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 2014. 5. 28. 08:00

 

 

공명의 차전 10만 개가 있었던 후 그다음에 고육계가 나옵니다.

주유는 자기편 장수로 하여금 조조 편에 거짓 투항하는 척하여 화공을 쓸 때 불을 지르는

결정적 일을 성공적으로 일궈냅니다.

이에 의심이 많은 조조를 속일 연극이 필요했는데 오나라의 충신 황개와 상의한 끝에

고육지책을 쓰기로 합니다.

 

고육계는 따로 나중에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아주 재미있는 계략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전투가 적벽전이었기에

삼국지에서 적벽전은 많은 사람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겁니다.

 

그리고 연환계라는 게 또 등장하지요.

연환계란 중국의 불법조업을 하는 배가 우리 서해 바다로 들어와 들켰을 때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모든 배를 서로 묶는다는 말이지요.

이미 중국의 어선은 연환계를 통해 많은 연습을 했기에 불법 조업시

전세계적으로 단속하는 나라에 연환계로 대항하나 봅니다.

 

물론, 두 개 이상의 계책을 연거푸 이어 계획했을 때도 연환계라 한다지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속담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연환계입니다.

그런데 적벽대전에서의 연환계는 한꺼번에 모두 죽는 최악의 계책이지요.

 

배에 불을 지를 때, 모든 배를 한꺼번에 태우려면 배가 붙어 있어야

공격하는 처지에서는 유리하지요,

이 작품은 제갈량의 능력에 비유되는 봉추 방통의 작품이죠.

바로 수경 선생이 와룡, 봉추 한 사람만 있어도 천하 통일한다는 그 어린 봉황 말입니다.

 

그런데 왜 유비는 두 사람을 모두 얻고도 천하 통일에 실패했을까요?

수경 선생이 거짓말을 했을까요?

아니면 두 사람을 수하에 부리고도 실패한 유비의 문제일까요.

 

드디어 비운의 천재 봉추가 연환계로 말미암아 처음 삼국지에 데뷔합니다.

그러나 연환계란 사실 수전의 유능한 장수였던 채모를 반간계로 잘라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주유의 글방 친구로 조조 아래서 녹을 먹는 장간이 주유 진영을 탐색차 왔다가 먼젓번

채모의 편지를 훔친 일로 산속에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가 탈출하며 산속에서 방통을 만나며

함께 조조 진영으로 돌아오며 시작됩니다.

그러나 방통은 이미 조조의 형주 침입으로 반기를 드는 그런 입장으로

 주유와 한통속이 되어 일하려고 등장합니다.

 

여기서 방통은 배 위의 생활에 약한 조조군의 병사들을 위해

배를 묶어 놔야 한다고 조조를 속입니다.

사실 조조군은 북쪽에 사는 사람들이라 육군은 강해도 수군은 거의 없는 곳이잖아요.

그런 병사가 물 위에서 생활하려니 말이 아닙니다.

 

게다가 수인성 질환도 생겨 삼국지 정사에서도 역병으로 퇴군했다고 하니

그건 사실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이에 대한 처방으로 방통이 배를 묶는 연환계를 알려주니 조조가 그대로

배를 묶는 우를 법합니다.

사실 묶어보니 흔들림이 덜해 수군이 아닌 조조의 병사가 멀미도 덜하고 좋아하기는 했지요.

이제 조조의 군선은 모두 5-60척 단위로 쇠사슬로 묶였습니다.

수군을 조금이라도 아는 장수라면 이런 바보같은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묶고 나니 배의 흔들림이 훨씬 적어 병사의 고생도 덜합니다.

조조는 이에 속아 배를 다 같이 묶어놓게 하고 일시적으로 병사들이 기운을 차리게 되는 걸

보자 곧 적벽에서 대패할 결정적 실수를 한 줄도 모르고 기뻐합니다.

