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기/체코

천문시계탑과 구시청사 광장

佳人 2013. 12. 5. 08:00

카를교를 구경하고 시간을 맞추어 천문 시계탑으로 갑니다.

시계탑이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곳이지만, 그래도 매 시각마다 시계탑이 보여주는 장면을 보려면

정시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가 보아야 하지요.

카를교에서 잠시 지체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11시 정시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시계탑 앞 광장에는 관광객이 인산인해입니다.

원래 정시가 되면 시계가 울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어느 구석에 숨어있었는지 엄청난 인파가 모이네요.

 

카를교에서 천문시계탑이 있는 구시청사 건물까지는 멀지 않습니다.

위의 지도를 참고하시면 금방 찾아가실 수 있겠네요.

길치가 혼자 가더라도 두 곳은 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여러 사람이 몰려가는 길만 따라가든가 깃발 든

단체관광객이 밤낮으로 다니니 뒤만 따라가면 됩니다.

카를교는 시간제한이 없이 구경할 수 있으니 언제나 정시에 볼거리를 제공하는 천문 시계탑과 카를교

두 개의 구경거리를 적당한 시각에 함께 묶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구글 위성사진으로 먼저 구경합니다.

광장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구시청사 건물이고 그 건물의 아래쪽의 높은 첨탑 부분이 바로 천문 시계탑입니다.

광장 가운데 둥글게 보이는 것이 체코의 종교개혁가 얀 후스의 동상이고 시청사 위쪽에 보이는

두 개의 첨탑이 있는 건물이 성당입니다.

천문 시계탑이 있는 첨탑은 구글 지도에서도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곳임을 알려주네요.

 

제이 차 대전 중 전쟁의 포격에서도 무사히 살아남은 천문 시계탑입니다.

그 탑에는 60여 m 높이에 천문시계(오르로이 : ORLOJ)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주 멋진 시계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온 시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계 일지 모릅니다.

 

천문시계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네요.

먼저 위의 사진이 천문시계의 제일 윗부분입니다.

위에는 두 개의 문으로 12 사도가 번갈아 돌아가며 약 20초 동안 짧게 얼굴 보여주는 곳과

그 위의 가운데 황금 닭이 보입니다.

이제 시계탑을 한 부분씩 떼어내 구경합니다.

 

그리고 그 아래는 천문 시계의 둥근 원판입니다.

바로 위에 보이는 사진입니다.

그 원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제일 바깥인 뒤에 보이는 푸른색의 큰 원판은 지구를 의미한다 합니다.

 

지구 외부에 푸른색으로 보이는 것 중 위는 지평선을 중심으로 하늘을 나타내며 아래는 붉은 부분과

검은 부분은 땅입니다.

원판을 도는 두 개의 큰 침이 보이는데 황금빛 손 모양은 태양이고 검은색의 동그란 공 모양은 달을 의미합니다.

바로 밤과 낮이라는 말이지요.

지금 해가 달린 침이 가리키는 시각은 10시입니다.

 

낮에는 태양을 가리키는 침이 낮을 의미하는 푸른색에 있고 밤에는 검은 침이 붉거나 검은 곳에 있습니다.

외각에 보이는 로마 숫자는 24시간을 나타내겠죠.

그 외곽 가장 밖에 보이는 숫자는 옛날 독일 문자라는 슈바바허문자로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옛날 체코에서 쓰인 숫자라 합니다.

 

정말 골치 아프죠?

그래서 佳人은 그냥 손목시계가 가장 편합니다.

이거 공부하다 머리에 쥐가 나겠어요.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그리고 아래에 원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입니다.

12달을 의미하는 12개의 작은 원이 원판을 따라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판 양쪽으로 인형이 보입니다.

왼쪽의 인형은 책과 펜을 든 연대기의 기록자와 창과 방패를 든 천사이고 오른쪽에는 망원경을 든

천문학자와 책을 펼쳐 든 철학자라 합니다.

농사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의미라 합니다.

 

이런 시계가 1410년에 제작된 시계라고 하네요.

컥! 벌써 600년 전에 벌써 이런 시계를 만들었다는 말입니까?

그러니 이 시계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도 훨씬 전에 이런 멋진 시계를 만들었단 말이 아닙니까?

