손권은 목숨을 부지하더라도

늘 조조의 감시속에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로부터 주유에게도 공명을 소개하며 손책과

주유의 부인인 이교에 대한 해괴한 이야기로 재미있는 적벽대전을 만들었지요.

 

그러나 적벽대전은 정사에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고 전염병으로 전투 도중

조조가 스스로 회군한 것이지요.

사실 그런 화려한 전투도 없이 서로 째려보고 땀만 흘리다가 수인성 질환이

영내에 창궐하는 바람에 조조가 스스로 퇴군한 것이라지요?

이런 간단한 사실이 소설 속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에 조조 죽이기로 미화했지요.

이간계에 반간계 그리고 관우가 겨우 목숨만 건지며 도망하는 조조를 살려보내는 일까지

조조를 쪼다로 만드는 일을 서슴치 않았잖아요.

이는 조조를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