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화살 10만개, 초선차전(草船借箭) 이야기

佳人 2014. 5. 26. 08:00

 

적벽대전에서는 그냥 두 세력이 붙어 싸움만 한 게 아니라 이런 계략과 계략을

역이용하는 이간계와 반간계가 어우러져 재미를 더합니다.

이렇게 하여 주유는 조조군에서는 그래도 수전에 능한 장수 두 사람을

손도 대지 않고 보내버립니다.

 

조조의 수군을 이끄는 장수는 채모와 장윤을 조조 스스로 참수하게 하고 우금과

모개라는 수전에는 맹탕인 덜수같은 친구를 장수로 삼게 하였습니다.

이 일은 이어지는 계략인 연환계를 성공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모두 꿰뚫어보는 공명이 주유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요.

어떤 일을 도모하고 처리하는 과장에 내가 하는 모든 일의 순서까지

누가 알고 있다면 환장할 일이잖아요.

 

마치 어떤 계략을 사용해도 주유는 공명의 손바닥 위에서 벌거벗고 노는 기분이

들었을 겁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노숙이나 佳人이나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죽이고 싶었으나 죽인다면 세상에 웃음거리만 될 뿐..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사심없는 것으로 꾸민 일로 하여금 죽여도 좋은 방법인

군령을 만들고 군령을 어기게 하여 죽이는 방법을 택합니다.

이를 위해 주유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화살 10만 개라는 사건이지요.

 

이 또한 주유의 대단한 발상이지만, 공명에는 수가 한참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생각해 짜낸 일이 이미 상대는 그 몇 수 앞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환장할 일이 아니겠어요?

 

 

어느 날 주유는 진중에 모든 장수를 모아 놓고 군사회의를 개최합니다.

여기서 공명에 수전에 가장 필요한 게 화살이라는 답을 끌어내고

화살 만드는 일을 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진중의 모든 대장장이와 화살대를 만드는 사람을 얼마든지 동원해도 좋다고 하며

최대한 지원하는 척하지만, 사실, 절대로 만들 수 없는 숫자인 10만 개를 제시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해주는 척하며 열흘이라는 말미를 줍니다.

엄청나게 생각하는 척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공명은 많은 장인을 동원해 만든다 하더라도 중간에 다른 농간이 들어와

화살 만드는 일을 주유가 노골적으로 방해한다는 사실까지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화살 만드는 인원이 많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게 모두 주유의 부하들인데...

원부자재도 있어야 하고 날씨도 좋아야 접착도 잘 되고 말입니다.

 

 

공명이 속으로 '염병하다가 땀도 흘리지 못하고 뒤질 놈...'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사흘 안에 만들겠다고 어깃장을 놓습니다.

이거 막가자는 겁니까?

아니면 공명이 실성이라도 한 겁니까.

열흘 후에 죽으나 사흘 후에 죽으나 사실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며 걱정이 되어 찾아온 노숙에서 공명은 배 20척과 군사 500명을 부탁합니다.

이제 명이 얼마남지 않은 사람의 부탁인데...

처음 그 소리를 듣고 노숙이나 佳人은 이제 그 배를 타고 공명이

형주로 도망하려고 하는지 알았습니다.

배는 푸른 천으로 가리고 군사 사이에 군사 복장을 한 허수아비도 실어달라고 부탁합니다.

노숙은 공명이 이승을 하직하기 전에 마지막 부탁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들어주지요.

 

 

주유가 말한 화살 10만 개는 말이 부탁이지 만들 수 없는 숫자일 뿐 아니라

이 일을 기회로 공명에 곤란함을 만들어 주리라도 틀어 죽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공명은 오히려 화살 10만 개를 만들라는 날짜까지 단축해

우리도 깜짝 놀랄 기발한 생각을 한 천재입니다.

며칠 만에?

주유는 열흘이라고 했지만, 공명은 사흘 안에 준비하겠다 합니다.

 

 

이제 주유의 암수에 공명이 걸려들었습니다.

주유는 이제 걸려들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공명에 군령장을 쓰라고 합니다.

전시에 농담은 있을 수 없다고 정색을 하며 말입니다.

당시의 군령장이란 공증제도처럼 어기면 벌을 받는 겁니다.

 

 

그러니 공명의 목숨을 담보로 하자는 말인데...

공명은 아주 흔쾌히 "커이!"라고 대답하고 군령장을 써 줍니다.

이렇게 공명은 사흘 내에 화살 10만 개를 준비하지 못하면 동오의 군법에 따르겠다고

군령장을 쓰고 사인까지 합니다.

 

 

약속한 마지막 날...