그 시대 영국에서는 골프가 시작되었다 하더군요.

 

뭐 우리도 그 시대에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 사용했으니 기죽을 필요는 없겠네요.

비슷한 시기에 조선에서는 장영실이라는 걸출한 과학자가 태어나 여기서 천문시계 하나 만들 때

측우계도 만들고 여기에 걸린 천문시계보다 비싼 휴대용 해시계인 현주일구도 만들었습니다.

원래 벽에 걸린 시계보다 손목시계가 더 비싸거든요.

물시계인 자격루도 만들고 천체를 관측할 때 도구인 대, 소간의 외 무지하게 많이 만들어

세상에 큰 도움을 주었지요.

 

이곳 구 시청 광장에는 볼 게 무척 많지만, 그래도 누가 뭐래도 천문시계일 겁니다.

이 천문 시계는 처음 만든 그때 모습 그대로라고 합니다.

그래도 참 아름답습니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매 시각 정시가 되면 원반 위에 있는 천사의 조각상 양옆에 있는

두 개의 창문이 열리며 12 사도가 차례로 나타나 광장에 모인 사람에 인사한답니다.

물론, 한쪽 문에 6명씩 나누어 숨어있다가 나오더군요.

이어서 시계 위에 있는 황금 닭이 나와 울면서 시간을 알려주고요.

 

제일 마지막에는 제일 꼭대기 첨탑 아래 보이는 테라스에 사람이 직접 트럼펫을 불어 끝났음을

광장에 모인 사람에게 알립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세요?

시계 위에 테라스가 있고 왼쪽에서 세 번째 창문에 트럼펫만 살짝 보이시죠?

이런 일이 20여 초안에 모두 끝나니 허망합니다.

미리 순서라도 알면 준비했다가 사진으로 제대로 남길 수 있지만...

 

이 시계는 당시 수학자며 대학교수였던 하누슈라는 사람이 제작한 것이라 합니다.

하누슈는 평생의 역작으로 영원히 남길 수 있는 멋진 시계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오랜 시간 고생하며 이 시계를 완성했답니다.

이 놀라운 시계를 본 프라하 사람은 그야말로 환성과 경악을 했다네요.

 

물론, 이 소문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여러 나라에서 주문이 쇄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그러나 일부 프라하 사람은 세상에 제일 멋진 시계를 다시 다른 곳에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이기주의가 하늘을 찌릅니다.

오직 프라하에만 있는 세계 최고의 시계를 원했던 겁니다.

그래서 한 일이 하누슈의 두 눈을 뽑아버려 다시는 이런 훌륭한 시계를 만들지 못하게 했다네요.

세상에...

 

하누슈는 화가 나고 프라하 시민에 분노해 그만 이 시계탑 앞에서 자살했다네요.

눈이 없는 그에게 더는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

눈이 먼 하누슈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죽음을 택했겠지요.

아름다운 시계에는 이렇게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신기한 일은 그가 죽자 시계도 함께 죽어버렸답니다.

이게 전설의 고향의 드라마 소재로는 그만이네요.

그 후 많은 사람이 시계를 수리하여 되살리려고 했으나 시계는 하누슈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죽어버렸답니다.

 

그 후 400여 년이 흐른 1960년 어느 날 갑자기 시계가 저절로 작동하며 움직이더랍니다.

환장하고 까무러칠 일이겠지만...

그러니 하노슈의 저주가 유효기간이 400여 년이라는 말인가요?

저절로라는 말은 극적으로 만들기 위함이고 시실, 수리했을 겁니다.

프라하 시민의 극악무도한 나쁜 짓 덕분에 가장 멋진 천문시계는 세상에 여기 한 곳뿐이라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약간의 과장이 들어있는 이야기입니다.

 

천문 시계 아래 둥근 원판에는 별자리가 그려져 있고 그 둘레에는 12달을 농민의 생활모습을 그려 넣었습니다.

이 시계는 천동설을 기초로 만든 시계라 합니다.

시각은 물론, 해가 뜨고 지는 시각, 달이 뜨고 지는 시각까지 나타낸다고 하니 대단히 과학적으로 만들었다는 말이네요.