정말 조조를 바보로 만드는 작가의 태도에 조조 후손들이 화가 치밀겁니다.

 

수전에 능했던 채모와 장윤이 이미 제거되고 없어진 덕에 연환계는 더 쉽게 이뤄집니다.

그래도 조조 진영의 일부 장수는 화공에 대해 걱정을 하지만, 조조는 11월에는

북서풍이 불지 동남풍이 불지 않는다 안심시킵니다.

맞는 말이지요.

그러나 기문둔갑술을 모두 섭렵한 공명이 있잖아요.

 

화공을 실행할 모든 작전은 준비되었지만, 주유는 혼자 배를 타고 조조의 수채를 정탐하고

돌아온 후 한가지가 부족해 주유는 앓아눕게 됩니다.

바로 바람의 방향 때문인데,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북쪽에 배치된 조조군의 배를

몽땅 태우려면 동남풍이 불어야 되는데 그때는 계절상 북서풍이 불어서 화공을 실행해도

앞쪽 배만 타고 말아버릴 반쪽자리 전략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죠.

오히려 불장난하다가 역풍으로 주유가 불고기가 될 판이 아닌가요?

 

주유는 늘 자신을 공명과 비교하며 하늘에 원망했다고 했나요?

하늘이 왜? 어쨌다고!

그러나 주유와 공명의 차이는 큰 게 아니라 바로 딱 한 가지 차이 뿐입니다.

화공은 일치했고 바로 바람을 예상할 수 있는 눈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뿐입니다.

이 작은 차이가 바로 두 사람 사이에 엄청난 일을 만들게 되죠.

 

이 고민을 꿰뚫어본 제갈량은 기문둔갑술을 써서 바람의 방향을 바꿔보겠다고

주유에 이야기한 뒤 동오의 병사를 시켜 칠성단이란 제단을 쌓게 하고

사흘 동안 하늘에 빌기 시작합니다.

정말 공명은 이벤트의 달인입니다.

이틀째까지는 아무런 변화가 찾아오지 않다가 사흘째 되는 날 동남풍이 불게 되고,

주유는 제갈량의 귀신같 재주에 감탄하며 무섭기조차 하지만,

곧 군사들에게 각자 전투령을 내립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일은 공명 스스로 이게 그냥 자연의 이치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칠성단을 쌓고 주변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고 사흘 동안 비는 이런 행동은

바로 신비 마케팅을 도입한 이벤트의 귀재라는 말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순전히 생 쇼...

그냥 "사흘 내에 동남풍이 불 겁니다, 그때 불장난 합시다." 라고 했다면

주유가 공명 알기를 우습게 알게 아닌가요?

이런 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주유와 조조가 대치하고 있던 어느 날 주유는 장군기가 부러지며 주유도 함께 쓰러집니다.

이게 마음의 병이지요.

조조의 수채를 생각하면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의 병이 생긴 겁니다.

패닉 디스오더와도 같은 증상이지 싶습니다.

 

사내 나이가 중년으로 치달으면 이루어 놓은 것은 없고 자꾸 나이만 드는 것 같아

누구나 한번 겪는 마음의 병 말입니다.

요즈음 자주 회자하는 공황장애 같은 것 말입니다.

이때 주유도 이 병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주유의 병은 유추해보면 요즈음도 흔히 생기는 패닉 디스오더(Panic disorder)라는

공황장애일 겁니다.

신체적으로 멀쩡한데 공연히 극도의 불안감으로 곧 숨이 멎을 것 같은 불안장애 말입니다.

숨도 가빠지고 두렵고 숨이 곧 멎을 것도 같고..

이거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여기에 공명의 처방이 내려집니다.

다른 사람은 보면 안 되는 공명의 처방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조조를 격파하려면 화계(火計)를 쓰십시오. 만사가 다 갖추어졌으나 다만,

동남풍이 불지 않을 뿐..."