공명은 노숙과 함께 배에 오르고 조조 진영으로 들어가 꽹과리를 칩니다.

신기하게도 그날은 안개가 유난히 심했습니다.

이런 안개가 심한 날을 공명이 노린 것이지요.

사실, 우리가 장강 투어 때도 늘 안개가 심하긴 하더군요.

 

 

동오군이 쳐들어왔다는 전령의 보고를 받은 조조가 영을 내리기를
“짙은 안개가 강을 온통 덮었는데 적들이 온 걸 보면 분명 복병이 있을 것이다.

함부로 가볍게 움직이지 마라.

수군을 총동원하여 적의 배를 향하여 활을 쏘게 하라!”

 

그렇습니다.

공명은 바로 이것을 노린 겁니다.

안개가 심하게 낀 날은 맞서기보다 화살을 무지하게 날려 접근을 막는다는 사실을...

공명의 전략이 대단한 것은 바로 상대의 처지가 되어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역지사지하여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결정할까?

우리가 살아가며 남을 이해하면 이렇게 세상 살기가 편하고 쉬워진다는 사실...

 

 

게다가 조조는 사람을 시켜 육지에 있는 장료와 서황에게 활 잘 쏘는 군사 3천을

빨리 강가로 투입하여 활을 쏘게 하였답니다.

그 뒤를 이어 육지에 있던 1만 명의 조조 군사도 몰려나와 강을 향하여

서로 앞을 다투어 활을 쏘아 대었습니다.

옆에서 佳人이 지켜보았는데 그때 날아가는 화살이 마치 하늘을 덮고 내리는 빗줄기보다도

더 많았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공명은 배의 이물인 머리는 동쪽으로 고물인 꽁무니는 서쪽으로 돌리고

조조의 수채에 더욱 다가가서 고함지르고 북을 치고 꽹과리를 힘차게 두드리게 하였습니다.

밤새 그러며 들락날락하기를 수십 차례...

 

 

이윽고 날이 살포시 밝아오며 안개가 걷히기 시작합니다.

공명은 뱃머리를 돌려 철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아! 지난밤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더란 말입니까?

20척의 배 휘장과 짚단에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화살이 빽빽하게 꽂혔습니다.

 

 

공명의 명에 따라 배에 탄 장졸들이 외치기를 “조승상, 화살을 주어 고맙소!”

이 얼마나 예의 바른 매너 남입니까?

이 사실이 조조에게 전해지자 조조는 곧 배를 풀어 뒤를 쫓았으나 공명의 배는

이미 20여 리나 멀리 달아난 뒤였다고 합니다.

조조는 마음이 쓰라리고 아팠답니다.

어쩌겠어요? 그러나 별다른 수단이 없잖아요.

다만 후회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이윽고 공명은 배가 주유 진영에 이르러 강기슭에 닿자 노숙에 말하기를
“배 한 척당 칠팔천의 화살을 얻었으니 20척이라 족히 10만 개가 될 것입니다.

강동의 화살을 허비하지 아니하고 조조로부터 얻은 이 화살로 조조의 군사를 쏜다면

얼마나 경제적입니까? 아니 그러하오.”

이미 공명은 배 한 척당 몇 개의 화살이 꼽히는지까지 계산이 끝났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람을 상대로 어떤 꾀로 속일 수 있단 말입니까?

 

 

노숙은 자기 일처럼 천진난만하게 공명의 성공을 기뻐했답니다.

사실, 노숙은 공명의 팬이 될 정도로 무척 그를 아꼈기에 공명이 허언을 해

죽으면 어쩌나 마음 졸였다고 며칠 전 佳人에 실토했더랬지요.

 

 

배 한 척당 칠팔천 개의 화살이니 곱하기 20척을 하면 10만 개가 넘는 화살입니다.
만약, 천 명의 숙련공이 하루에 10개의 화살을 만들어 10일이라는 날이 쌓이면

10만 개의 화살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 이유는 화살을 만들 수 있는 모든 재료와 도구가 다 갖춰진 상태에서

가능한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10만 개의 화살은 만들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교가 단단하게 응고되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을 주유는 공명에 부탁했고 군령장을 쓰게 해

이번 기회에 죽이려 했던 겁니다.

 

 

그렇다고 적으로부터 싸워 얻거나 적의 군수기지를 급습해 빼앗는다 하더라고

이것도 3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말 공명은 신기에 가까운 원맨쇼를 함으로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멋지게

타개했으나 점점 주유에는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 옵니다.

 

 

그런데 삼국지에는 두 번이나 적으로부터 화살을 얻은 草船借箭의 기록이 있습니다.