 

구시청사 안으로 들어가면 역사박물관도 있고 예배당은 물론 집무실도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예배당은 프라하 시민이 결혼식장으로 주로 이용한다 합니다.

특히 예배당 안에서는 천문시계의 내부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게 배낭여행을 오지 않고는 절대로

단체로 움직일 때는 볼 수 없는 일입니다.

 

매 시각이 되면 종이 울리고 12 사도가 번갈아 돌아 나오며 그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해가 떠 있을 시각에만 가능하지 밤에는 12 사도도 쉬어야 하지 않겠어요?

 

정시에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먼저 죽음을 알리는 해골 인형이 시각을 알리는 줄을 당기고

모래시계가 뒤집어집니다.

바로 위에 보이는 사진에서 시계 오른쪽에 있는 해골 인형을 찾으셨나요?

시간이 무한하다고요?

한번 울릴 때마다 우리는 죽음 앞으로 한걸음 다가서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때 왼쪽에는 허영을 상징하는 거울 든 여자와 부와 탐욕을 상징하는 돈지갑을 든 유대인이 함께 돕니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는 허영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

그 돈지갑은 이 시각 광장에는 소매치기가 많아 지금 당신의 뒷주머니에 든 지갑이 다른 사람에게 건너가고 있다는

암시 일지 모릅니다.

 

그것도 모르고 관광객은 모두 헬렐레~ 모두 시계탑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 해골 인형 옆의 머리에 터번을 두른 터키인이 나타나 곡을 연주합니다.

이 사람은 번뇌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시계 위의 황금 닭이 우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천문시계는 단지 시각만 알리는 시계가 아닌가 봅니다.

여명의 시각이 다가오면 허영이나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경종을 울리는 교훈적이 시계탑입니다.

그것도 매일 낮에 매 시각마다 말입니다.

그런데 관광객은 그 모습만 즐기지 그 의미를 마음에 담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기 때문에 매 정시가 가까워지면 여기는 많은 관광객이 부르지도 않아도 저절로 모여들어 모두 탑 위만 바라봅니다.

그러나 탑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도 가끔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정신이 탑 위의 시계에만 정신없이 팔려있을 때 관광객의 뒷주머니나 배낭에만 집중하는 사람 말입니다.

 

정신 일도 하사 불성이라는 말을 배운 사람은 그 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중세에 만든 건물에는 탑이 있고 그 탑 위에는 대부분 시계를 만들어 걸어놓았습니다.

그 의미는 시민 모두가 시간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라는 의미일 겁니다.

 

이는 증세의 조류였을 겁니다.

지금이야 현대인은 시계조차 차지 않고도 살아갑니다.

눈을 어디로 돌리든지 시각을 알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주머니 속에 넣어둔 휴대전화에서도 정확한 시각을 알려주고...

 

그러나 중세에 시계란 대단히 귀하고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았을 테니 이렇게 시계탑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보게 함이었을 겁니다. 

여기도 그런 의미로 만들어 놓았을 겁니다.

이곳 또한 프라하 여행에 빼서는 안 될 중요한 구경거리가 아니겠어요?

 

시계를 보시면 둥근 원판이 아래위로 두 개가 있습니다.

위의 것을 칼렌다륨이라고 부르고 아래 것을 플라네타륨이라고 부른답니다.

칼렌다륨은 칼렌다처럼 해와 달, 천체의 움직임을 묘사한 것으로 일 년에 한 바퀴씩 돌며

년, 월, 일, 시를 나타냅니다.

이래의 플라네타륨은 12 계절 장면을 나타내 보헤미아 지방의 농경 생활과 연관하여 만든 것이라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카를교를 구경하고 시간을 맞추어 헐레벌떡 뛰어왔더니만, 천문 시계탑의 이벤트는 수십 초 안에 모두 끝나버렸습니다.

이렇게 허망할 수 없네요.

카메라의 초점을 어디에 고정해야 할지 몰라 정말 당황했습니다.

혹시 이곳을 가실 분은 미리 그 순서 정도는 알고 가시면 사진 찍기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아니면, 한 시간 더 기다렸다가 다음 시간에 전문가처럼 순서대로 확실히 찍어버리시던가요.

 

참고로 천문시계는 서머타임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한 시간의 차이가 있습니다.