계책을 알려주면서 또 염장지르는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조조군의 수채는 북서쪽에 있고 주유군은 동남쪽에 있으니 화계를 쓰면 이길 수 있으나

동남풍이 불지 않으면 오히려 화계를 쓰다가 주유 진영이 불바다가 되잖아요.

 

여기에 공명은 주유에 한마디 더 합니다.

예전에 공부할 때 기인으로부터 팔문둔갑의 천서를 전수받아 비를 부르고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입니다.

환장할 말이지요.

요즈음 이런 말을 하고 다니면 미친놈이라고 합니다.

주유가 들어보니 공명이 자기보다 꼭 한 가지 더 잘하는게 있습니다.

 

그러면서 주유가 원하면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일을 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주유야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요.

이렇게 하여 삼국지가 갑자기 귀신을 부르는 괴기 모드로 들어가 제단을 쌓고 이상한

주문을 외우며 공명이 하늘의 부름을 받는 것으로 변질합니다.

 

그러나 독자는 이 대목에 이르러 갑자기 손에 땀이 나고 가슴마저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소설이란 이렇게 가끔 신비주의를 도입해 독자의 몰입도를 높여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에 이런 소설이 등장해도 재미있었을 텐데 옛날에는 정말 기문둔갑이라는

더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아!! 동남풍...

"11월 20일은 갑자일입니다.

이날부터 시작해 제를 올리면 사흘 밤 안에 동남풍이 불 것입니다.

제단은 남병산에 쌓아주십시오."

 

이게 동남풍을 부르는 처방입니다.

그러나 그 제단 안에는 공명 외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고 정숙해야 합니다.

이렇게 공명의 원맨쇼에 동오가 울고 웃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11월에도 사나흘 정도는 늘 동남풍이 불었지만, 그것을 눈여겨 본 사람이

없었고 공명은 그 이치를 알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지금 그 바람은 무역풍으로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바람일 뿐입니다.

자연현상을 눈여겨보았느냐 보지 않았느냐가 이렇게 기문둔갑 같은 일을 할 수 있나 봅니다.

작은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지요.

 

이제 동남풍만 불면 반간계에 고육계, 그리고 연환계가 신비 마케팅과 모두 함께 이루어져

황개가 건초더미에 유황 염초를 싣고 조조의 수채로 들어가 귀순하는 척하며

불을 지르는 일만 남았습니다.

동남풍만 불면 말입니다.

 

공명의 주문으로 이윽고 드디어 동남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동남풍을 보는 순간 주유는 공명이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공명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고 귀신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귀신으로 보이면 주유는 단언컨데 영원히 공명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서성과 정봉에게 공명을 찾아 주살하라 명령하나 이미 공명은 사라진 뒤였지요.

왜 주유는 공명에게 늘 한발자국 뒤처지기만 할까요? 왜!!!!

일인자와 이인자의 차이는 바로 한발자국 차이입니다.

 

적벽대전은 그냥 두 세력이 서로 머리 들이밀고 싸운 이야기만 아닙니다.

여기에 많은 모략과 그 모략을 반대로 역이용하는 또 다른 계략..

이런 게 함께 했기에 누구나 기억하는 전쟁이었을 겁니다.

내일 적벽대전 한가운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장강을 끼고 살아온 동오는 화공의 달인입니다.

물가에 사는 사람에게 화공이란 아니러니한 일이지요.

우리 생각에 산이나 들에 살았던 사람이 오히려 화계에 능하다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물과 불은 상극입니다.

그러나 상극은 서로 통한다는 것...

 

삼국지 중 가장 치열했던 조조의 100만 대군을 불 질러 버린 적벽대전...

그리고 유비의 70만 대군을 불고기로 만든 이릉대전...

이 모두 장강을 끼고 물가에 살았던 동오가 두 나라를 상대로 승리한 전투로

모두 화공을 통해 이룬 전과입니다.

불질에는 동오만한 나라도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