처음은 손권의 아버지 손견이 형주에서 얻은 일이라 합니다.

그도 공명이 쓴 방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화살을 얻었다고 하네요.

 

 

사실 이번에 공명이 조조로부터 화살을 얻은 방법이 아주 창조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이런 공명의 화살을 얻은 성공을 보고 노숙은 자기 일처럼 흐뭇해하며 말하기를
“과연 선생께서는 귀신과 같은 분입니다. 어떻게 오늘 밤에 안개가

강 위를 다 덮을 줄 미리 알았습니까?”

 

 

“장수된 자가 천문에 통하지 못하고 지리와 음양에 어둡고 기문을 모르면

어찌 장수라 할 수 있겠소?

나는 3일 전부터 이미 안개가 낄 것을 알고 기한을 3일로 잡았소.

주유는 나에게 10일의 기한을 주면서 화살을 만드는 장인들과 물자로

농간을 부려 일을 망치게 하고 나를 문죄하려 했던 것이 훤하오.

 

 

화살을 만들어달라는 군령은 화살이 목적이 아니라 바로 내 목이 아니겠소?

내 명은 하늘에 달려 있거늘 어찌 주유가 나를 죽일 수 있겠소?”

이 말은 주유는 공명의 안전에도 없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깜도 되지 않는 게 까불고 자빠졌다는 말일 겁니다.
노숙은 감복하여 절을 올렸다고 합니다.

사실 지금이야 일기예보만 잘 들으면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그때는 일기를 예측한다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배가 연안에 도착하자 화살을 받으러 나온 군사가 보였습니다.

이는 주유가 공명의 죄를 묻기 위해 화살을 확인하러 보낸 군사랍니다.

그러나 배마다 화살이 가득하여 이를 세어보니 화살은 10만 개가 넘었답니다.

 

돌아온 장수에게 주유가 묻습니다.

"그래 화살이 모두 몇 개나 되더냐?"

장수 왈

 "12만 개가 넘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먼저 왔습니다."

주유 왈

"음~~(한참을 고민합니다.)"

그러며 다시 묻습니다.

"리얼리?"

 

 

노숙이 주유를 만나 공명이 화살을 얻은 전후 사정을 모두 말하니

주유가 듣고 탄복했답니다.
“공명은 과연 신이구려. 내가 그를 몰라보았소. 내 과실이 크오!”

웃기는 친구인가 봅니다.

적어도 천기를 읽었다는 주유가 사람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람 잘못 봤다고요? 칫!!

 

그러며 노숙에게 이야기 합니다.

"약속한 10만 개보다 더 많으니 약속을 어긴 것 아니겠소? 이것을 문제삼아 처벌할 근거는..."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노숙이 답을 합니다.
"참 여러가지 하고 자빠져계십니다."

 

 

어느 시인은 공명의 묘책을 두고 이런 시를 지었답니다.

‘하늘엔 짙은 안개 장강을 덮었네.

원근을 분간하기 어렵고 아련한 속에 물결만 출렁이네.

나르는 화살은 날개를 달고 메뚜기처럼 전함에 날아드네.

오늘에야 공명이 주유를 다스리겠구나!.' 라고 말했지만,

주유 걔가 다스려지겠어요?

 

 

바로 야습을 감행하는 것처럼 조조의 수채로 다가가 적의 화살을 비 오듯 맞아서

돌아왔고 이때 화살이 정확하게 10만 개가 넘었다니 아무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도

어찌 이리 정확할 수 있답니까?

게다가 안개 끼는 날까지 정확하게 짚었다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배 안에 노숙과 함께 술잔까지 기울이는 아주 멋진 사람으로 그려졌지요.

만약, 화살 숫자가 10만 개에서 몇 개 모자랐다면 주유가 공명의 주리를 틀었을라 나요?

 

 

얼마 전에 물자절약을 위해 "아나바다"운동이 있었습니다.

아끼고 나누고 바꿔 쓰고 다시 재활용하는 일 말입니다.

공명의 이번 차전 술책이야말로 아나바다 운동의 효시라고 봐야 할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래서 주유는 공명을 지혜의 신으로 인정하고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번 전쟁을 하겠다고 했지만, 두렵다고요.

 지혜를 빌려달라고 부탁까지 합니다.

진작 그럴 것이지...

 

두 사람은 서로의 계책을 손바닥에 써 동시에 펴보이기로 하고

서로 돌아서 글을 쓰고 동시에 손바닥을 펴니 바로...

화(火)라는 글입니다.

결국, 두 사람은 조조를 공격하기 위한 방법은 화공임을 의견일치를 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